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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태초부터 지금까지 확신하고 있던 삶의 유한성을 빼앗긴다면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간의 자아상에 디지털 클론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감히 삶과 죽음의 톱니바퀴 사이에 억지로 끼어들어 디지털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p.21)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했다. 불멸의 삶 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기 위한 행적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인류에게 인간의 불멸과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 희망은 오랜 시간을 뛰어 넘어 이제는 개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디지털 클론을 만들어 그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눈앞에 와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서두에 언급하고 있는 2020년 2월의 mbc방송국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한 장면의 이야기를 난 왜 본 기억이 없을까. 그 당시 티비와 담을 쌓고 있었을까.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느라 기억을 지운걸까. 놀라웠다. 이런 기술이 한국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죽은 딸을 다시 만나는 어머니, 아 그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아픈 것을 시작으로 읽는 내내 지속적으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남겼다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도 영혼을 살려두는 작업, 이 작업이 과연 남은 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것일까? 과학의 발전의 인간의 고유 감성과 윤리를 어디까지 파고들 것인가? 이것이 과연 윤리라는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수 있는 문제인가? 나의 몸은 죽어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디지털 클론은 과연, 정녕 나인가? 죽은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잡고 있는게 과연 옳은가? 나에게 소중한 이를 보내고 마주하는 디지털 클론으로 나는 위로를 받을 것인가? 과연 그 디지털 클론은 내가 사랑하는 이가 맞는가? 마구마구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 이야기는 이제 황당한 꿈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발전하는 과학에 놀랍기도 무섭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지 못하는 슬픔으로 디지털 세상에 남겨두려는 사람,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남겨두려는 사람, 불편한 신체로부터 벗어나 영혼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인간에게 영혼이 주는 의미, 발전하는 인공지능,최첨단 뇌과학 연구들,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등 많은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두께는 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과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다.
뜬금없지만 읽는 동안 대만 드라마 [상견니] 가 자연스레 생각이 났다. 드라마 초입부에 사랑하는 연인 왕취안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하던 황위쉬안. AI로 도플갱어를 찾는 어플을 개발했다는 동료의 말에 헛웃음을 짓지만 결국 VR 속에서 왕취안성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저런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리 황당한 일이 아니구나 싶다.
1인 1인터넷의 시대가 올거라는 말에 기막혀 했던 그시절에 지금처럼 1인 1인터넷을 하는 시대가 이리 빠르게 현실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나 빠르게 현실이 된 것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일까. 디지털 클론.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그리 멀지 않는 시대에 일상이 될 것도 같고 어쩌면 우리는 과학의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고 있나 싶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