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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ㅣ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이화북스에서 최근 출간된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세계 3대 전기 작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그가 쓴 전기 ‘조제프 푸셰’를 읽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제프 푸세를 읽기 전에는 그 전기의 주인공인 조제프 푸셰뿐만 아니라 그 책을 쓴 슈테판 츠바이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책을 읽게 되면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고, 조제프 푸세라는 정치적 인간을 마음속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혁명으로 인해 세계사에 화려하게 등장한 나폴레옹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는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고, 당시 기회주의자라고 알려진 조세프 푸셰라는 정치적인 인간의 전기를 저술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권력의 작동방식을 드러내었다. 즉, 현실의 삶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정치권에서 순수하게 어떤 이념을 신봉하는 걸출한 인물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배후의 인물이 주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웅에 비하면 가치는 훨씬 떨어지지만 재간은 나은 종족으로서, 이성과 책임감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몹시 의심스러운 성격과 미숙한 지성을 지니고, 뒷줄에 숨어 현실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조제프 푸셰를 통해 사람들에게 권력의 배후에서 권력을 조종하는 인간을 경계토록 하고자 하는 의도로 역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조세프 푸셰라는 기회주의자를 우리 눈앞에 불러내었다.
이번에 출간된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색깔을 지니지 않았던 메마른 역사적인 사실이 그의 지식과 판단 그리고 그의 글솜씨 덕분에 화려한 색채를 띄고 무대에 다시 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책은 로마시대이후 지금까지 열네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작가의 평가를 곁들여 우리 앞에 내어 놓는다. 일단 수많은 역사적 사실 중에서 열네가지를 선별했다는 것에서 부터 작가의 가치관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보기에 역사의 물결을 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작가가 생각하기에 탁월한 인물이었던 사람들을 선별하여 그 자체로는 무미건조한 역사적 사실들에 자신의 평가라는 조미료를 사용하여 맛깔 스럽게 우리들을 대접한다.
이책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저자는 역사의 물길을 다르게 돌려놓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난공불락이라고 여겨 졌던 동로마제국의 제국의 성벽이 뚫린 것은 성안의 보행자들이 지나는 길목에 있는 작은 쪽문이 잠겨있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그의 부관이었던 장군의 판단착오 때문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일어난 배경을 얘기하면서 그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우연’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역사적 사실들은 슈테판 츠바이크를 통해 우리 앞에 화려한 옷을 입고 다시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에게 넌지시 암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네가 가진 것은 모두 우연이다. 그러니 겸손하라, 또 겸손하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