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인간 - 확증편향의 시대, 인간에 대한 새롭고 오래된 대답
박규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심하는 인간

 

코기토 에르고 숨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한 이 말은 근대 과학에 기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이성 활동의 결과물인 과학을, 확실하지 않는 의심스러운 어떤 것 위에 건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확실하고 오류불가능한 명제로서 다른 모든 인간의 지식을 보장하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끝없는 회의를 통해 결국 어떠한 조건에도 확실한 코기토 에르고숨에 이릅니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이르기 위해 사용했던 것을 '방법적 회의'라고 하는데, 방법적회의란 인간은 어떤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하는 회의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확실한 인식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회의입니다. 다시말하면 아무리 의심하려 해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을 찾기 위한 방법입니다.

 

출판사 추수밭에서 출간된 의심하는 인간은 회의하는 인간에 대한 책으로서 오늘날 회의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한 책입니다.

현대인이 불안하고 불행한 이유가 독단주의와 자기중심성 때문임을 지적하고, 종교적 관용과 정치적 배려를 잃어버린 시대에 그 해결책으로 회의주의를 제시합니다.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근대철학자에 이르기 까지 고대 회의주의가 끼친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고대 회의주의가 지향하는 것이 진리와 자유임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을 짓누르는 각종 도그마와 이데올로기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이 책에서 회의란 앎의 문제에 있어서 확실성을 의심하는 지적인 태도라고 정의합니다.

오늘날은 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다툼이 많고, 확실성의 지나침 때문에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의 주장만이 옳다고 확신하고 상대진영의 주장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종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용이란 종교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종교영역에서 조차 자신의 도그마만을 강조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불안하고 불행할 따름입니다.

그 해결책을 저자는 회의주의에서 찾습니다.

 

이 책의 집필의도와 목적이 잘 드러나는 문장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이 책은 현대사회가 교만과 독단에 갇힌 채 불안과 불행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고대 그리스의 회의주의적인 삶의 지혜와 기술을 비롯해 호모 두비탄스라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고대 회의주의 철학이 현대인의 불안과 불행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서구 철학사에 엄연히 존재해온 고대 회의주의의 역사와 그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찰하여, 현대인에게 필요한 마음의 평안과 행복, 그리고 그에 필요한 삶의 자세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전달하고자 했다. ”

 

고대의 회의주의는 수상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에 와서 새롭게 해석되고 발전합니다. 앞에서 말한 데카르트는 확실성을 추구함으로써 고대 회의주의와 특성을 달리하지만 그가 확실성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회의주의를 선택함으써, 근대철학에서 회의주는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근대철학은 몽테뉴가 뿌린 회의주의를 수용하고 변형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의 역사를 발전하게 했던 동력중 호모 두비탄스라는 인간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고, 확신으로 가득차 오만과 교만이 지나친 현실에 절실히 필요한 인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