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 -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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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존재하기

 

한문화 출판사에서 출간된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한 러너가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이 느낀 것을 적은 에세이이다.

그는 달리는 중에 유일한 대화 상대인 자신과 만나게 된다.

달리면서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고동칠 때 그는 왜 자신이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은 나중에 왜 사는지에 관한 물음이 된다.

그는 달리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것을 신문사 칼럼에 연재하게 되는데,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는 사람들로부터 달리기를 철학의 수단으로 격상하였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로서, 마흔 네 살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의사 노릇을 접고 학창 시절에 즐기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달리기 선수라는 목표는 그의 나이에 맞지 않는 비이성적인 선택이었으나 그는 이 말도 안 되는일에 무조건적으로 몰입했고, 그 결과 새로운 몸과 삶을 발견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5년 뒤 그는 501마일 달리기 세계 신기록(447)을 세웠으며, 예순한 살의 나이에 3시간 1분이라는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저자는 달리면서 이제까지는 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대화한다.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자신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고비가 찾아온다. 그 때 자신을 응원해 줄 사람은 자신뿐이다. 지금 까지 달려 오면서 자신과 줄곧 이야기한 사람도 자신이고, 남은 구간을 완주 할 때 까지 자신과 함께 대화하면서 응원해줄 사람도 자신이다.

이처럼 장거리 달리기의 매력중 하나는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채 오로지 자신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한 시간 동안만은 내 목숨이 달리기에 달린 듯 달린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지금의 나와, 지난날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깨닫게 된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느끼고 바라보고 듣게 된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세계와 그 안에 존재하는 나를 신이 만 들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달리기를 통해 그 존재자체가 존재이유인 생명이 왜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된다.”

 

거리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내 모습을 다시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도 없고, 발견할 수도 없는 내면 깊은 곳. 경험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그 깊은 곳에 감춰졌던 그 모습. 철학자들이 그저 절대고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상태를 다시 찾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신호를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러너는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오랫동안 경기를 준비해 왔지만, 1마일쯤을 달리면 더 나아가 가지 못하고 왜 달리는 지 궁금해 하게 된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게 된다.

1마일 정도를 더 달려가면 유혹은 더해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속도를 늦출 뿐이다. 결승점 까지 얼마나 남았을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채, 이제는 고개를 숙이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러다보면 마지막 전력질주가 살아나게 되고, 러너는 결승점에 이르게 된다. 결승점에 도착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는 알게 된다.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한계너머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를. 그리고 달릴 때는 알지 못했던 달리는 행위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인생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지금은 내가 겪는 시련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인생의 끝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온 모든 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때, 지난날 고통스러웠던 시련이 내가 인생을 완주하기위해 반드시 지나쳐야할 길이었고, 어떤 의미였는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다음 발 디딜 곳만 바라보며 묵묵히 걸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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