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장 큰 문제는 거울 자체에 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과 "구리 거울"은 두 시인의 생애만큼이나 대조적이다. 미당의 거울은 어설픈 흉내다. 나르시스의 거울, 바슐라르의 투명한 거울(90쪽)은 서구에도 없다. 거울의 위계는곧 존재의 위계다. 녹슨 구리 거울, 감옥의 플라스틱 거울, 공중화장실의 얼룩진 거울, 요철(凹凸) 렌즈……. 여성, 제3세계 민중, 주변인에게는 투명한 거울이 주어지지 않는다. 윤동주는 정확했다. "구리 거울은 욕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