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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평점 :
<빵과 서커스>
사실 로마에 관한 책은 엄청나게 많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기존의 책과 좀 다른, 색다른 접근법에 흥미를 느껴서다. 가장 큰 이유는 토목과 건축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로마 이야기란 점이다. 실제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토목기술사였고 지금은 건설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래서 이 책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존 역사학계의 시각이 아닌 건축, 토목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남겨진’ 것들이 말해주는 ‘사라진’ 로마
토목·건축의 관점에서 다시 살피는 로마 이야기
이 책의 제목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는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빵)과 오락 및 휴식거리(서커스)를 가리키며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쓰이는 표현이다. “시민들은 로마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데키무스 유니우스 유웨날리스(Decimus Iunius Iuvenalis, 60~130)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로마제국의 역사를 그들이 남긴 성벽, 상·하수도, 가도(街道), 해도(海道), 공공 욕장, 원형 극장, 원형 경기장, 전차 경주장, 신전, 도서관과 같은 토목·건축 유산과 연결해 살피는 것이고 또 하나 매력은 120컷이 넘는 컬러 사진들이 흥미와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총 8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에서는 로마제국에 대한 의의를 알아보는 서론이고 2장은 장벽과 상하수도 3장은 로마 가도, 4장은 식량과 바닷길, 5장은 오락과 휴식
6장은 로마의 종교, 신에 대한 이야기다. 마지막 9장에서는 로마의 멸망원인데 대한 분석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그리스와 로마를 비교 분석한 대목이 인상깊었는데 고대 그리스는 문명적, 문화적으로는 고대 로마보다 뛰어났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대도시 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수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해양 민족 그리스인들이 만든 식민 도시는 바다를 끼고 연안부에만 건설됐지 내륙에는 건설되지 못했다. 도로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대규모 수도망과 도로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구조물이 필요했고 콘크리트 사용이 중요했다. 콘크리트의 발견과 발명은 그리스가 아니라 로마 시대의 일이었다. 그리스가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한 요인이 여기에 있다.

책의 마지막 ‘나오며’에서 카이사르의 것과 신의 것이란 챕터도 흥미롭다. 특히 만약 476년에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로마제국이 존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도 재밌다. 그 질문의 답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제국을 동서로 분리하지 않고 로마는 제1지방 도시로 삼고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하며 이민족 차별 철폐, 제국 해군력을 증강시켜 지중해 제해권을 강화했어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