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이책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소크라테스 사후 그의 대화를 기록한 글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의 주요내용은 정의에 관한 것이고, 파이돈은 영혼의 불멸성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증명이며, 향연은 사랑에 관한 그의 견해를 그의 대화를 통해 기록한 것이다.

대학교시절, 노동법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자신의 과제발표에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말을 했다가 노동법교수에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교수는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그 말의 출처가 어디냐고 물었고, 그 학생은 당황해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국민들을 감시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만든, 국민적 합의가 없는 법을 국민들이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어 왔는데, 독재자들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다는 이 말의 출처로 소크라테스와 그의 절친이였던 크리톤과의 대화인 ‘크리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크리톤을 읽어보면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그의 권유에 따르지 못함을 법의 입장에서 설명고 있다. 즉,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크리톤의 권유에 따른다면 법이 자신에게 어떻게 말할지를 크리톤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이 법을 어길 수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법을 어길수 없다고 말하는 근거는 법이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크리톤을 보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고, 또한 소크라테스가 준수하고자 했던 법은 시민적 합의에 의해 성립된 법이다. 그런데 독재자들이 말하는악법이란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법이므로, 악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의미의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위 인용은 사실과 맞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크리톤 다음 이책은 파이돈이 나오는데, 파이돈은 영혼이 불멸함을 소크라테스가 증명을 하는 이야기 이다. 불의 속성이 뜨거움과 눈의 속성인 차가움이라는 대립물을 통해 영혼의 불명성을 증명하는데, 뜨거움이 차가움을 받들이수 없고, 차가움 역시 뜨거움을 받아들이수 없다.

눈은 눈으로 존재하면서 뜨거움을 받아 들여서 이전과 동일한 눈인 동시에 뜨거울수는 결코 없다. 그러므로 뜨거움이 다가 왔을 때, 눈은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러 날 뿐이라고 한다.

생명의 속성인 영혼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대립물인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다. 즉, 영혼은 자신이 지닌 것과 반대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죽지 않음이고 따라서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와 같이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죽지 않음을 신봉하였기에 죽음앞에서도 초연하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해 보았다.

이책의 마직막은 향연인데, 향연은 아폴로도로스가 아리스토데모스로부터, 아가 톤의 집에서 열렸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여러 현인들이 사랑에 관하여 나누었던 대화를 전해 듣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인 글라우콘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리스토데모스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크라테스의 권유로 아가톤이 비극 경연 대회에 서 우승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베푸는 축하연에 동행하는데, 연회석상에서 파우사니아스는 축하객들이 전날 이미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일상적인 방식과 다른 회식을 즐기자고 제안한다. 이에 에릭시마코스가 음식과 가무단을 물리고， 참석자들이 배석한 차례대로 사랑의 신 에로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면서 즐길 것을 권한다. 이에 참석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에로스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그는 중간자이다. 완전 무지렁이도 대단한 현자도 아니다. 그는 가사적 존재자도 아니고 불사적 존재자도 아니다. 그는 그 두 존재자들의 의사소통을 중재하는 존재이다. 그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생일이 계기가 되어 만난 결핍의 여신 페니아와 길 또는 방법의 신 포로스의 아들이다. 이러한 그의 태생은 그의 성격을 이미 규정지어주고 있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모든 면에서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이다. 때문에 완전성에 이르려는 갈망으로 가득 찬 영혼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 아버지의 성격을 이어 받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줄 아는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는 노력 자체를 의미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랑이란 완전한 것, 이상적인 것에로 상승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불완전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말해 준다.

또한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 시대의 향연은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철학적 토론의 장이 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스스로 진리를 깨닫도록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상대방 스스로가 진리에 이르도록 하는 화법을 구사하는데, 이러한 그의 화법을 임산부가 스스로 아기를 낳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비유하여 산파술 이라고 한다. 이책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이 답에 스스로 이르도록하는 과정을 볼수 있다. 그리고 그의 뛰어난 논증을 보면 플라톤이 왜 그토록 소크라테스를 존경하였는지 알수 있다.

그리거 향연을 읽으면서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가 생각났다. 소설의 마지막에 파우스트 자신이 만든 간척지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상상하면서, 시간이 멈추어라 너참 아름답구나라고 파우스트가 말하는 순간 악마인 메피스토텔레스가 계약에 따라 그의 영혼을 거두려고한다. 그러나 그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면서 그의 영혼을 구원하는데, 이때 천사는 이렇게 말한다. “노력하는 자는 구원 받으리니”

파우스트는 죄도 많지만, 그가 구원받은 이유는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노력 때문이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의 이러한 내용은 향연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과 동일함을 깨닫고 즐겁기도 하고 신기하기 도하였다. 고전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