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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호 품목의 경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7
토머스 핀천 지음, 김성곤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열역학 제2법칙
‘열의 출입이 차단된 고립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하며, 결국에는 엔트로피가 극대값을 가지는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즉 닫힌 사회는 결국 파멸한다.
안주하며 살던 가정주부 에디파는 소외된 이들, 미국의 검은 그림자같은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믿고 마무르던 닫힌 사회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혹시 자신이 미쳐버린 것인지 옛남친의 짓궂은 장난인지 왜 나와 관련된 이들이 죽어가는지 마치 환각에 취한듯 혹은 환상을 보는 듯 하지만, 그녀가 보는 것은 현실이며 그녀가 속했던 예전 세계가 마치 연극처럼 느껴진다.
매트릭스에서 알약을 먹고 현실을 인지하듯 여기서는 LSD를 먹고 현실을 지운다. 깨어나려는 그녀는 끊임없은 소외된 자들의 소통을 보면서 , 아프지만 자신이 믿고 있던 나름의 안락했던 삶에서 벗어나 진실을 찾으려 한다.
그녀는 우연히 옛남친의 유산정리사로 지정되었음을 통보받고 어찌할바를 몰라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결국 우표나 연극 그리고 낙서 속 힌트들을 통해 현실을 자각하려는 그리고 소외된 이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솔직히 상징이 많아 헷갈리기도 했다. 너무 많으니 혹시 이건 그냥 작가가 썼을뿐인데 상징을 찾으려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1950년대 냉전의 시대이자 매카시즘의 시대를 지나 히피들이 판치던 혼란의 시대 1960년대.
그러니 이 시대 미국은 말 잘 듣는 아이와 질문하는 아이로 나뉘는 때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누가 더 나은지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러운 시대.
질문하는 아이들, 그리고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민주주의라면서도 빈자에겐 주어지지 않는 권리를 즉 상속의 권리(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를 원하지만 철저히 배척되는 이들이 서로 적극적 공감과 소통을 하는 비밀단체?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라푼젤처럼 그저 높은 탑에서 아무 것도 모른체 살아가던 에디파는 탑에서 나와 새로운 상징들을 쫓으며 그녀 또한 소외된 이로서 자각하고 결국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그녀는 비밀을 알아냈을까.
미국이 말하던 자랑스런 가치와 도덕은 사실 위선적이며, 어쩌면 오히려 옳지 않음과 부도덕을 가르치는 것, 옆을 보지 말고 그저 가르치는 것만 받아들이며 멍한 눈으로 세상을 살라는 것, 그 세상에서 사는 것이 행복일까 내적 혼란을 통해 장막을 걷어내고 깨달음을 얻는 것일까
기억에 남는 것이 에코모텔이다.
제우스의 바람을 감싸려 헤라에게 수다를 떨다가, 분노한 헤라에 의해 남의 말을 따라서만 할 수 있게 된 에코가, 나르시스를 사랑해 그의 차가운 거절에 말라죽어간 에코가 치마를 펄렁이며 자본주의의 미소와 몸매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애절한 사랑은 묻히고 가려지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건 결국 보여주고자 하는 자의 목적일뿐, 실제 아프고 힘들었을 에코는 볼 수 없다. 그 장막을 들추며 에디파는 현실을 보게 된다. 아름답지 않은, 미칠 것 같은 현실. 그래서 더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증거들을 모아 수수께끼를 푸는 것 그래서 본인 또한 그 곳에서 소통함으로서 소멸되지 않기를.
트레스테. 우울하나 제 3의 가능성이 있는 곳.
( 아래의 그림은 ~ 지구의 덮개를 수놓으며~ 책 속에 삽입된 그림이며, 에디파가 감동해 눈물을 흘린 그림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