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밤 사이 눈이 엄청 쌓였다. 눈사람이며 눈썰매에 다양한 낭만들이 골목을 채우지만, 새벽을 밝히며 출근하는 차량들의 엉거주춤한 뒤태는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그 와중에 친구 한 녀석이 아침부터 카톡이다. 운전이 서툰 주제에 이 새벽 눈길을 헤치며 스타벅스에 가야 한단다. 오늘 뭐라더라? 무슨 새로운 모빌인지 뭔지가 나온다며. 스벅엔 커피를 마시러 가는게 아니란다. 관련 상품과 분위기?

이 책에서도 그런 말이 있다.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는 커피가 아니라 장소때문이라고, 스벅은 커피장사가 아니라 부동산 장사라고.( 며칠 전에 읽은 책에 모비딕의 원 모델이 된 고래 이름이 모카딕이라고 한다. 스벅창업주가 알았다면 스타벅스가 아니라 모카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이, 모카딕 가서 커피 한 잔? 뭔가 어색하다.) 모두가 원하는 자리이기에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중고차는 접근성이 용이하다고 더 비싸도 사진 않지만, 커피는 동네커피보다 시내커피가 비싸도 사 마신다는 것. 런던아이앞엔 커피숍이 1개, 집값이 너무 비싸고, 커피값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공정무역이니 뭐니 도덕성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릴 수는 있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거기다 스벅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다양한 레시피와 종류가 많다는 것, 커피 종류라기 보단 샷 추가등을 이용해 가격에 둔감하거나 민감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되게 한 것.

비행기에서 일등석 승객이 먼저 탄다던가, 초기 영국기차에서 3등칸엔 지붕도 없고 나무의자로 만든 건, 돈이 없으면 저렇게 된다는 걸 통해 고가 승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세일을 1년에 그닥 자주 하지 않는 건(지금은 매번 세일을 하는 것 같은데.) 가격에 무딘 이들은 세일을 하지 않아도 사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의 맛이나 모양 등등을 아주 조금씩 다르게 그리고 가격도 다양하게 하는 가격교란정책을 통해 물건 가격 예측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시장간 상품 전파 가능성이 없거나, 시장이 명확한 구분이 되면 이중 가격제를 쓰기도 한다. 에이즈 치료제 같은 경우는 유럽에 비싸도 가능하지만, 아프리카 등은 가격이 오르면 치료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디즈니 경우도 올란도 사람들에겐 할인을 해 주지만, 관공객은 가격에 둔감하며 비싸도 입장하기에 이중가격제를 쓴다.

영국은 저소등층을 위해 기름난방과 관련된 세금을 낮추었지만, 오히려 질 낮은 기름을 써 노인들과 저소득층이 동사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오히려 노인들과 저소득층에 지원을 하자, 단열재나 질 좋은 기름, 혹은 따뜻한 곳으로의 이사가 가능해져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는 산성비에 섞인 이산화황에 대해 처리비용에 대한 바우처를 만들었지만, 회사들이 구매를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산화황의 처리비용은 굉장히 저렴했고, 지금까지 회사 등이 이산화황의 처리비용이 크다고 국가를 속였던 것이다.

“좋은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 없다”

왜 일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너무 극대화되면 시장이 붕괴가 될 수 있으니, 적당히 정보를 제공한다. 번듯한 가게와 고급진 인테리어는 날 믿어라는 신뢰성과 낭비적 과시이기도 하다. 좋은 차를 파는 것 같아 갔지만. 결국 내가 사는 것은 나쁜 차라는 것, 그러나 매번 나쁜 차만 사게 되면 아무도 오지 않게 되니, 간간히 좋은 차도 섞어서 판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작가는 소득을 높여야 환경도 개선된다고 말한다. 기업들에게 환경제재를 가하면 결국 환경제재가 없는 낙후지역으로 옮겨 갈 뿐이라는 것이다.

빈곤국의 아이들에게, 아동노동이나 인권을 들먹이며 일자리를 빼앗아 굶어죽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적정한 노동량과 보수를 높여 교육과 일을 병행하게 하자는 대안이 나왔지만, 지켜지는 곳은 미비하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왜 가난한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가이다. 그것은 결국 가난한 이들에게 비용대비 더 낮고 후진 서비스를 통해서, 사실 좀 더 나아지게 바꿀 수도 있음에도 그러하지 않는 이유는, 부자들을 겁주기 위해서라는 거다. 영국의 초창기 기차에서 3등칸에 굳이 지붕을 없애고, 의자 또한 그렇게 원가절감이 되지 않음에도 딱딱하고 흉한 나무의자를 놔 둔 이유는, 1등석을 살 부자들에게 2등석도 꽤 괜찮다고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며, 싸구려 물건들의 디자인을 엉망으로 하는 이유 또한, 비슷한 기능에 조금 더 나은 디자인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경제에 공정성을 좀 더 중요시하면 아무래도 국가 개입이 커지고, 결국 소득세 등으로 통제를 가하게 된다. 너무 많은 세금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타이거 우즈를 예로 든다. 매번 70%의 세금을 내던가 아니면 한 번에 30억을 내고 나머지 버는 금액은 모두 타이거 우즈의 것 등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쪽으로 문외한인 내겐 이런 경제책들이 고맙다. 기본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어와 사례를 통해, 나도 어느 정도는 경제인? 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여전히 스벅에서 자리를 사고, 중고차 시장에 간다면 좋은 차보단 나쁜 차를 사 올 확률이 훨씬 높지만 일단 이 책에 대한 경제적 만족도는 높다. (사실 나는 면허증이 없으니 중고차 시장 걱정은 하지 않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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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09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있는 얘기들이 많은 책이네요. 아 근데 현실 경제는 어려워요. 인간의 욕망이 너무 다양하고, 심지어 그 욕망들이 너무나도 집요하여 도대체 공정한 경제라는게 가능하기는 한걸까요?

mini74 2021-01-09 09:25   좋아요 0 | URL
어떤 책엔 공정한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상술, 정책, 욕망도 파는 게 자본주의라고 하더라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