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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안전장치가 없는 번지 점프를 하는 듯한 위태로움의 시대를 살아간다. 어쩌면 극히 소수만이 안전장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 단편들이 열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비슷한 듯, 다른 듯, 때론 풉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못내 그 웃음이 쓰디쓴 그런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노동, 실업, 부동산, 집, 경제적 불안들의 사회적인 이슈들에 이야기가 얹어졌다.후루룩 읽히지만 뼈에 박히는 문장들이 많다.
꿈을 포기해야하거나 혹은 이미 포기했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거나.살아가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거나 쌓는 것이 아닌 무너짐과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혼자가 아니어서 미래가 마냥 슬프기만 하진 않다. 그래서 위안이 되는 소설이다.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건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는건 시대야 (p.37/ 미조의 시대)
내가 원하는 건 폭력없는 세상인데, 가끔은 폭력과 폭력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떄가 있어. 그 때마다 또 분열을 느껴. 내가 둘로 쪼개지는 기분이야( p.73/엉킨소매)
책도 아름답지만 내 몸도 아름다워. 문장도 아름답지만 내 가슴도 아름다워.적절하게 찍힌 마침표도 아름답지만 함몰유두인 내 젖꼭지도 아름다워.이렇게 생각하는게 잘못은 아니잖아. 오히려 감추라는 언니가 이상한거야.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하는거야? 언니의 몸은 언니의 식민지야? 언니는 왜 우리몸을 강탈의 대상으로만 봐 ?(p.160/젊은 근희의 행진)
청춘이 아름다운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세상을 시시하게 볼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공포로 다가와요.(p.174/ 연희동의 밤)
가끔 드라마 속 인물이 부러워. 모두가 기억해주는 삶을 살잖아.가짜인데 그런 삶을 살아, 나는 진짜인데도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데 (p.191/연희동의 밤)
우리는 순간을 살고 미래는 여기 없지만,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갈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 그래서 다들 회사에 다니고, 돈을 벌고, 직업을 갖는거야. 자기 만족 본위의 직업이 아니라 월급 만족 본위의 직업을.(p.192/연희동의밤)
열편의 단편들이 각각의 매력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몇편을 고르자니 그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기중에 세편을 골라본다
#젊은근희의행진
표제작인 <젊은 근희의 행진>은 왜 이 책의 제목이 되었을지가 바로 느낌이 온다. 사기를 당해 잠적(?) 한 근희를 찾기 위해 언니인 문희가 근희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담았다. 근희는 거의 출연하지 않고 한 장의 편지로만 등장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한편의 단편을 들었다 놨다하는 인물인데 근희 엄마를 보면 근희가 엄마를 닮았지 싶었다. 근희, 문희, 엄마. 강하의 조합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읽는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야기다
#연희동의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나서 보니 이 단편에 플래그가 제일 많이 붙었다. 생계유지가 되지 않은 꿈, 그 꿈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나와 오랜기간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늪에 빠진 언니 경희. 그 둘은 경희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던 스승인 은단씨가 일하는 가게를 찾아간다. 복수하기 위해서. 재능이 있다는 말을 믿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8년간 글을 썼다. 이제 막 꿈을 포기한 경희, 일찍 꿈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는 나는 내일 채움공제라는 족쇄를 차고 근근히 버티고 있는 나의 이야기들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과 현실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는 이들의 이야기
#그는매미를먹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서 작은 덮밥집은 운영하는 그는 자신이 할줄 아는게 덮밥밖에 없다고 말한다. 덮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건 19년 째, 지금의 가게를 오픈한지는 8개월째. 항상 그랬지만 매상은 월세보다 낮다.그의 가게에는 한참시간인 점심 시간에도 두테이블 이상을 채워본적이 없다. 입구의 손님 의자에 않자 손님을 기다린다. 그의 가게 건너편에 매미가 치열하게 울어댄다. 손님들의 요구,운영의 위기등 어려가지 풀리지 않는 상황속에 말하지 못한 말들만 가슴에 쌓여가던 그는 어느날 매앰매앰 소리를 내며 운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