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또 나 - 지워지지 않는 역사
이제홍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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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그리고 또 나 


아주 특별한 소설책 한 권을 만났다. 전작들에서도 백제의 향기에 빠져 백제 이야기를 했던 이제홍 작가의 신간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저자의 백제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 그리고 또 나>는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이 앓고 있는 정신적 문제인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의미하는 듯 하다. 최근 타임슬립을 소재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여러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이 소설은 그런 진부한 방식이 아닌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신선한 소재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워지지 않는 역사>라는 부제 답게 과거 백제 이야기와 현재의 주인공 인범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서사되고 그 사이에서 독자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로 저자는 단순히 백제이야기만 하는게 아닌 명예퇴직을 한 주인공 인범을 통해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당신의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메시지를 선사한다. 


또한 부정적인 마음가짐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변모해 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토속신앙과 백제 이야기를 버무리고 생소한만큼 신선한 소재인 고대 일본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임신란과 삼국통일 시기 우리의 역사도 배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인기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한국의 인기 작가 김진명의 소설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흥미를 위한 스토리텔러가 아닌 인문학과 철학, 역사적 깊은 통찰과 혜안을 소설 곳곳에서 드러낸다. 


“항상 누군가와 전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쟁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되는 사람도 있고요. 자신의 삶과 전쟁을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자기 머릿속에 연극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좌절한 것을 주제로 대본을 써나갑니다.”



“사람들은 쉬운 말로 이승과 저승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린다고 하지만 그 갈림은 우주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멀죠. 다시는 못 만나기 때문에 먼 거고 더 슬픈 겁니다.”


어제의 삶에 내일의 삶을 섞으면 우리 인생은 또 얼마나 찬란해지겠는가?


그래 죽음.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다. 그리고…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라는 말을 남겼어. 멋지지 않아?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뜻이야.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있을 리 없고 죽었을 때는 이미 우리가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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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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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창간해서 이번에 두번째 호가 발간된 신생 계간 문예지다.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사회, 릿터 등의 여러 문예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에픽은 기존의 문예지와는 다른 아주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우선 읽기 어려웠던 심각한 비평이나 시가 없고 소위 등단한 작가 위주가 아닌 다양한 분야 저자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 픽션 뿐만 아니라 논픽션도 실려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남궁인 작가와 무려 황정은 작가의 단편도 읽을 수 있다. 


이번 에픽 #02의 제호는 ‘멋진 신세계’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와 관련된 역설의 디스토피아에 관한 글을 맨 먼저 읽을 수 있고 예술제본공방 ‘렉또베르쏘’의 대표 조효은의 책의 물성에 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글은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기록한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였다. 한사람이 임금노동을 하는 것은 경제 사회적 독립의 추구이지만 여차하면 돈의 노예가 되는 삶에 빠져버리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돈의 노예를 또 만들며 자본주의의 지속과 강화에 기여하는 노예를 만드는 삶을 대물림하여 도돌이한다. 그들에 비해 기업의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고 노예의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은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공동선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여러 사회담론들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글도 있지만 한편으론 재밌고 유쾌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도 많다. 소설가 정명섭은 밀리터리 덕후에 대한 흥미로운 에세이를 썼고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과 스페인 하숙, 여름방학 등의 작가인 김대주의 에세이도 재밌었으면 가장 흥미로웠던 건 김홍 작가의 단편소설 이인제의 나라였다. 실제 불사조라는 별명을 가진 충청도를 대표하는 정치인 이인제를 이렇게까지 희화화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밌게 풀어낸다. 


내 주변의 이인제들을 하나로 묶어준 건 우리 집 앞 ‘최강헤어’의 이인제 사장님이었다. 그는 다운 펌을 하러 간 내가 주책없이 쏟아낸 「이인제의 나라」의 구상을 듣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현재까지도 「이인제의 나라」의 기획이 가진 핵심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로, 이는 그가 어느 대통령 선거에서 박찬종을 뽑기도 한 것으로 보아 분명히 증명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남궁인은 실제 응급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에세이에 담아낸다. 


우리의 식사 시간은 언제나 일정치 않다. 여유가 생기면 빠르게 밥을 먹어야 한다. 나는 응급실 의사가 되고 15분 넘게 밥을 먹어본 일이 없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진은 밥을 먹으러 떠나면 15분 내로 돌아온다. 급하게 식당에서 돌아오자 절박하게 우는 한 살 아이가 있었다. 피치 높은 소리가 응급실에 울려 퍼졌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다 떨어뜨려서 머리를 다쳤다고 했다. 아이를 재운 뒤 CT를 찍어야 했는데, 엄마가 재우는 일에 대해 상의한다며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동안 아이는 줄기차게 자지러지듯이 울었다.


황정은 작가의 팬들도 이 책을 반갑게 집어들 것 같다. 기담이라는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이 집으로 이사하려고 선인과 강희는 25년 기한으로 대출을 받았다. 구매한 무렵에 이미 15년 된 건물이었다. 만기가 도래하는 25년 뒤엔 40년짜리 건물이 되는 셈이었다. 대출 서류에 자기 몫의 사인을 하면서, 사람보다도 집이 버틸까를 잠깐 걱정했던 일을 선인은 떠올렸다. 25년 뒤에도 나는 있을 것이다, 25년 뒤에도 강희는 있을 것이다. 선인은 대강 그렇게 믿었지만 그 집의 25년 뒤란 어쩐지 공상 같았다. 있을까, 하고 그때 약간은 농담처럼 생각한 것을 선인은 생각했다. 25년 뒤에도 이 집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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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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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


서수영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블로그를 통해 시들과 다양한 글들을 싣고 있는 서수영 작가 쓴 새들을 소재로 쓴 시집이다. 작가는 이렇게 새를 소재로 노래하는 시집을 쓰게 된 이유를 책 초반부에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는 어느 때부터인가 새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작은 집, 창가에 날아와 무엇이라고 노래하는지,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새들의 언어의 비밀을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그 새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은 어두움이 아니라 별빛이란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책의 구성은 네 개의 테마로 시들을 분류해서 엮고 중간중간 저자의 개성 넘치는 그림 솜씨도 감상 할 수 있다. 네 개의 테마는 기억한다는 것, 노래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물 일곱편의 시와 그림들이 어우러진 이 책을 읽다보면 새들의 노래와 언어와 시선 그리고 사랑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에서는 새와 함꼐 울었다/ 별빛들이 황금빛 나무로 피어났고/ 새들은 거기에 또 하나의 별을 낳았다고 말한다. 


새들의 가슴에 가로등이 껴지고라는 시도 특별했는데 어두운 밤에 물들지 않기 위해 가슴에 가로등 하나 켜놓고는 아침을 알리러 오기 위하여란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새들은 새벽에 청아한 소리를 내고, 참새의 기도, 새들의 피서, 새들은 무얼 먹나요?, 새들의 언어 , 노랑부리 아기 참새 같이 새에 대한 시들이 계속 이어진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저자의 필명이기도 한 글달팽이의 갤러리란 코너에서 책의 삽화를 모아놓아서 다시 감상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냥 처음에는 시에 맞는 내용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그림을 한 점 두점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멋진 시와 그림 뿐만 아니라 색채가 스케치를 채워가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는 저자의 인생철학까지도 엿볼 수 있고 그 방식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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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야마구치 슈 외 지음, 김윤경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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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생존이 목표인 사람이 아닌생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목표로 삼는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고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일을 잘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냥 잘하는게 아닌 탁월한 성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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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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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남는다


설명이 필요없는 나태주 시인의 신간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특별히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이 엮여있다.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소개가 끌렸다. 개인적으로는 부친보다도 연세가 많은 45년생 시인은 어떤 사랑을 이야기 할지 궁금했다. 


나태주 시인은 인생에 대해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때도 사랑이고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해서 우울하고 사랑하지 못해서 슬프고 사랑하지 못해서 불안하고 불행했던거라고 고백한다. 


책의 구성은 신작시와 50년 동안 쓴 시중에 사랑의 시들을 엮어서 정말 넉넉하게 사랑에 푹 빠져 읽기 좋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랑시를 세개의 장으로 분류했는데 남몰래 혼자 부르고 싶은 이름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부터 2부 당신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3부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로 이어진다. 


그러니 연애하는 청춘이 아니라도 결혼한 이들과 자식이 있는 독자들이 읽을 시도 있다.  사랑만이 답이고 사랑만이 남기에 우리는 사랑해야하고 사랑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인의 인생철학이 140편이 넘는 시에 녹아져 있다. 


첫번째 시 <사랑이 올 때>에서는 의심하지 말아라, 부끄러워 숨기지 말아라, 사랑은 바로 그렇게 오는 것이라고 노래하고 <살아갈 이유>에서는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고 그래 눈 한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전 짓자!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라고 노래한다. 


아내에게 바치는 시중에는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 오늘이고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당신이라고 애찬하고 네가 너라는 사실!네가 너이기 떄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에의 권유에서는 

사랑 때문에 다만 사랑하는 일 때문에 울어본 적 있으신지요?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직 한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워본 적 있으신지요?

그리하여 우리가 한때나마 지상에서 행복하고 슬프고도 외로운 사람이었음을 부디 후회하지 마시기 바라요라고 사랑을 권유한다. 


개인적으로는 딸들에게 바치는 시는 처음 읽어보는데 실제 자식을 가진 부모들에게 큰 공감이 될 것 같았다. 


곱고도 여린 너의 몸과 마음 상할라 지칠라 걱정이란다

안아줄수도 없는 안타까움 바라보기에도 힘든 안쓰러움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말도 차마 건넬 수 없어 다만 발밑에 무릎을 꿇는다.


마지막 시 <용납하소서>가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제가 지극히 사랑하는 자가 빛나고 밝은 길, 아름다운 길을 가는 것을 저는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 축복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바랄 따름이오니 용납하소서 용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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