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땐 서로 뒹굴며 즐거웠다.
같은 책을 큰 소리로 읽으며 공감하고, 같은 만화보며 변신로봇을 조립하던 때.
수 많은 그림책들 쌓아놓고 같이 읽고 같이 울며 공감하던 때.
그러다 아이가 커지면 가끔 낯선 모습도 보이고 멀어진 것 같아 서운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우린 같은 곳을 봤지만 , 성장하면서 부모도 아이를 밀어낸 건 아닐까
글을 읽을 줄 아니 이제 혼자 읽으렴. 잠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시간대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아이방문을 닫고, 남편과 맥주와 영화를 즐기며 이제 육아 끝 행복 시작이라며 좋아했었다.
그러면서 아이책과 나의 책들이 분리되고 공감대도 그렇고.
커 가면서 낯설어지는 아이를 보며, 예전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콤했는지, 참 나에게도 고마운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아이가 사 놓거나 사 달라던 책들을 같이 읽기 시작했다.
주로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
그런데 웬걸? 너무 재미있는거다.
아이 초등때 같이 읽은 해리포터 스티븐 킹 단편들
반지의 제왕들.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종이동물원
테드창까지.
특히 테드창의 소설들은 우리의 최애책이 되어 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용설명서를 쓰는 직업을 가진 테드창. 그래서일까. 문체가 반듯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꼭 필요한 단어들이 문장이되어 생각을 곱씹게 한다.
특히 신과 구원에 대한 단편인 “신의 부재는 지옥”은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 정말 세련되고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가르쳐 준다. 진정한 신앙은 신의 부재에도 신을 믿는 것이다.
철학과 수 많은 지식과 지혜가 sf란 장르속에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 있다. 그러면서 김초운의 단편까지 우린 같은 책을 읽고 가끔 책속 이야기를 꺼내 공감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다시 조금씩 사춘기란 길을 가는 아이의 말동무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도저히 이 책들은 같이 읽기 힘들다. 라노벨. ㅠㅠ 아이도 이책들은 같이 읽길 원하지 않는다. 나의 로맨스소설과 아이의 라노벨은 서로 지켜주기로 ㅎ
특히 해리포터를 읽고나서 같이 읽은 해리포터 사이언스는 아이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해리포터 속 수많은 마법과 마술이 사실은 과학으로 구현됨을 보며 흥미를 느끼고 과학을 좀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책들도 자랐다. 여전히 마블책을 수집하고 만화책들을 아끼지만, 코스모스부터 이기적 유전자에서 육식의 종말과 총균쇠까지 같이 읽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며 그렇게 완독의 즐거움과 책을 읽을수록 느끼게 되는 겸손함을 얻게 되었다고 할까.
그닥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이 옳은지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는 아이로 자라주어 고맙지만, 아직 갈길이 멀기에 이런 생각 또한 오만이겠지,
사춘기 문을 닫는 아이들,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달라 쾌락에 대한 속도를 절제란 분이 따라오지 못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병, 감기같은 거라니, 뒹굴며 같이 책 읽던 추억을 자양분 삼아, 콧물 흘릴때 닦아라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길 바라본다.(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ㅠㅠ)
(아이와 같이 거실에 이불을 펴 놓고 뒹굴며 책을 읽던 일, 심야 영화관에서 마블을 보고 행복해하며 걷던 늦은 밤의 기억들. 우리나라에서 고3에게 책도 영화도 사치. 잠조차 사치인 곳.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곧 너도 친구들이나 혹은 설레는 누군가와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마블영화를 보며 그 시간을 고이 기억할 날이 올거야. 힘내라 고3들 !)
(아래는 아이와 같이 공유하는 책장? 들이다.~ 중고등 필독서들이 많아서 가족 모두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