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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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다시 소설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일명 독서에세이 형식의 책이었지만 북칼럼리스트인 저자의 소설 인문학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책 제목은 오십 대를 위한 책으로 오해 할 수 있지만 연령대 상관없이 독서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보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소설을 어떻게 읽을지를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저자는 소설의 매력과 유익함 설파한다. 좋은 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은 뛰어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시베리아의 지독한 추위와 혹독한 행렬 길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대공황 시기 엄청난 모래 폭풍을 뚫고 오로지 꿈만 좇아 남부로 향하던 미국 농부들의 간절함을 느껴볼 수도 있다. 죽음을 무릅쓸 정도로 금서를 읽고 싶어 한 호기심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해볼 수도, 우리 주변에 이토록 깊은 내력과 함의를 가진 존재들이 있었는지 둘러볼 수도 있다.


책의 구성은 1부 역사의 단면을 다룬 벽돌책 도전하기, 2부 복잡한 인간 내면의 소우주 이해하기, 3부 아는 만큼 빠져드는 일상의 인문학 등, 세개의 큰 챕터로 이어지며 도스토옙스키, 푸시킨, 제인 오스틴, 장미의 이름 같은 고전부터 춘향전이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등의 현대 문학 작품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읽어본 책들도 있었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 계속 미루고 있던 찾아 읽고 싶은 책 리스트도 생겼다. 또한 그 소설들을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한 권의 소설을 읽어도 줄거리만 즐기기보다 시대의 역사, 종교의 의미, 인간의 본질을 읽어낸다면 독서와 함께 인생은 더욱 풍요로진다고 조언한다. 


그 외에도 러시아 고전을 포함해 역사의 일면을 담은 소설들로 세계의 흐름을 읽어내고 질투와 몽상, 호기심, 권력욕 등 인간의 감정도 탐구하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인문학적 의미가 숨어 있는지 몰랐던 소재들이 담긴 문학 작품들도 해설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과 같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인생이라는 소설의 깊이에 독서가 차지하는 힘은 분명하며 소설을 읽을 때 배경지식이 중요하듯이 우리 인생의 소설도 인문적 지식이 더해질 때 새로운 점을 발견하며 더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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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0만 부 기념 리커버)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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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이미 2년 전에 읽어본 책이지만 10만부 기념 리커버가 출간되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 집어든 책이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여러 방송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저자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꼭 예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이야기였다. 


이번 리커버 버전 표지에도 귀여운 고슴도치 캐릭터가 있는데 그렇다고 심리에세이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로 오해하면 안된다. 국내 최고의 정신의학 권위자인 저자가 뇌과학과 정신의학에 근거한 아주 진지하고 심도깊은 처방을 내려주는 책이다. 


우선 예민함과 뇌와 우울증 등에 대한 저자의 연구 성과들을 읽을 수 있었고 31가지 예민한 사람들의 유형들이 소개되고 실제 사례와 저자의 조언, 상담 후 회복 과정들이 백과 사전식으로 나열된다. 덤으로 예민성을 잘 극복한 스티브 잡스, 뉴턴, 처칠, 슈만, 타이거 우즈 등의 유명인과 일반인들의 사례도 소개된다.


막상 읽어보면 31가지 중에서 하나도 해당 안 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민함의 종류와 범위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고 개인적으로도 평소 일상에서 해당되는 대목들이 몇가지 있었다. 그래서 어떤 대목들에서는섬뜩한 기분으로 꼼꼼히 읽게 되고 어떻게 이 증상들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남편만 보면 화가 난다는 사람부터 예민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람, 문단속에 대한 강박, 비행기 탑승 공포증,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는 병, 시험을 앞두고 계속 설사를 한다는 사람, 충동 증가형 ADHD, 어린 시절 트라우마 등이 소개되고 마지막에는 요즘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 블루까지 다룬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 예민함들을 업그레이드해서 삶에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이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예민함이 잘 조절되고 결국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 수면, 운동, 쾌변에 전념해야겠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굳건하게 명심시켜주었다. 


그 외에도 걱정을 네 가지로 정리해서 지금 당장 해결이 필요한 일, 피할 수 없는 일, 닥쳐서 걱정해도 될 일,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에 따른 대응 방식이 명쾌하게 제시되고 만나면 불편한 사람과 편안한 사람들을 말하는 내용, 말투, 표정, 잘난 체, 네 가지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서 대응하는 내용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코로나 블루와 관련해서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은 더욱더 피곤한 일입니다”


코로나19 뉴스에 대한 잦은 노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정보는 얻어야겠지만 하루 종일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평소 회사 다니던 때와 동일하게 수면 시간 등의 일과를 가져야 하고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여유시간을 계산한 후 배우자와 합의해 집안일을 분담하고 각자 일하는 시간과 생활 습관을 존중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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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 - 공간에 숨결을 더하는 건축가의 말 지노 지혜의 말 시리즈
로라 더시케스 엮음, 전은혜 옮김 / 지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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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 


가우디부터 자하 하디드, 레오나르도 다빈치, 겐조 단게, 르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 시저 펠리, 한스 훌라인 등의 세계적인 레전드 건축가들의 말이 담긴 책이다. 특히 영어 원문과 번역이 두페이지에 마주보고 깔끔하게 배치되어 길지 않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여운을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책 속에서 만난 건축가들은 건축이란 무엇이고 건축가는 어떤 사람이며 건축 설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과 건축하는 삶에 대한 도전과 기쁨, 지혜와 영감들에 대해 얘기한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독자나 건축학도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고 건축과 관련없는 독자들도 각자의 일에 대한 본질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건축회사 NBBJ의 도서관 사서이자 기록물 관리자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이 책 속에 생생히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우리말 번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건축가로 활동 중인 전은혜가 맡았다.


“건축 설계를 한다는 것은 원의 한 점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건축이라는 구심점을 기준으로 팽팽한 원심력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괴로움을 토로하는 건축가들의 삶은, 이 책의 상당 부분에서 말하는 이상의 고민과 피로, 그리고 자발적인 고립 속에 치열하다. 


이 책에 담긴 건축가들의 말은 마치 해탈한 선인들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올로 솔레리는 건축가의 자아 세계가 커야 세상에 그만큼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의식의 뒷면에 자리한 건축가들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노고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꼽자면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안도 다다오의 문장이었다. 


나는 폐허를 좋아합니다. 남아 있는 것이 전체 디자인은 아니지만, 생각의 명료함, 적나라한 구조, 그것의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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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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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책 표지 디자인과 제목부터가 감수성 넘치는 이 책은 현직 시골 수의사인 저자의 에세이였다. 수의사를 하게 된 이유부터 병원 안에서, 병원 밖에서의 일상과 여러 에피소드들, 경험, 생각, 느낌들을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놀라운 필력으로 그려낸다. 



특히 넘쳐나는 반려견들과 펫샵, 유기견의 나라에서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의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를 택배로 사고팔고 반품까지 자유롭다는 충격적인 사실부터, 고속도로 위에서 운송 트럭 위의 닭과 눈이 마주치며 시작된 이야기, 우연히 들어간 소싸움대회에서 마주한 지옥 같은 장면들,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벽에 부딪혀 죽어가는 현실들을 읽다보면 평소 내가 얼마나 동물권에 대해 무지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현직 수의사의 책이라고 알고 집어들었다가 허은주 작가의 의외의 이력에 눈길이 가기도 했는데 여성학을 전공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며 함께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즐거움을 경험하기도 했고 성폭력 피해자 상담 활동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진료할 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수의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만 수의사가 된 이후에 그는 또 다른 죄책감을 맞닥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


어떤 대목에서는 너무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앞으로 절대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2개월 된 강아지를 어떠한 마취도 없이 귀를 잘라 명주실로 꿰맨 농장주, 자신의 개는 아파도 물지 않으니 마취하지 말고 빨리 꿰매라고 소리치는 보호자 등 그야말로 몰랐다면 알기 전보다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이야기들을 마주했던 책이다. 


동물병원에 대한 어두운 이면도 알게 되었는데 의사가 아동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신고 의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학대를 입증할 만한 직접증거 자료가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것이 동물 학대의 현실이다. 마취 없는 수술을 요구한 것이 학대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개는 내가 옆에 있으면 죽을 만큼 아파도 참는다”라는 그 남자의 말이 평소의 학대 정황을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자기를 아프게 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물지 않는 개는 없다. 하지만 학대받는 개는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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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 변화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리더의 노트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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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시중에 리더십에 대한 책이라면 수없이 많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리더로서 성공하는 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었다. 


자신이 글로벌 기업의 거창한 CEO가 아닌 작은 조직의 팀장이라도 이 책을 통해 유익한 리더십에 대한 조언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최신의 리더십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저자의 3,000번이 넘는 기업 컨설팅과 700명이 넘는 CEO에게 경영 코치를 해온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책을 읽어보면  리더십 뷔페’라는 저자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다양한 리더십을 자신이 놓인 상황에 맞게 골라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백서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리더는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항상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듀폰 아시아태평양 회장직을 수행했던 김동수 회장의 직속 상사였던 앤더슨은 일 년에 한 번 한 시간씩 자가 평가 시간을 가졌다. 앤더슨은 김동수 회장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나면 항상 자신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상사를 향한 평가에 난색을 표한 김동수 회장에게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똑같은 인간이고, 직책이란 것은 연극의 가면 같은 것이다. 나는 임원의 가면을 쓰고 자네는 부장의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우리는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다.”


책의 구성은 3개의 큰 챕터 아래 길지 않은 리더십에 대한 웰메이드 칼럼들이 엮인 형식이었다. 1장, ‘Notes For Future Leaders’ 부터 ‘Notes For Growing Leaders’,  ‘Notes For Changing Leaders’로 이어졌고 다가오는 미래에 리더가 될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리더로서 발전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현재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고독한 리더가 져주는 법, 탁월한 리더가 가진 세 가지 무기, 상향 리더십과 수평 리더십, 핵심 인재와 일하는 기술, 일을 잘 맡긴다는 것, 변하지 않는 리더의 철학 등의 읽을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무대위에 올라가 무심히 무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제삼자의 입장에서 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루만 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더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고, 더 잘 소통할 수 있고, 긴장을 풀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을 위해서는 언제 자신이 최적의 상태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위트 스팟’을 찾고 몰입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최적의 지점에서는 누구든 최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지점은 지루함과 스트레스의 중간쯤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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