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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사 -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
강문종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조선잡사, 부제가 사농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시대 직업의 모든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직업들에 대한 나열과, 그들 직업에 대한 대략적 설명과 애환 및 그런 직업으로 유명해진 이들에 대한 글이다.
만약 내가 조선시대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혹은 내가 원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한 번 가 볼까 한다. 나름 좀 사는 양반집 안방 마님이라면?
오늘은 중요한 양반가 아녀자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일찍 매분구(화장품 외판원)를 불렀건만 아직 오고 있지 않다. 다행히 가체장(가체 만드는 이 )이 제대로 풍성하게 가체를 만들어서 이건 나름 만족할 만하다. 특히 남편이 상투를 멋스럽게 틀겠다며, 정수리 주변을 확 깎아 베코를 친 덕분에, 남편 머리카락도 같이 가체 만드는데 넣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이 모임 장소라, 화장(조화 만드는 이)을 불러 잠화들로 집을 꾸몄고, 떼군(목재를 운반하는일꾼)들이 갖고 온 목재로 정자도 완성했으니, 정자에서 재담꾼 박뱁새랑 관현맹(맹인악사)를 불러 흥을 돋운 후에 세책점주에게 빌려온 명나라 최신간을 전기수나 책비에게 읽게 해야 겠다.
멀리 외곽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녀석이 방직기(외곽근무하는 이들의 시중을 들어주는 관기)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전인(우체부)을 통해 편지를 보내왔는데,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최경창과 홍랑짝은 안나지 않겠는가.
잠녀(해녀)를 통해서 받아 온 전복으로 음식을 만들라고 했는데 잘 되겠지? 김씨부인이 안화상(짝퉁판매자)에게 속아 도라지를 인삼으로 샀다는데 그 이야기나 자세히 들어봐야겠다.
참, 오늘 진시에 숙사(입주가정교사)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오시에 모임이니 넉넉하겠지?
정씨부인은 집을 옮긴다는데, 집주름(부동산중개인)농간이 장난이 아니라던데 속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오늘 따라 거울도 속을 썩인다. 얼마 전에 마경장(금속거울 관리사)을 불러 관리를 했는데도 뿌옇다. 아무래도 역관을 통해 뇌물을 써서라도 유리거울을 장만해야겠다.
아버님은 아침부터 기객(프로바둑기사)과 바둑 삼매경이시고, 남편은 오시에 농후자(원숭이 길들여 공연)구경을 갔다가 시내 건너 둘째의 과거시험을 위해 이름 난 거벽(대리시험자)을 만나러 간다는데, 물이 찬데 월척군(업어서 시내를 건내주는 이)이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시험을 치려면 거벽뿐만 아니라 서수(글씨 예쁘게 써 주는 이)도 필요한데......
아니, 오늘 오기로 되어 있는 박뱁새가 못 온다니, 어떻게 하지. 급한데로 환술가(마술사)라도 불러? 아니면 가객(가수) 노래나 들을까. 아니면 재미로 판수(맹인 점쟁이)를 불러 점술이나 볼까. 얼마쯤 돈이 더 들듯한데, 아무래도 우리집 겸인(집사)은 산술이 약하니 산원(수학자, 회계사)을 불러 해결을 봐야겠다. 누구는 우리보고 식리인(사채업자)으로 부자가 됐다고 비웃지만, 세종의 사위나 한명회도 유명한 식리인인걸. 편사(사기꾼)나 도주자(위폐제작)보단 훨씬 낫다.
조선시대에도 많은 직업이 있었다. 이 외에도 종이 만드는 지장, 도공인 사기장, 글자 새기는 각수, 검시하는 오작인, 변호사역할의 외지부, 우마차를 끄는 차부, 궁궐의 우체부 글월비자, 보부상, 그리고 돗자리나 짚신을 짜는 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열심히 가족을 부양하고 살았던 선량한 그들이 지금 우리에게도 남아 있다.
2020년, 70%를 참으며 30%로 1년을 살아낸 해다. 내년?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