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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추천사는 그냥 지나칠때도 많은데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라 지나칠수 없어서 읽었다가 첫 페이지에서 읽던 눈과 손을 멈추고 잠시 멈짓했다. 한참을 문장의 곁에서 서성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그의 집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짧은 낮잠을 잤고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았다. 이 소설속에서 가정한 “한 평생은 한 계절의 한 순간”을 꿈에서 실현한 것이다. 소스라쳐 깨어나 보니 나는 다시 그 누군가-‘나’라고 불리는 자의 꿈속에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살고 있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몇 번째 세계를 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숨을 쉬고 말하고 울거나 웃는 나 자신(이라고 믿는 것) 이 꿈일지도, 착각일지도,누군가는 노스탤지어에서 살고, 누군가는 도래하지 않은 날들속에 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냉혹하고 준엄한 현실을 산다 (p,09_구병모 작가/추천의 말 중에서)
이 책의 구조는 좀 색다르다. 이야기의 메인을 프롤로그.인터루드, 에필로그로 나뉘어지는 이야기 안에 서른 가지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초단편 연작소설 같기도 하고, 아주 긴 시를 읽은 느낌이기도 한데, 전체적인 책의 결은 몽글거리는 안개 속, 형체의 경계가 불분명한 곳, 죽음과 삶의 경계,그 무엇의 중간 지점쯤 서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조금은 몽환적으로 조금은 달뜬 그런 기분이다. 소설인듯 아닌 듯, 과학인 듯 아닌 듯, 아인슈타인은 정말이지 이런 비슷한 꿈을 꿨을까 싶어진다.
서른 편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시간의 규칙이 다른 세계다.시간이 원이라서 시작한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세계는 정확하게 끝없이 되풀이되는 세계이거나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그런 세계, 원인과 결과가 일정하지 않아 때로는 원인이 결과보다 먼저 오고, 때로는 결과가 원인에 선행해서 과거와 미래가 뒤엉켜 있는 세계,시간이 가만히 서 있는 세계,기억이 없는 세계에서는 오직 현재의 시간만 존재하고, 과거는 책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등 각각의 테마로 서른 가지의 이야기를 맛볼수 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고는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백년도 안되는 삶은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극히 일부 찰나의 순간이며, 한 순간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나는 짧은 낮잠중일까?
시간의 이름을 빌려 결국은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어쩌면 동화같은, 어쩌면 철학적인 소설 속 아인슈타인의 꿈을 쫓아가며 서로 다른 서른개의 시간 속을 거닐다 보니 마치 꿈을 꾼것만 같다.
나는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당신은 어떤 시간속에 살고 있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