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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의 추석 이야기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평점 :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은?
달, 송편?
우리집은 큰집이다. 정신없이 음식을 미친 듯이 몇 광주리 하고 나면, 달이 뜬다. 추선 전날의 달. 그러고보면 그 달 한번을 제대로 쳐다보질 못했다.
쑤셔대는 몸으로 자는 둥 마는 둥하다보면, 추석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세수하고, 언니들과 총 출동해서 제기를 닦고 ...
아버지는 밤을 깍고 지방을 쓰셨다. 내게 추석은 정신없음과 기름냄새로 기억된다.
한복입고 할머니께 인사드리러오는 큰할아버지, 오촌 육촌의 수많은 낯선 아저씨들과, 그분들을 위해 부엌에서 대기하며 상시 상을 내가던 엄마와 언니들. 그리고 그 다음날엔 고모들.
명절날 오붓하게 우리 가족끼리 보내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송편을 빗는게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는 양만 만들고 싶었다. 튀김집 차린 듯, 전집 차린 듯, 거기다 나물도 한 소쿠리, 그러고 보면 술도 담았다. 꼭 예민한 오빠방이 아니라 언니들이 자는 방에 담요를 뒤집어 쓴 술단지와, 그 옆엔 단감 삭히는 단지, 그리고 겨울이면 메주들까지......
추석이 지나도 그리 즐겁진 않았다. 빠듯한 월급쟁이에 아이들 다섯, 할머니까지 있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그 달은 어쩔 수 없는 평상시보다 더 긴축재정이라고 할까. 거기다 한 일주일은 나오는 추석음식에 남은 전들을 때려넣고 끓이는 전찌개.
난 명절이 정말 즐겁지 않았다, 8번의 제사도.
그래서 결심했다. 결혼을 만약 한다면 오붓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그렇지만 어디 결혼이 그런가. 몸을 쓰는 일엔 이력이 나서 전이고 튀김이고 탕국이고 상관이 없지만 마음의 불편함과 내 고향이 아님에 내 어머니가 아님에, 그리고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며느리에 대한 하대. 그러면서 느꼈다. 우리집 명절 풍경이 싫지만은 않았음을. 산더미같지만, 아빠가 튀김옷을 묻혀 주시고, 우리는 튀기면서, 또 맛난 것 맛 보라며, 맛있는 것 먼저 먹어보라며 몰래 입에 넣어주던 언니들과 엄마. 송편이 좀 터져도 웃어주던 그 곳.
물론 그 곳에도 빤질거리며 친구들 만나러 가도 아무렇지 않던 오빠도 있었고, 당연히 딸들이 해야한다는 불편한 분위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힘들었지만 명절날 서러워서, 엄마가 보고싶어서 몰래 달보며 울던 일은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추석책, 아마 다들 알 것이다.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도 예쁘다. 삽화만으로도 이야기꺼리가 잔뜩이다. 정감있는 7-80년대의 모습.
어린 솔이와 동생이 나오는 추석이야기다. 엄마와 아빠는 추석을 준비하고, 이웃들이 목욕탕에서 이발소에 분주히 고향갈 준비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고속버스를 타고 당산나무있는 아빠의 고향에 도착해 추석준비를 하고, 달을 본다. 다음 날 차례를 지내고 신나게 마을사람들과 놀면서 그렇게 추석을 보낸다. 다음 날 새벽, 할머니가 싸 주신 참기름과 호박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솔이네 이야기다.
엄마 아빠 어릴적에 하며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그런데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왜 집에 가요? 솔이네는 외할머니집 안 가?”
피곤해서 한 밤 집에서 자고 내일 갈거야 라고 말했지만, 아이 눈엔 영 이상했나보다.
그러니 이제 추석그림책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못 가는 가족용
외가 먼저 가는 가족용
친가 먼저 가는 가족용
다 같이 여행가는 가족용.
역귀성 가족용.
모이지 않는 가족용.
그때 그때 맞춰 읽힐 수 있게 다양한 버전이 나오기를~
아이가 추석이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소원을 왜 달에게 비냐는 것.
그럴때면 오래된 신화를 이야기해주곤 했다.
"옛날 동방의 천제 제준과 태양의 여신 희화사이에 10명의 아들들이 있었어. 이 아들들은 모두 태양이었어. 평상시는 부상이란 큰 뽕나무위에서 삼족오 모습으로 쉬다가 아침이면, 하나씩 떠서 서쪽의 우연이란 연못으로 가게 된단다. 그러다 어느날 심심해진 10명의 아들들이 몽땅 세상으로 나온거야. 세상은 불타올랐고, 여축이란 용한 무당도 하늘에 태양을 사라지게 해달라고 빌다가 타 죽었지. 그 당시의 요임금과 백성들의 고통과 원성이 커지자, 제준은 활을 잘 쏘는 예에게 붉은 활과 흰 화살을 주고 아내인 항아와 같이 내려가게 했어.
제준은 활을 쏘아 태양을 맞췄어. 태양들은 놀라서 빌었어. 이때 그만두면 되는데, 사람들이 모두 우와 해주자, 예는 계속 활을 쏴버렸지, 결국 하나의 태양을 남기고 모두 활을 쏘아 죽여버렸어, 그 후 예는 뱀에 사람얼굴의 알유나 머리가 아홉 개인 구영, 사나운 새 대풍,착치 ,큰 구렁이 파사 등을 물리쳤어. 어때? 꼭 헤라클레스의 모험같지 않아?
모든 임무를 마쳤는데 하늘에서 연락이 없는거야. 화가 난 제준이 예를 하늘로 불러올리지 않은거지. 예와 그의 아내 항아는 졸지에 인간세상에서 인간이 되어버린거야.
설상가상으로 예는 복비라는 하백의 아내와 바람도 피워. 하백도 유명한 바람둥이인데, 아내의 바람은 용서가 안되었는지 용으로 변해 예와 싸워. 예가 용으로 변한 하백의 눈을 맞춰버리며 싱겁게 끝나. 그 후 예는 서왕모(곤륜산에 살아. 곤륜산은 옥으로 된 산이며 천도복숭아를 키워)에게 가서 불사약을 얻어 와서 항아에게 주면서 우리 같이 먹고 하늘로 다시 올라가자고 하지. 그런데 항아는 사고도 치고 바람도 피운 예가 미워서, 혼자 다 마시곤 올라가 버린단다. 그런데 올라가다 보니 남편을 버리고 온 것에 대해 하늘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 같은거야. 그래서 결국 올라가다 중간에 달이란 곳에서 자리를 잡아. 그런데 이 불사약이 청춘을 지켜주진 않나봐. 항아는 쭈글쭈글 두꺼비가 되어 버려. 그래서 토끼로 변신한 시녀들에게 청춘을 돌려주는 약을 만들게 해. 토끼들은 약방아에다가 약초를 넣고 열심히 빻고 있는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달을 보며 그 청춘의 약을 좀 나눠주세요 하다가, 건강하게 해주세요에서 소원을 비는 것까지 발전이 되었단다."
요번 추석엔 아무래도 이동이 적을 듯하다.
어릴 적 아이와 만든 추석책이다.
추석날 하는 행사들, 추석이야기 서로 나누며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 A4 한 장만 있음 가능~ 유투브에 만드는 법도 있음~)
추석날 가장 풍년이 든 집에 거북 혹은 소 모양 탈을 쓰고 가서 밥을 얻어 먹거나, 아니면 추석전에 친정어머니와 반보기를 한다던가( 친정과 시댁의 중간에서 만나 서로 선물과 음식을 나눈다) 밭고랑 기기(아이들이 옷을 벗고 달밤에 밭고랑을 기면 부스럼 등이 안 난다고 한다) 올게심니(첫 수확한 벼를 X모양으로 해서 걸어놓으면 풍년이 든단다.)등 설명하며 올 추석엔 달을 보고 무슨 소원을 빌지도 이야기 해보자.
음.....나는 우리 아이 꼭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코로나 백신을 부탁드려요 중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