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떡하지? 이럴 때 펼쳐 보는 그림 사전
니시와키 다다시 지음, 황국영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구름을 관찰하라고 했다. 매번 바뀌는 피사체를 보면서 관찰의 힘을 기그라는 것이었을까. 그래서인지 그 시대 화가의 그림을 한 번씩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름들이 보인다. 사람처럼 보이는 구름. 뭔가 수레를 끄는 듯한 구름.
우리도 어릴 때 친구들과 구름을 보며 재미있는 모양을 찾지 않았던가.
고양이 모양, 강아지 모양, 어딘가 캐릭터를 닮은 모양.
어릴 적엔 어떡하지? 의 향연이었다.
숙제를 까먹어서, 안 갖고 와서, 청소당번인데 걸레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학교화장실은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아서 (집으로 뛰어 간 적도 있다. 다행히 어린 시절 우리집과 학교는 담벼락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 V를 보면서 파충류외계인이 오면 어떡하나,
그 해 유행했던 홍콩할매귀신 이야기에(홍콩할매 귀신이 밤이면 토끼띠랑 양띠랑 등등 주로 약한 띠의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유행했고, 급기야 교장샘이 방송도 했었던 기억, 그런 것 믿지 말라고.)범띠인 내가 우리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무서워서 어떡하지 ...
시험을 못 쳐서 어떡하지.
대학을 떨어지면 어떡하지.
점점 더 못생겨지면 어떡하지.....이건 정말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커선,
취직이 안 되면 어떡하지
취직이 되고 나선, 매일 가기 싫은데 도대체 몇 년 아니 몇 십년을 다녀하다니 어떡하지
회식 짜증나는데 안 간다면 찍히겠지 어떡하지.
결혼하곤
제사, 명절, 생신 그 외 기타등등
나 시집오기 전엔 간단명료했다던 행사들이 왜 이리 치렁치렁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고 긴 음식향연과 꼭 같이 자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대대적 행사가 된 거지?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
지금은
허리가 아파오네 늙는가봐 어떡하지
아이 대입원서 쓸 데가....어떡하지
우리 강아지가 늙어가는데....우리 강아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순장해달라고 할까 . 어떡하지
부모님과 이별, 여전히 준비라곤 되어 있지 않은데 어떡하지.
심각하고 우울한 고민들이 잔뜩인 이 곳. 내가 자리 잡은 이 곳.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우울한 고민들의 어떡하지 가 아니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했었지만 까먹었던 소소한 고민들
그리고 그런 소소한 고민들이 해결책을 황당하고 귀엽게 풀어내면서, 오히려 내 등에 짊어진 커다란 고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준다.
꼬르륵 소리가 나면 어떡하지부터 사소한 고민들, 귀여운 해결책들이 조금은 나의 우울한 어떡하지를 해결해 주는 듯한 느낌. que será, ser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