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기억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새로운 소설 ‘기억’은 심층기억과 전생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르네는 고등학교 역사교사입니다.
어느 날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란 공연을 보러가게 되는데, 거기서 우연히 르네는 심층기억을 경험하게 될 지원자로 뽑히게 되고, 이윽고 그는 자신의 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112번째의 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전생이라는 흥미롭고 신비로운 소재를 다룹니다.
이책을 읽고 영원한 삶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다른 생을 살기 위한 입구일 뿐이죠.
벌써 수백 번 반복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망각의 강인 레테를 건넘으로써, 우리는 이전 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처음 삶을 사는 산다고 착각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은 112번째의 삶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주인공인 르네는 누구냐는 의문입니다. 112번째 삶 중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이 르네입니까?
모두가 르네입니까. 아니면 112번의 삶을 살았던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르네라고 할 수 없습니까? 정답은 모든 사람이 르네인 것입니다. 그것은 곧 르네라는 고정된 자아는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가 생각났습니다. 그의 단편 ‘죽지 않는 사람’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 단 한 명의 죽지 않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다. 코르넬리우스 아르기파처럼 나는 신이고, 나는 영웅이고, 나는 철학자고, 나는 악마고, 나는 세계다. 이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따분하게 말하는 방식이다”
인간이 다시 태어남을 통해 영원히 삶을 반복한다면, ‘나’라는 고정된 자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아로 인해 집착이 생겨나고 집착으로 인해 고통이 생겨난다는 불교의 가름침에 따르면 자아의 소멸은 고통의 소멸을 의미 합니다.
인간이 영원한 삶을 산다라는 것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영원은 무한을 의미 하는데, 유한성을 특징으로 하는 지상에서 무한이 가능할 까요?
즉 유한에서 무한이 나올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모든 것의 속성이 유한성을 가진 지상에서 무한의 성질이 나오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반복을 통한 무한이어야 합니다.
0에서부터 9까지의 숫자를 가지고 무한한 수를 구성하려면 반드시 반복되는 숫자가 나오듯이 말입니다. 삶이 영원하다면 우리 모두는 셰익스피어가 될 수도 있고, 셰익스피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영원한 삶은 모든 것을 무가치 하게 만듭니다. 언젠가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고, 아니면 과거에 언젠가 일어났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베르나르는 사람들이 생각지 않았던 대상이나 주제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재능이 있는 것같습니다. 개미에서도 그랬고, 이책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생으로 저의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이책을 통해 영원한 삶은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