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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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는 목적이 있다.

특히 한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같은 도시계획엔 많은 요소들이 적용된다.
하인츠 캘러는 로마의 도시계획에 대해서
“ 어떤 특정한 중심을 기점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도시형태는 로마의 종교성에 기인한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로마는 다신교였지만, 그리스의 각 도시가 각기 다른 신을 주신으로 삼는 것과는 달리 로마는 주피터를 주신으로 일종의 주종관계를 이룩하였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건축물과 그 배치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었고, 이 체계는 계획적이고, 중심축을 가지고 있었으며, 따라서 균제의 성격을 보였다. 즉, 로마의 건축은 인위적으로 중심축을 정하고 그것에 맞추어 건물 군을 정렬하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고 말했다.

로마뿐 아니라 수많은 도시들은 정치 사회적 중요도에 따라 건물이 배치되었고 건설되었다.
그 속에 사람의 가치나 편리와 편안함은 부차적 문제였다.

라틴아메리카 등 식민지국가는 자신들의 문화나 지리적 특징과 상관없이 에스파냐나 포르투칼에 의해 “격자형 가로망 패턴”으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가장 중요한 식민지와 관련된 제국주의 청사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 위주로 대성당과 고위급관리와 귀족등이 사는 곳이며, 중심과 멀어질수록 가난해진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여전히 제국주의에서 독재정권 등으로 주인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패턴은 급격한 도시화등은 염두에 두지 않아, 결국 도시근처의 불법 건축물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 문제점들이 대두된다.

또한 상업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도시들도 많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 의도를 들어냄으로서 오히려 덜 위선적으로 보이는 곳.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가 아닐까.
라스베이거스는 결국 불황의 여파로 임대료등이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상업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라스베이거스는 결국 경제적이 이유로 만들어져 경제적 이유로 몰락하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는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따로 만들어진 환상의 나라”라며 정의했다.
욕망을 위해, 오로지 소비를 위해 만들어진 두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가 둘 다 미국에 있다는 것이 바로 미국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본질이 되지 않을까.
이 두 도시는 오로지 욕망을 위해, 더 큰 소비를 부르기 위한 설득의 건축공간이다.

영국의 건축가인 에드윈 루티엔스는 베이커와 함께 뉴델리를 건설한다.
라틴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총독부를 중심으로 배치되었으며, 제국통치의 위대함을 대칭으로 보여주는 기능적 건축이었다. 뉴델리는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상징물로서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다.

20세기 제국주의의 웅대함을 보여주려 했던 목적의 건축에서, 소비와 욕망을 발산하는 기능과 설득의 건축 등에서 인간중심 사상의 대두로, 조금씩 인간 개인의 특징과 사생화를 보호하는 쪽으로 중점을 둔 건축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국 건축은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공간이다. 주인공은 돈도 제국주의도 정치나 사상도 아닌 인간인 것이다.

1887년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그리로 태어나, 가명 르코르뷔지에로 더 유명해진 건축가.
그는 슬라브와 기둥으로 돔이노 구조를 만들어 현대건축의 기본구조를 구축하여 집 또한 표준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시트로앵자동차에서 본 따 시트로앙주택이라 불리는 돔이노 구조의 이 집은 표준화와 규격화를 통해 편리와 효율성에 저렴함까지 갖추어, 1차 대전 후 집을 잃은 피난민들에게 새로운 집을 빠른 시일에 선사했다.

떠다니는 흰상자로 유명한 빌라 사보아, 물론 물이 새는 주택으로 더 악명이 높지만, 수평창고 옥상 정원 등은 새로운 시도였다
마르세이유에 지은 환하고 편하고 아름다운데 경제적이기까지한 아파트, 그리고 게딱지 지붕을 올린 롱샹성당 라투레트 수도원등이 그의 철학과 함께 소개된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저작권때문인지, 구제적이거나 제대로 된 건물 사진들이 이 책엔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그가 추구하는 것은 편안함과 고요였다.
“편안함과 고요”

나만의 방이 절실했던 사춘기와, 북적이는 아이들과 신나지만 힘들었던, 거실이 방이었던 사생활이라곤 없던 시절을 지나,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남는 것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제 편안함과 고요, 창문으로 풍경을 보고 사색하며 살 수 있는 곳. 그러니 그리 큰 평수는 필요없다. 르코르뷔지에가 아내를 위해 지어 준 4평의 통나무집처럼. 밖으로 나가면 지중해가 내 수영장이 되고, 하늘이 내 창이 되는 그 곳.

그는 오스트리아의 건물들을 보며 예술의 본질이라곤 없는 “현대판 포템킨”같다고 했다. 우리 또한 보여주기 위한 집에서 소중한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이 몸을 누이고 안식을 느끼는데 그의 말처럼 4평이면 충분한걸까. 죽어서는 그 4평도 너무 넓은 것을.

( 표지그림은 테오 반 되스버그, 몬드리안과 같이 데스틸을 결성 , 르코르뷔지에와 어울리는 표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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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치즈 정주행하려고요. 이제 겨우 2권 니체인데 르 코르뷔지에까지 가려면 갈길이 머네요. 읽고싶은 건축가인데요. ㅎㅎ

mini74 2020-09-15 19:06   좋아요 0 | URL
응원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분야만 골라서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