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남, 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구본권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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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길남, 연결의 탄생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인터넷이란 용어는 90년대 중후반부터 알기 시작한 것 같은데 한국의 인터넷은 올해가 40주년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러니까 1982년에 시작된 역사란 의미다. 그 역사의 개척자인 전길남이란 인물의 평전이 바로 이 책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여태까지 이런 인물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의아했고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전길남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자신의 부와 성공을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더 좋은 시스템, ‘모두를 위한’ 네트워크를 위한 헌신이었다는 점에 감명 깊었다. 


그래서 단순히 인터넷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생각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종대왕, 이순신 위인전 같는 벅찬 가슴으로 읽었던 책이다. 


40년 전, 서울대의 PDP11/44 중형 컴퓨터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PDP11/70 중형 컴퓨터가 인터넷 통신규약(TCP/IP)을 따른 통신에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연결(SDN)에 성공했다. 훗날 한국 인터넷을 10년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는 쾌거이자 정보화 강국 대한민국의 등장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중심에 전길남 박사가 있었다.


전길남은 1943년 오사카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났다. 오사카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시스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바이킹 계획과 보이저 계획에 참여했다. 1979년 한국 정부의 우수 해외 과학자 국내 유치 프로그램으로 귀국해 한국 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국산 컴퓨터를 개발하는 한편, 인터넷 방식의 컴퓨터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한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전길남의 성품과 삶의 방식, 업적, 그리고 그의 크고 깊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고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전길남은 당시 규모 있는 종합대학 전살실에도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수억 원짜리 중형 컴퓨터를 연구실에 구비하여 마음껏 사용하게 한 일화가 인상적이었고 고교 시절 한국행을 결심한 일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과 교육에 뛰어든 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개발도상국에 인터넷을 보급하고 조언자로 활동한 일,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인터넷 관련 국제회의에서 줄기차게 개발도상국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일 등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평생 열정을 쏟은 일에는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공정한 기회’다. 개인과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영역은 ‘도착한 순서대로’ 선발 주자 몇이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었다. 미국이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선진국 위주로 먼저 보급했다고 해서 그 후의 인터넷 관련 국제 규약과 권리 주장이 선발국 위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국제적인 논의 무대에서 고집스레 주장해왔다. 동등한 지분은 아니더라도 후발 참여국들의 목소리가 일정 수준 반영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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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이종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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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올 여름 무더위를 견디게 해줄 서늘한 공포소설 단편집이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귀신이 등장하는 얘기는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공포를 다룬다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더 공포스러웠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장르소설보다는 국내 단편 소설에 더 가까운 느낌이 강화길 작가가 연사오디기도 해서 더 즐겁게 읽혔다. 


일곱편의 단편이 엮여 있는 이 책에서 표제작이면서 제일 먼저 읽어볼 수 있는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은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에 어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쇼핑백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책 초반부의 그 쇼핑백의 정체를 아는 순간부터 이종산 작가의 이야기라면 믿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혼잣말>이라는 단편에서 자신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란걸 뒤늦게 깨닫게 되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평소 내가 하는 혼잣말의 정체를 고민하기까지 했다. 


일곱편 모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공포라는 분위기를 매개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장치들 또한 일품이었다. 그 외에도 일생을 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과 일터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 타인의 목소리로부터 발화한 불안, 우리가 분명하게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스스로 의심하게 하는 사회적 메커니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 중에 〈흔들리는 거울〉도 인상적이었는데 집요한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주인공은 몇 년이 지난 후 모든 걸 이겨냈다고 생각한 순간, 밤 10시 11분만 되면 집 안에 있는 거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울 너머엔, 죽은 가족들이 서 있다.


한편 〈은갈치 신사〉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는 학생과 거의 매일 편의점에 찾아와 우유를 사가는 남자가 등장한다. 어느 날 불쑥 “아가씨는 나랑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일순간 기분이 불쾌해진다. 하지만 불쾌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은갈치 신사가 했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서늘함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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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 동기부여 천재 개리 비숍이 던지는 지혜의 직격탄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갤리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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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 엿 같은 상황이 무엇이건 간에 한가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작의 기술, 내 인생 구하기 등의 뼈때리는 자기계발서들을 쓴 개리 비숍의 신작이다. 


이번엔 또 어떤 인생 조언들을 풀어낼지 궁금했고 한편으론 아직도 더 할 말씀이 있는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목차만 읽고서도 당장 펼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제일 먼저 하찮은 불운 따위에 짓눌리지 않는 삶을 위하여라는 문구부터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문장이었고, 두렵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두려움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인생에서 벌어진 일은 어쨌거나 당신 책임이다 등의 강렬한 메시지와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했다면 분명 실망하게 될 것이다, 사랑할 수 있으므로 사랑하라, 그게 전부다 같은 사랑에 대한 조언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상실에 대한 인생의 지혜도 준비되어 있었고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에 눈을 떠라는 말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당신은 ‘나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생각으로 삶을 대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반역이다. 내 손으로 자아에 상처를 입히는 배반 행위다. 


지금 그토록 고군분투하는 까닭은 어떻게든 당신이 중요하다는 혹은 머지않아 중요해질 거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놀라운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스럽고, 하찮고, 칙칙해진 것은 스스로를 애지중지하면서 안전함을 유지하려는 당신 자신 때문이다. 세상이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엄마 때문에, 전여친 때문에, 전남편이나 당신의 과거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게 아니다. 당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세상만사의 진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문장들을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고 또 읽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기에 성장해야 한다. 당신이 남들과 다른 지점에 있다고 해서 당신이 더 훌륭한 것도 아니고, 멀리까지 갔다고 해서 더 우월한 것도 아니다. 깨우침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있는 곳에 있고, 남들은 남들이 있는 곳에 있다. 그게 전부다. 당신이 새로운 것을 깨달았거나 무언가를 각성했거나 자의식이 성장했다면 종종 사람들은 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심호흡을 하라. 사람들은 곧 도착할 것이다. 당신이 그랬듯이 말이다. 만약 남들이 오지 않더라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깨우쳤기 때문에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요즘도 가끔 두려움과 긴장감에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힘들어 했는데 그에 대한 명쾌한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간단히 말해 두려움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대상에 관해 만들어내고 덧붙인 무게나 의미다. 사실 두려움은 세상에 실재하지조차 않는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손을 뻗어 만질 수도 없다. 뿌리 뽑거나 붙들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깊이 느낀다. 본능적으로 경험한다. 두려움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당신 인생의 모든 두려움은 전적으로 당신이 꾸며낸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맞서 싸울 대상도 아니다. 저항하려고 시도할 필요조차 없이 함께 공존하고, 어울려 살아갈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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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 -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나이젤 베인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싱긋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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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 


얼마전 <우리들의 블루스>의 뜨거운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만나게 된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에 대한 책이다. 그래픽노블이라는 색다른 형식에 그래픽노블 중에서도 색다른 주제를 그려낸 작품이라 아주 특별한 책이었다.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라는 부제로 여든 살이 넘은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2년 동안의 돌봄과 버팀, 회복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실제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인 저자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특히 상실과 고통은 위대한 스승이에요. 가장 작은 순간들이 가장 위대한 방식으로 우리를 구원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과 어쩌면 이것이 한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겨우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지막 표현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문태준 시인의 평에 격하게 공감하였고 만화컷들 외에도 꽤 많은 텍스트들이 담긴 페이지들에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가득하기도 했다.


단순히 치매를 앓게 된 어머니를 돌보는 신파 스토리 자체가 아닌 돌봄과 버팀, 인생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2014년 겨울, 나이젤은 동생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가 택시에서 내리다가 엉덩이뼈를 다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술을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어머니의 치매 판정 소식을 듣는다. 


병원에서 훌륭한 보살핌을 받고 얼마간 요양원으로 옮겨진 엄마는 집으로 가도 될 만큼 호전되어 그곳을 나서지만, 나이젤은 곧 국민건강보험과 사회복지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틈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돌봄과 탈시설과 관련된 여러 담론들이 활발히 논해지고 있는데 내가 만약 저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될지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이 물에 빠진 사람을 살려주고는 구명 튜브만을 던져준 채 혼자서 해안까지 헤엄쳐 가라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심지어 해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링컨셔의 성인사회복지센터 책임자에게 장문의 편지까지 써야 했다.

나는 넓은 바다에 이렇게 크고 깊은 틈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 p.49


살면서 딱 한 번만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는 차 한 잔을 마신다.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먹을 걸 사야 한다.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기분이 든다. - p.161


연도를 본다. 1933-2017. 저 대시. 저 짧은 대시. 저것이 인생이다. 모든 게 다 저 짧은 문장 부호 안에 들어 있다. 당신이 하고, 생각하고, 보고, 꿈꾸고, 울고 웃은 모든 것. 당신의 전부. 저 대시 안에.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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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린 : 두 개의 기질
이성영 지음, Yons 그림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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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린 : 두 개의 기질


나같은 부모세대들은 마법의 지팡이가 고정관념인데 이 책은 요즘 아이들 세대에 맞춰 마법의 핸드폰을 소재로 하는 흥미진진한 환타지 소설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 딱 좋은 청소년 소설의 일종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 주면서도 독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인듯 하다. 


린이라는 초등학생의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던 중 독특한 빛에 이끌려 마법의 핸드폰을 얻게 된다. 거기다 두 개의 기질을 타고났다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깨달게 된다는 설정까지 더하며 마법 세계에서 친구들을 사귀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들이 재밌게 펼쳐진다. 


또한 마법 핸드폰, 피노키오를 닮은 마법학교 소개 요정들, 신비한 이동게이트, 인어로 변신하는 물고기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 천지인 마법 세상에서 일어나는 신비롭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진다. 언제나 마음 한편에 쓸쓸함을 묻어 두고 있던 린은 마법세계에서 많은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마법사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 간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며, 또한 빠른 전개로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요즘 마법사들은 지팡이 대신 핸드폰으로 마법을 부린다는 사실을?

심지어 핸드폰 안에는 신비한 ‘요정’도 살고 있답니다.

이런 특별한 핸드폰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실래요?

고민할 게 있나요?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가져야죠!

어서 책을 펼쳐서 마법 핸드폰의 주인이 되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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