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나들
김남석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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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나들

변하지 않는 ‘나’란 실재로 존재 할까?

철학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나’라는 것의 존재 여부가 오랜 시간 논쟁거리 였습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주장하므로 이에 따르면 ‘나’라는 것은 존재 하지 않는 허상이라고 할 것입니다. 영원불멸하는 자아가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할 때, 인간의 감정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게 된다고 불교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실제, 과학적으로 보아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사람이 살이 있는 동안 끊임없이 죽고 끊임없이 새롭게 생겨나므로, 어제 나를 구성하는 세포와 오늘 나를 구성하는 세포란 같지 않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는 아닌 것입니다.

이 책 ‘세상의 모든 나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철학적인 내용이 나오는데, 제3장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과연 같은 나일까?에서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주인공을 통해 이런 철학적 물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합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개인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인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인간을 통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과연 같은 인간인가 하는 물음을 직접적으로 제기합니다. 또한 바뀌는 얼굴 때문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보증해 줄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을 처음 몇 장만 읽으려 하였으나,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나 고전을 통해 ‘나’라는 존재와 인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함으로써, 그 동안 마음속에 묻어두 었던 근본적인 물음을 해소 시켜 주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예전에 글자로만 읽었던 고전을 더욱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를 노벨문학상을 받게 한 작품으로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어서 읽은 적이 있는데, 오늘도 내일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만 나오는 작품이라서 지루하기도 하였고, 이 작품이 왜 그토록 찬양을 받는 작품인지 저로서는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나들’에서 소개한 내용을 읽고는 인생의 한 면, 아니 온전하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된 것 같아 전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다리는 모든 것들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합격을 기다리고, 생일을 기다리고,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졸업을 기다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이러한 기다리는 행위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내 인생이란 항상 무언가를 기다리는 행위의 연속입니다. 마지막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하는 행위는 기다림의 무료함을 없애기 위한 시간 때우기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인생의 목적은 없으며 굳이 목적이 있다면 ‘한 평생을 온전하게 살아나가는 것’이라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에 동의하는 저로서는, 인생이란 것이 기다는 행위의 연속이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메시지를 통해 또 한번 캠벨의 위 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고전과 신화, 기억등을 통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하는 근본적 물음을 우리가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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