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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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 스티븐 킹, 피터 스트라우브


여느 스티븐 킹의 작품들 처럼 책의 서두에는 그가 이 작품을 쓰면서 영감 받은 톰 소여의 모험의 한 구절이 적혀있다. 


톰 소여와 나는 나는 마침내 조그마한 언덕에 이르렀다. 마을을 내려다보자 불빛이 서너 개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몸이 아픈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하늘에는 언제나처럼 별빛이 반짝거리고 마을 옆으로는 폭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강물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새 옷은 기름기와 진흙으로 뒤범벅되어 있었고 나 역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이 첫장을 읽으면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은 잭 소여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스티븐 킹의 1984년작 <부적>이 멋진 표지와 깔끔한 구성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작품이 특이한건 미국에서 스티븐킹 만큼이나 최고의 공포소설 작가로 꼽히는 피터 스트라우브와의 공저작이란 점이다. 요즘은 스티븐 킹이 아들과 함께 쓴 작품들도 나오는데 이런 공포소설을 같이 쓴다는건 어떤 작업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느 대목을 킹이 썼는지, 스트라우브는 어느 문장을 썼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출간 당시에도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이 소설은 소년 잭 소여가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 '테러토리'와 현재의 세계를 오가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모험이 주내용이다. 읽다보면 이 소설이 옛날 84년작이란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데 부적에서 영감을 받은 후대의 작품들도 많았을 것 같다. 


1981년 9월 15일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잭소여라는 이름의 소년이 서 있었다.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잔잔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두 살이지만 나이에 비해 키가 컸다. 잭은 지난 3개월 동안 겪은 혼란과 고통의 감정으로 소용돌이쳤다. 


지금은 50대 초반이 된 잭소여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킹 특유의 숨막히는 전개는 80년대 작품에도 여전했다. 


잭은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채 홱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생생한 공포가 머릿속을 침식해 들어오면서 모건 아저씨가 일그러진 거울이 늘어서 있는 곳을 달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거울에 비친 그는 점점 괴기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변했다. 잭이 급하게 오른쪽으로 돌자 그 앞에 기이한 형태의 건물이 보였다. 


10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은 잭소여 서둘러 떠나다로 시작해서  두 세계의 충돌에서 절정을 읽을 수 있고 부적으로 마무리된다. 


스토리에 대한 흥미도 매력이지만 좀 더 스펙타클한 버전의 톰소여의 모험 같았고 주인공 잭 소여에 몰입되는 느낌이 좋았다. 


자꾸만 외로움이 밀려왔다. 잭은 철저히 혼자였다.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 울음은 사람들이 분노를 눈물로 감출 때 발작적으로 울부짖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방금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오래 그 상태가 지속될디를 깨달은 사람의 하염없는 흐느낌이었다. 안전이나 합리성 같은 모든 것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처럼 여겨졌기 떄문이다. 고독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처지에서는 제정신을 잃고 미쳐 버리는 것이 훨씬 더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자세한 결말은 스포일러 때문에 생략하지만 충분히 기대하고 끝까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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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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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이라고하면 이름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연상되지만 KBS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을 기획하고 제작한 작가이기도 했다. 이번에 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연애에 대한 여러 생각과 떠오른 이야기를 에세이 책으로 출간했다. 


전형적인 감수성 넘치는 따뜻한 일러스트와 글이 어우러지며 멋진 아이템으로 만들어졌다. 비오는 저녁이나 고요한 밤 방구석에서 한없이 감성적으로 충만할때 혼자 읽으며 딱 좋은 책이다. 


시중에 수많은 에세이가 쏟아져나오지만 이 책은 일단 사랑에세이를 표방한다. 수많은 사연이 떠오르는 사랑에 얽힌 행복, 기쁨, 슬픔, 이별 등의 다양한 감정들과 단상들을 글에 담으며 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책의 구성은 네개의 큰 챕터 아래 길지 않은 수십개의 글들과 일러스트가 간간히 끼어있는 방식으로 각 챕터의 제목만 봐도 감성적인 느낌이 살아있고 수십개의 글제목들은 한편의 시가 연상되기도 한다. 나는 너만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 그것이 어른의 연애라면 어른이 되지 않겠어 여전히 사랑은 어려워서. 순간의 마음들을 이렇게, 나눠요


다시 두근거렸지, 너에게 간다, 8월처럼 우리는, 너로 인해 욕심내는 법을 배운다

너에게 상처 주던 밤, 우리가 그리워했던 건 서로가 아니라, 사랑을 거듭하며 알게 되는 것들, 중요해지고 싶었다


왜 헤어졌어? 나를 가해자로 만드는 사람과는 마음은 사과 상자 같아서 너는 부러진 바늘이 되었다


이날들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여전히 미련이어서, 사랑하는 어떤 방법, 책장을 넘기는 힘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사소함에 가슴이 뛰는 그런 사랑을 해,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8월처럼 우리는


그런데 이상했다.

사랑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일하지 않는 아빠를 증오하고

열심히 살아도 가난한 엄마를 원망했다.

우리 집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답도 없는 질문으로 괴로웠다.

한낮에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아가 치밀었다.


두근거리고 설레고 벅찬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가

괜히 미안하고 초라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자존감을 높여.


자존감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느라 꽤 오래도 헤매었다.

스스로를 귀히 여겨야 한다는 조언이

주술처럼 내 발목을 옭아매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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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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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제목 만큼이나 표지까지 멋져서 저절로 손이 가는 소설이다. 숲과 별이 만난다는 얘기만큼이나 신비로운 스토리에 딱 뭐라고 정의 하기 힘든 오묘한 장르이다. 아마도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글렌디 벤더라의 성공한 데뷔작이다 보니 이 작가의 다음 소설들이 나오게 되면  이 작가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4부로 이어지는데 1부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에서 시작해서 두번째 가족이라는 상처, 세번째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마지막 숲과 별이 만날 때라는 제목부터가 묘한 문학적 감수성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난 지구에 집이 없어 저기서 왔거든 얼사 메이저(큰곰자리 별)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국에 머물러야 해. 나이가 차면 누구나 거쳐 가는 훈련 중 하나야. 학교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학대받는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 아이의 등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도의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린 여전히 소통하고 싶은 생각들은 뇌 속에 가둬 두고 꿀꿀대는 거로만 표현하는 유인원에 불과 하죠 



이 소설의 세 주인공 조, 게이브, 얼사가 등장하고 나면 스토리 속에서 각 주인공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알아가게 된다. 조는 젊은 나이에 암과 싸우고 있고 게이브는 자신이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누나의 경멸과 멸시를 묵묵히 견디며 살고 있다. 


이 셋의 연대가 점점 끈끈해지는 과정을 읽으며 최근 들어 가족이 아닌 모르고 살던 타인들과의 연대를 주제로 한 소설들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조는 완전한 환상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리고 얼사의 소용돌이, 그러니까 게이브가 무한 둥지라고 이름 붙인 영원한 별들의 회전에 결국 항복하게 되었다. 끝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서 세 사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은하마저도 영원하지는 않다. 


현대사회에서는 가족이란 개념이 폭력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의 연대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국내에 번역되기 전 이미 아마존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수많은 극찬을 받은 이유를 책을 읽으며 점점 뚜렷하게 알게 된다. 


소설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스토리 속에서 별들과 숲에서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묘사하는 대목들의 문학적 감수성도 일품이었다. 오랜만에 색다른 느낌의 환타지인줄 알고 읽은 감동 드라마 장편 소설을 읽었다. 


자세한 결말은 스포일러 때문에 생략하지만 충분히 기대하고 끝까지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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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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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이 죽어야 할 이유가 16가지나 된다니 그 이유들이 몹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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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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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랜만에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장편 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 <침묵 박물관>을 읽고 맘에 들어 전작들을 검색해보니 열편도 넘는 소설들이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일본소설이라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배경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익숙한데 이 <침묵 박물관>이 그러했고 미스테리한 요소들이 흥미를 북돋아서 가독성도 뛰어났다.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 일을 하게 되며 ‘나’가 그 마을에 기차를 타고 내리면서 시작된다. 노파가 세우겠다는 박물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골동품 전시관이 아니었다. 노파는 이렇게 말한다. 


조상들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멋대로 사 모은 물건들을 도대체 누가 좋아하겠어? 아무도 관심 없어. 기껏해야 아 진귀해 어머 아까워라 하고 호들갑 떨면서 진열장에 더러운 지문이나 남기겠지.


소설은 이 노파와 일하게 되는 나와 양딸인 어린 소녀, 친절한 정원사와 가정부가 등장하고 노파의 의도는 마을에서 죽음으로 떠난 자들의 유품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결국 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응축된 유품들을 수집하는지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고 더해서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며 도저히 책을 중도에 덮을 수 없게 만드는 궁금증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노파가 열한살때 부터 수집했다는 죽은 사람의 유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목은 어떻게 보면 아주 으스스한 공포와 어둠이 연상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비롭고 따뜻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며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친구 흉내를 내면서 장례식장에 가거나 한밤중에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도 이제 부실한 다리로는 힘들어 앞으로 유품수집은 자네 일이야 


그러다 처음으로 주인공은 마을에 부고 소식을 듣고 유품을 가져와야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장례식은 일종의 축제야. 지루한 일상에 불쑥 끼어든 죽음이라는 사태 앞에서 다들 흥분해 호르몬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냉정을 잃게 되지. 그런 때는 옆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상복만 입고 있으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명심해 주뼛거리면 안돼 연기할 생각은 하지 마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치는 심해어처럼 유연하게 행동하는 거야


소설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스토리 속에서 고즈넉한 마을의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묘사하는 대목들의 문학적 감수성도 일품이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울고불고 기도했지만 겨울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산의 색깔, 개울물의 흐름, 광장의 시계탑 그림자, 수도원의 종소리….어느새 겨울은 그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살인사건에 대한 긴장감은 고조된다. 


그녀는 평소처럼 저녁 7시에 퇴근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택과 반대 방향인 양계장의 작은 창고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당연히 유두는 잘려나간 상태였다. 


자세한 결말은 스포일러 때문에 생략하지만 충분히 기대하고 끝까지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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