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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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

 

21세기출판사에서 출간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교수인 조문영교수의 지도하에 40명의 대학교 학부생들이 가난하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과 반빈곤활동가 10의 특별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홈리스, 철거민, 복지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쪽방촌등 우리 사회의 숨겨진 그늘을 찾아 그들의 생활실태, 입장, 의견을 들어본다.

가장먼저 용산참사가 나온다. 용산참사 당일 망루의 불구덩이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던 가난한자들의 절규 “ 여기, 사람이 있다”는 여기 수록된 인터뷰와 책이 나오된 이유일 것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책의 처음이 용산참사로 시작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참사는 이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가난을 어떻게 외면하는지, 더나아가서는 은폐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용산참사의 경과를 보면 이렇다.

 

“2007년 8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개발 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곧 강제 철거가 시작되었고,용산 지역 철거민들은 이주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며 2009년 1월 19일, 한강로 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 농성을 시작한다. 망루 농성에는 용산 지역 철거민뿐만 아니라 전국 13개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도 연대 참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례적으로 농성 23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 강제 진압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망루 화재 원인 을 화염병으로 단정하고, 농성 책임자 이충연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 위원장을 비롯, 망루에 남아 있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다. 수감 4년 후인 2013년 1월 31 일, 철거민들은 모두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용산참사란 돈이 사람을 밀어낸 사건이고,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공권력과 대기업의 논리를 대변하는 언론이 이 참사에서 취한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과연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는 사회인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국가는 재개발 사업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마치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밀어버리듯 가난한 사람들을 밀어냈다.” 언론은 불순세력이 개입하여 시위양상이 변한 것처럼 보도하였다.

철거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은 없다 시피했다.

소위 사회의 강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이렇게 외면했던 것이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들과 같이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백인은 흑인이 받는 차별을 이해하려 해도 흑인이 되지 않는 한 이해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이말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는 한, 그들의 고통을 이해 할 수 없다”라고.

철거민들의 아픔은 철거를 당해 본 사람만 안다. 당시 불순세력이라고 지목받았던 사람들은 자신이 그러한 아픔을 겪어보았던 사람들이다.

자신이 그러한 고통을 겪어 보았기에, 그들과 연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범죄자가 되었다. 그들의 죄는 고통을 겪는 자를 공감한 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해 존엄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로마시대 ‘의무론’의 저자 키케로이다. 이때 사용한 ‘존엄’이란, 사회적인 명망이 있거나 지위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즉, 존엄이란 특정부류의 사람들만 가진 속성이었고, 모든 사람이 가진 속성이 아니었다. ‘존엄’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독일의 철학자 칸트이후 부터이다.

그 철학자 이후 모든 인간은 존엄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후 세계각국의 법체계는 인간의 존엄성실현을 최고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용산참사를 통해서 본다면, 우리 사회가 과연, 가난한 사람들은 존엄성이 있는 존재로 대우하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사회에서 사용되는 ‘인간의 존엄성’은 특정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가 가난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책은 어떠한 언론도 대변해주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의미에서 소중하다. 그들과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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