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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
김남준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평점 :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문장이라는 부제로 이번에 새로 나온 기독교 출판에 한 획을 그은 김남준 목사의 첫 자전적 에세이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도는 아니지만 색다른 시각으로 또다른 감수성을 읽을 수 있는 글들이라 신선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별로 한 챕터씩 배정한 구성인데 에세이라지만 시 같은 느낌과 형식으로 노래하고 이야기한다. 여덟개의 문장을 간단하게 줄여서 챕터 제목으로 쓰는데 내가 날 떠나 어디로 갈까부터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이 가벼울 때 인생은 무겁다, 공간은 주고 시간은 빼앗아간다,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을 때, 늦게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로 이어진다.
저자는 예기치 않은 인생의 순간에 마주친 문장과 깨달음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했고 어떻게 한 인간이 죽고, 다시 태어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옅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네번째 장의 “공간은 우리가 사랑할 것을 제시하나 시간은 그것을 빼앗아가 버린다.”는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나의 희로애락은 사라질 것들에 묶여 있었다. 없어질 것들 때문에 염려했다. 있는 것은 사라질까봐, 없는 것은 나타날까봐 두려워했다. 사라져가는 존재로서 사라져갈 많은 것들을 사랑한 거다. 아아, 그게 내 마음의 사슬이었던 거다란 문장이 특히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외에도 “있는 모든 것은 단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또 다른 이유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 우리에게 발견되게 하셨고, 우리가 당신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 많이 발견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주셨사오니 또한 그렇게 찾아갈 힘을 주소서.”와 같은 종교적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일반인들 삶에 적용시켜 가슴 깊이 절절하게 읽을 수 있는 멋진 글들이 넘쳐난다.
책 소개를 보면 이 책은 시도 산문도 아닌 글이다. 빠른 호흡의 함축된 문장, 날것처럼 생생하고 때론 거칠기까지 한 표현으로 가득하다는 설명이 정확했고 조사를 생략하여 문장을 최대한 축약했고 행갈이를 했다. 짧고 정렬되지 않은 배열로 생동감을 전달하는 시각적 효과를 의도한 것이다.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생생한 묘사와 비유도 곁들였다. 조금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이미 시와 산문의 벽, 문어체와 구어체의 담이 무너지고 있는 오늘의 독자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공간은 사랑할 걸 제시하나 시간은 그걸 빼앗아간단다.
내 지성의 커튼 비집고 새로 들어온 햇살. 한참을 뚫어지게 보았다.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렸다. 움직이던 모든 것들이 멈췄다.
난 허무함 섞인 그때의 평온함이 좋다. 사라질 것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아프지 말자.
그러자! 이 마음이 저 마음에게 말한다. 둘이 손을 잡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