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3킬로미터
이요하라 신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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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말고 작가이력을 들춰봅니다. 그럴만한 것이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소설이거든요.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학교에서 조교로도 근무하시는분이더군요. 어쩐지.....죽을 장소를 찾아서 헤매다가 우연히 타게 된 택시에서 만난, 달을 너무나도 잘아는 기사이야기나,수몰된 지역에서 떠나지 않고 화석을 캐는 전 박물관 관장이야기라든가, 바다나 호수 밑에 쌓인 퇴적물들 뒤적이는 기후 연구자 등 모든 이야기에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함께 합니다.

 

7편의 단편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좌절을 겪고 상처도 받고 힘든 시기를 지나며 살아온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저 우리네 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사업의 실패로 빚을 끌어안거나 똑똑한 형으로 인해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둘째이거나 30년의 세월을 가족을 위해 살았으나 절벽 끝에 선 것 같은 외로움에 힘든 삶을 살고 있거나 하지요. 그래서 일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시나브로 스며드는 느낌이 좋았어요. 든든한 밥 한끼 뚝딱 해치운 기분이 들어 아주 든든해졌어요.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되고 결국 위로 하게 되는것에 자연과 과학을 묶어 이런 소설을 쓸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했고요. 김초엽 작가가 생각이 나기도 했답니다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단편이 좋았어요. 그중에서도 좋았던 3편입니다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죽을 곳을 찾는 남자. 보름달이 뜨는 밤, 우연히 만난 택시기사와의 하룻밤. 표제작이기도 하고 표지의 그림으로도 표현된 <달까지 3킬로미터>

 

바다나 호수밑에 퇴적물로 고 기후를 연구하는 형과 잘난 형의 그늘에 가려있다 하는 동생, 그러나 우애가 좋은 형제와 전직 유명 기타리스트였으나 갑자기 인생의 방향을 틀고 나서 달라진 그의 삶을 돌아보는 <덴노지 하이에이터스>

 

 

삼십년동안 가족을 위해 살았던 주인공, 병든 시아버지와 결혼때부터 자신을 탐탁치 않아 하던 시어머니, 그리고 무심한 남편과 아이들,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산을 잘게 쪼개다>

 

 

작가가 된 과정이 참 흥미로운 분이었는데요. 연구가 진척이 되지 않아 주춤하던 시기에 우연히 떠오른 트릭으로 소설 한편을 썼고 탈고하고 나니 본인이 쓴 글이 어느정도 레벨인지 궁금해져서 에도가와 란포상에 응모를 한게 덜컥 최종 후보작에 남았고 그 이후 소설가로 방향을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살아가다가 삶의 방향을 틀게 하는 무언가의 계기, 소설속에 나오는 그런 만남, 소설과도 같은 삶이었구나 싶더라구요.

 

과학자의 시선이라고 하니 어려운가 싶다면 그런 걱정 따위는 버려도 좋아요.요 근래 이렇게 따듯한 소설을 읽었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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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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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암살 당했다. 암살이 맞나 ? 자살인가 ? 의혹들이 불거진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

 

자신이 죽였다고 큰소리치며 등장하는 사람들

 

영웅담처럼 언급되는 이야기들 내가 죽였다

 

이 무슨 해프닝이냐고요? 이 소설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우리 패거리라는 제목이 은근 친근감이 들기도 했고 필립로스 라는 이름을 믿고 선택한 도서였지요

 

처음에는 책 선택을 잘못했나 싶었는데요. 그 정도로 어이없게 황당하게 ~뒷통수 한대 시게 맞은 뒤 정신차리고 이어 읽었지요 ~ 토론하는 현장을 희곡처럼 풀어낸 이야기가 이게 이게 맞는건가 싶게 엉뚱하고 유치한데 이들은 나름 심각하게 토론을 이어 갑니다

 

태아에게도 선거권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민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쏟아지는 질문에 어리버리, 횡설수설, 그래서 급기야 작전회의가 들어갑니다.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을 또 찬성을 하는군요.이것들이 ~ 초딩도 이렇게는 토론 안하는데 말이지~ 머릿속에 뉴스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휘리릭 지나가면서 ~헛 웃음이 나요.

 

그들의 작전이라는 것이 황당하기 그지 없는데 대통령의 발언에 동요하는 국민들을 선동하는 무리들을 처단해야 한다며 지적한 것이 보이스카우트, 한 야구 선수를 지목하고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지요. 토론하는 장면들도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한나라의 국회의원, 대통령이 맞나 싶을 만큼 우스꽝 스러워요.

 

그런데 이 소설이 쓰여진 게 당시의 대통령을 겨냥한 작품이라니 놀라울수 밖에요. 당시 닉슨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이 책에 대해 논의한 녹취록이 공개되어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하네요. 작가분 무사하셨을랑가요, 우리나라 현재 정치에서 이런 책들이 나온다면 과연 무사할른지. 한 국가의 원수를 이렇게 깠네. 세계적인 망신이네 그랬을까요? 혼자 상상을 해봅니다

 

난무하는 비방과 날조, 상식을 말살하는 깡패정치

무능한 지도자를 향한 필립로스의 문학적 테러

 

테러 맞네요, 문학적 테러. 묘한 쾌감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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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슈거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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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이 없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달라 (p.17)


 

혹은 당신이 아이였을 때 했던 놀이나, 당신이 늙어 창가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마음속에 멍하니 떠오른 어떤 것, 그것이 내 이름이다. 아니면 당신은 어떤 곳을 걸었다. 도처에 꽃이 있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p.18)


 

읽고 나서 다시 돌아와 다시 읽어본 페이지, <나의 이름>, 이야기의 화자, 이야기의 순간, 그 모든 것이 내 이름이라고 말하는 이 단락,


 

몽글 몽글 솜사탕 같은 만지면 손이 쑤욱 들어갈 것만 같은 표지그림, 삼백칠십오명이 살고 있는 이곳 워터멜론 슈거로 만들어진 세상, 이곳에선 태양이 날마다 다른 색깔로 빛난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서로 다른 색깔의 워터멜론을 잘 키워가는 곳 이곳, 동화 같은 세상. 그리고 잊힌 작품, 그것이 과연 이상적인 삶의 장소인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이곳에서 별 탈없이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곳이야 말로 이상적인 세상이라 말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인 아이디아뜨의 세상 속에서 안주한다.


 

잊힌 작품은 낙원 그 자체인 아이디아뜨와 대조되는 타락한 지역, 그곳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것들로 가득찬 곳,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아이디아뜨 사람들은 잊힌 작품의 사람들을 경멸하고 더러운 쓰레기 취급한다. 그들은 아이디아뜨는 환상이며 허구일뿐이라며 폭동을 일으킨다


 

시적인 표현과 간결한 문장, 읽는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속으로 빠져들었다가 어느순간 정신이 번쩍 난다고 해야 할까? 뭔가에 세게 한 대 맞은 듯한 멍함인데 그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작품, 두달만에 완성해낸 작가의 소설이라니 천재라고 해야 하는 생각마저 드는 소설이다.


 

 

여기는 잊힌 작품 입구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당신은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마거릿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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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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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검은 얼굴의 여우> <하얀 마물의 탑> 이후 시리즈의 3번째 <붉은 옷의 어둠> 은 전작과 비슷한 일본의 패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3번째 책이기 하지만 탄광에서의 활약 이후를 다루고 있어서 시간적으로는 두 번째로 볼수 있겠다

 

 

전쟁 직후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광부를 자처했다가 기괴한 사건에 휘말렸던 하야타는 이제는 구마가이 신이치의 초대로 도쿄에 가서 암시장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을 규명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워낙 길이 복잡하고 기이해서 붉은 미로라고 불리는 암시장에서 일명 붉은 옷이라는 괴인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로 인해 불안해하는 상인과 여자들, 정체를 알수 없는 괴인, 갈수록 늘어나는 소문과 기묘한 사건들속에 휘말리는 모토로이 하야타.

 

 

사건 해결을 위해 목격했거나 정체 모를 것의 미행에 도망을 쳤거나 그 순간의 기이함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붉은 미로를 직접 탐사하며 해결을 위해 뛰는 도중 묵고 있는 파친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빠져 나갈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진 밀실 사건, 밀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붉은 미로로 나서는 그들에게 이제 골목 골목이 밀실이 된다.

 

 

그건 그렇고 국가는 말이야,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배신하고 깨끗이 버리더라 (p.108)

 

 

단순 호러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호러의 비중이 크다고 설명한다고는 하지만 붉은 미로의 붉은 옷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 뒤에 곳곳에 의미 없는 전쟁이 남긴 참상을 고발하는 사회소설이라고도 볼수 있다.

 

 

일본의 패전은 한국의 광복과 이어지는 부분이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런 민감한 부분을 아주 조금이라도 문학 속에 녹여내는 일본작가는 드물다, 소설속에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침략 전쟁이었음을 명시하고 그 전쟁의 흔적들을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듯 싶다. <하얀 마물의 탑> 에서도 전쟁후 국민들의 참상을 드러낸 부분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남자 어른들의 전쟁으로 아이들과 여인들이 어떻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처참하게 버려졌는지 이야기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쟁 고아들을 잡아다가 오지에 버리는 부랑아 사냥이나 패전후 정부가 서둘러 발족한 특수위안 시설 협회에서 일본 여성의 순결과 미국 병사의 위안이라는 말도 안되는 명목으로 미군을 상대로 매춘하는 일을 정부가 적극 나서서 여성을 모집했던 일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잠시 멈짓 할 수밖에 없다. 출간 후 자국민들의 반응이 궁금 해지는 이유다

 

 

참혹한 역사와 어둠속에 붉은 옷의 괴인,미로 속에서 길을 잃을 때 비 현실적인 정황, 과학이 설명할수 없는 기이함, 토속적인 오컬트, 그리고 합리적인 추리를 하는 모토로이 하야타. 그리고 셜록과 왓슨과도 같았던 하야타와 신이치와의 브로맨스는 보너스~

 

 

<검은 얼굴의 여우>를 안 읽었는데 제일 재밌다고 하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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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정전
오가와 사토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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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기대이상이었다. SF적인 요소는 분명 있으나 대놓고 SF는 아니기도 하고 그보다 내용이 탄탄하다. 각각의 단편이 조금씩 결이 다르지만 출판사 소개글에도 있듯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는 점은 각 단편의 공통점이라 볼수 있다.

 

읽으면서 발견하게 된 하나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단편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들과 아버지, 아버지의 행적을 따라가는 아들, 아들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아버지. 그들의 이야기들이 억지스럽지 않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지점이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그중에 세편의 단편을 적어본다.

 

 

 

#마술사

마술사로 명성을 떨치던 리도는 마지막 공연에서 시간여행을 선보이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후 20 년동안 그의 아들과 딸(현직 마술사)이 그의 마지막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그의 마술의 비밀을 파헤치고 급기야 그 비밀을 풀고 딸은 그의 마술을 완벽하게 재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아버지 리도의 시간 여행 마술을 막기 위해서 또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한다

 

 

#무지카문다나

과거에는 음악이 우주였던 남자, 처음에는 공포의 우주로, 나중에는 세상의 모든 것으로의 였던 남자.지금은 음악이 지극히 현실이 되어버린 남자 [다이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후 아버지의 유품을 어머니에게서 받는다. 그렇게 트렁크에 들어있던 유품중에 카세트 테이프 하나, 유명한 작곡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카세트 테이프에는 다이가를 위해라고 쓰여져 있다. 듣고 또 듣고 음악을 분석하고 연주된 악기를 파헤치다 결국 이 노래가 연주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며 물건을 사고 팔수 있는 화폐의 가치를 가지는 곳인 델카바오로 향한다.

 

#거짓과정전

6개의 단편중 왜 책의 제목으로 쓰여졌는지 알 것 같은 단편? 아니 중편에 해당하는 이 글은 짧은 영화 한편을 후딱 본 느낌이 든다. CIA, KGB, 마르크스, 엥겔스, 첩보와 과학과 시간여행.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내용이 스릴있다. 이야기를 읽다가 역사의 한순간이 나오는 페이지에 자꾸 돌아보게 하는데 그 페이지가 이야기의 키를 쥐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다 읽어나서야 할게 된다. 이 단편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사건을 더 만들어 장편으로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할 정도로 짜임새가 탄탄했다.

여러분야의 책을 좋아하지만 손이 덜 가는 장르가 SF . SF 소설이야 ~라도 대놓고 SF 인건 내용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 서포터즈 선택도서에서 이 책을 제외했다가 4월 출간 도서 일정이 지연되면서 뒤늦게 받아본 책이었다

 

 

처음 선택 도서를 놓고 고민할때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서 선택을 고민한 것도 있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이야기의 어떤 면을 부각하고자 했는지 알 것 같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바라보는 남자, 혹은 주사위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비춰지는 것 같은 모습, 진실은 그 안에 있다. 안에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던져진 주사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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