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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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아내와 내가 세웠던 계획은 어딘가에 우리 셋이 가서,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가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었다. 겨울을 향하여 나무가 잎을 모두 떨굴 때까지. 어느 날 아침 아내는 잠을 자다가 우리의 계획을 망쳤다. 적어도 한시간전에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나는 부엌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 보고 말았다.”77p

소설의 화자인 주인공은 외과의사이고 그의 아내는 연기자입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다운증후군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셋이서 어딘가에서 평생 함께 살 계획을 세웠지만 아내가 먼저 죽음으로써 그 계획을 망치게됩니다. 이후 주인공도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는 남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들과 함께 인구조사를 하기로 합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 그녀는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 바람이었습니다.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자 아내의 그 바람은 주인공에게 명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목적 없는 단순한 여행은 여행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습니다. 여행 중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서, 여행은 자주 중단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인구조사원이 되기로 합니다.

인구조사라는 목적으로 중단 없이 끝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구조사라는 것이 여행에서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 시작된 인구조사여행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그들의 인구조사는 여느 인구조사와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가구 구성원의 수를 조사하는 것보다 만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여러사람과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보며, 대화하며 둘은 여행을 합니다.

A마을 에서Z마을 까지.

Z마을이 여행의 끝입니다. 거기서 아들과 아버지는 영원히 헤어질 것입니다.

이소설의 작가 제시볼은 지금은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없지만, 실제 다운증후군이 있는 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소설을 쓸 결심을 하였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아버지는 작가 자신이고, 다훈증후군을 앓는 아들은 작가의 형이라고 합니다.

소설의 내용은 인구조사를 소재로 하지만, 실제 목적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이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행중에 아들은 말이 별로 없습니다. 주인공과 인구조사대상인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이 아내를 회상하며 하며 말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들과 아버지간에 말은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함께 있기 때문이죠. 끝을 향해 나아갈 때 끝까지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말은 함께 할 수 없을 때 필요한 도구일 것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한 사람 아내.

이 여행은 아들을 위한 여행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을 위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그리고 추억할 능력이 사라지기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한번 더 추억하기 위해.

작별은 그렇게 여행을 통해 의식하지 않아도 충분히 준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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