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장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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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훔친다면 제법 공정한 거래이지 않겠습니까? (P.39)


제목으로도 이미 눈치챘듯이 K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K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죽음으로 이야기를 끌어내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절히 원하는 삶,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하지만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수 있는 엄청난 제안, 만약 현실에서도 그런 제안을 받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고 지금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아주 짧지만 읽고 난후 한참을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책을 그리 훅 보내고 싶지 않아 두 번을 읽었다. 그리고도 서운했다, 책에 포스트잇이 붙은 페이지를 필사해가며 천천히 다시 읽었다. 


책 뒷면에 있는 이 문장은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무게를 더해서 심장에 내려 앉아 착 하고 들러붙는다. 우리는 흔히들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때 농담처럼 이번 생은 망했어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가끔은 서로의 몸속에 들어가 인생이 바뀌거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내용으로~ 그렇다 재벌집 막내 아들 같은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일이기에 더욱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적이 있지 않을까.


🏷 유명한 작가 K.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 희정,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선책했지만 아버지의 딸임을 부정하며 이름까지 바꿔가며 활동하는 작가인 재인. 


세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 그들이 자신을 지워버리고 살았던 15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자신들을 스스로 감옥에 넣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두 번을 읽고 필사를 하며 읽으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K. 자신의 선택에 어떤 책임이 따를지 짐작은 했을까.너무나도 이기적인 K. 혼란은 남겨진 이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숙제처럼 남는다.


유명한 작가, 그의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한 작가, 그리고 K의 딸인 작가, 주인공들이 작가인 연유로 이 책에는 문학과 소설은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나온다.. 세 사람의 삶 만큼이나 관심이 가는 내용 들어서 짧은 소설임에도 여운은 길다. 한손에 들어오는 판형, 가방에도 쏙 들어오는, 너무나도 이쁜 표지, 거기에 이야기가 더해지는 핀 시리즈는 선택하지 않을 재주가 없다. 읽으면서도 여러번 보았지만 리뷰를 작성하며 다시 보는 책표지, 내용과 씽크로율 딱인 그림, 나무의 모습으로 두다리로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가지에 여러 얼굴들이 있다.그리고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아 선명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런 그림. 책 이쁜건 또 못참지


📚 그곳에 머무는 동안 스스로를 유령처럼 여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아으나 어쩐지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자주 의식하게 됐다. K와 내가 함께 보낸 시간이 누적될수록, 그와 함께 보낸 공간이 나나 K보다 빠르게 늙어갈수록,그래서 그 모든 것이 익숙해 질수록, 나는 점차 스스로를 낯설게 여기는 일에 익숙해졌다 .(P.10)


📚 죽음은, 이별은 소멸은 간단히 추억으로 교환된다. 갈등과 분노는 안타까움과 의무의 기도에 침윤된다. 소멸한 자의 슬픔과 번뇌에 목소리가 주어진다. 죽은 자가 죽기전에 쌓은 악덕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서사가 부여되고, 그의 죄는 그와 함께 소멸한다. 남은 자들의 고통은 재갈을 물고 신음한다.책임을 묻거나 싸울수 없고, 소멸을 되돌릴수도 없어서, 영원히 해소될수 옶는 통증 같은 것을 보물처럼 안고 살아가야한다. 산자들의 세계는, 그렇게 산자들의 평화를 유지한다. (P.73)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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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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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위를 얻으려 한다. 집단에 수용되고 집단안에서 지위를 얻으려 한다.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것이 인생의 게임이다. (p.14)


[인생은 게임이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많은 욕망으로 이뤄진 인간의 삶을 지위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매일 대하는 가족과 직장 동료,학교,모임, sns 등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들간의 본능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지위게임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역사속에 인물들과 그로 인해 발생 했던 많은 사건들에 대해 지위라는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열 네 살에 살인이라는 죄로 교도소에 들어가서 굶어 죽을 각오로 지내던 벤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맘을 고쳐먹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고 공부도 하고 블러그에 글도 올리고 교도소 변호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 그런 그가 출소를 하게 되며 그가 가진 모든 것을을 잃어가는 과정,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의 일화, 종교, 교육,경제, 정치등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개인과 집단을 넘어 국가와 국가까지 수없는 그물이 얽혀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지위게임의 연료로 사용되던 혐오조장과 마녀사냥,  sns 의 좋아요에 중독되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시 위해 주작까지 서슴치 않은 이들, 히틀러의 지위게임, 레닌, 스탈린이 꿈꾸던 유토피아, 종교가 만들어내는 위험한 지위게임등 사례들을 읽으며  이렇게 모든 삶속에 자리하고 있는 지위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이해하고 조절할수 있는 근력을 키우는 것 또한 필요함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 권력이 주어지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수 있다는 말 이 두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지위라는 주제로 이리 많은 양이 필요할까하는 우려를 잠시 했었는데 수많은 자료와 문헌으로 사례들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새 나도 모르게 작가의 주장에 빠져들고 나의 삶을 둘러보게 된다. 어느 순간에서 그때의 나의 행동과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 전혀 이상한 것들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었음도. 많은 순간속에 지위게임의 플레이어였던 나를.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것을 본다.


책을 읽는 도중 파도님이 알려주신 유튜브 <책트폭행>은 지위게임을 요즘 한창 화제인 <더 글로리>의 예고편과 함께 영상으로 올라왔는데, 기다리는 드라마의 영상으로 그 대사 한마디 한마디 속에 숨어있는 지위라는 욕망을 보면서 책에도 드라마에도 더욱 집중할수 있게 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동일한 욕망이라도 어떤 이의 손에 주어지냐에 따라 용도는 아주 다르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작가가  제시한 여러방법들이 다 수긍이 되지는 않았지만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삼을수 있다.어느길은 선택하는지는 읽는이의 몫이겠지.내 손에 쥐어지는 그 욕망에 힘이 주어질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하며, 살아가는 많은 이유중에 한 귀퉁이에 그러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라고 믿어본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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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뷰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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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보물의 대가라고 불리는 존 르카레의 작품은 읽어본적이 없다.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구매를 해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만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아찔한 액션이나 범인을 잡기 위한 복잡하게 짜여진 그물, 쫒고 쫒기는 긴박함이 없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에 그저 따라가게 하는 이 책은 존 르카레의 유작이다. 그가 발표하지 못하고 보관중인던 원고를 아들인 닉 콘웰이 마지막 편집자의 손길을 담아 세상에 나온 책이다. 이렇게 그의 마지막 작품을 난 그의 첫 작품으로 읽는다.

 

 

존 르카레는 첩보공무원으로 살다 60대 나이에 은퇴한 인물로 첩보물을 그보다 더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인물이 있을까 싶다. 베일에 싸이고 은밀한 그들, 어느 얼굴이 자신의 얼굴인지 본인도 혼동할까싶을 만큼 여러 인물들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랑하는 이와도 비밀을 공유하지 못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수 없는 그들의 삶은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멋짐과는 또 다른 삶의 단면일 것이다.

 

조용한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해변 마을. 줄리언 론즐리는 두달 전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 그의 서점에 찾아온 에드워드 에이번. 서점의 지하실에 고 문서들과 장서들을 모아놓은 공간을 만들어 문학 공화국이라 하자 제안한다. 죽은 아버지의 친구라 말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와 문학 공화국은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에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삶의 흐름이 바뀌게 되는데 ...

 

첩보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불리는 데버라. 그는 에드워드 에이번의 부인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서로가 안고가는 비밀은 서로 다른 사람들, 그들 사이에 딸 릴리.데버라의 초대에 응하는 줄리언.

 

현직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튜어트. 그는 누군가를 쫓고 있다. 조국의 배신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쫓으며 한발 한발 그에 곁으로 다가간다.

 

각각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다 어느 순간 묘하게 섞이며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책을 읽는 눈과 손에 속도감이 붙는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복선들의 매듭이 풀리는 순간의 쾌감,그리 스릴감이 넘치는 빠른 속도의 전개가 아니었음에도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그의 글에 나의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긴 겨울잠을 깰 시간이 되었음을 직감한다.

 

 

당신 정체가 뭐죠? 그토록 수많은 인물들로 살았으면서 여전히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당신 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으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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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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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느꼈던 희열에 가까운, 책 속의 말들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그녀의 책이 처음이라  언제고 그녀의 책을 하나씩 몰아서 읽어야지 하던 참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2013년에 <숲의 대화> 출간 10주년 개정판 리커버다.너무도 반가웠던 책이다


총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퇴근길에 각각 한편씩 읽기에 적당히 좋았고 술술 잘 읽혔다. 술술 잘 읽혔다고 해서 내용이 쉬이 가볍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삶의 잔혹함에 때론 짠하기도 하고 어찌할수 없는 삶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서글플만도 한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맛깔난 문장들로 따듯하게 보듬었다.그래서 좋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어느정도 투영된 이야기라면 이 책은 조금은 비슷하지만 다른 결이다. 등장인물들의 사투리는 내겐 너무 정겹다. 접할 경험이 적은 분들에겐 사투리가 책을 읽는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을 듯하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미지게 읽었다면 문제될것 없지 싶다. 평소에도 책을 읽으며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하는 내겐 오디오까지 지원이 되는 상황이라 모든 문장이 육성으로 누군가 들려주는 듯하다. 어색하지는 않은지 소리내어 읽어도 입에 딱 달라 붙는 이 느낌은 아는 사람은 안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빨치산의 대열에 합류하다 총 맞아 죽은 도련님 혁재,도련님만을 마음에 담은채로 운학에게 향하는 순심,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아내로 맞아들인 운학, 60년을 같이 살다 먼저간 아내를 뿌린 숲, 살아남은 운학과 60년전에 죽은 도련님 혁재의 그숲에서 만남과 대화가  아련하게 이어지는 <숲의 대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는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같이 산다. 나이든 노인과 장애를 가진 중년이 아들, 그의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은 그만을 위한 공간 헛개나무 농장, 어느 누구에게도 그곳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그만의 천국이다 베트남 여인인 호아는 옆집에 산다. 남편의 술과 폭력으로 인해 집밖으로 나와 오갈데 없는 호아를 도와 헛개나무 원두막에 피신시키고 그녀에게 열쇠를 주는 <천국의 열쇠>


너무나도 귀하고 부모를 위하던 아들,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 인간이 되고.그로부터 23년, 몸은 움직일수 없으나 정신은 온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이 죄송한 아들과 아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아도 아깝지 않으나 이 아들을 위한 시간들은 다른 자녀들에게 상처가 되는, 긴병에 효자 없고 긴병에 형제 없는 삶의 잔혹함에도 포기하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묘사한 <브라보, 럭키 라이프>


농촌에 총각들이 결혼을 못해 베트남이나 연변등에 신부를 구하러 가는 농촌총각 결혼시키기가 경쟁하듯 시행된적이 있다.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탈출구로 이용되기도  하는 결혼,실제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가고자 하는 여인들도 많다.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된 현실을 유머스러스하게 꼬집어 웃으면서 읽었지만 어쩌면 슬픈 이야기 <핏줄> 


친일파의 딸이라 불리는 정치 고위 관직의 아내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자신의 우아한 삶을 이야기하는 <나의 아름다운 날들>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노숙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다룬 <절정>을 연이어 배치 함으로써 느껴지는 극과 극의 삶이 비린내가 나더라


모든 단편이 좋아 몇개를 고르는게 힘들었다.사회 구석구석의 단면들을 잘 골라 묘하게 풍자한 느낌이 든다. 마치 풍문으로 들었소 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때로는 서로 한 운명의 늪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한 애잔함으로, 때로는 왜 이리도 잔혹할까 싶은 삶속에서도 지난한 삶을 포기하는 않는 짠함과 인생의 덧 없음과 그리고 때로는 한편의 시트콤인 듯 킥킥거리게 하는 그녀의 입담에 난 이번에도 홀리고 만다.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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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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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이 친구야. 네가 할수 있는건 없어. 이 나라는 달라지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여길 떠날수도 없지.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다를바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 일뿐이야. (p.209)

 

1권을 읽고 난후 뒷부분이 궁금해 애가 타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간절함에 설레던 시간. 그렇게 2권을 만난다.일제 강점기 일본에 정착한 1세대의 자손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부터 1989년도까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2.1권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파친코일까 하는 의문이 남았는데 2권에서 그 의문은 자연스레 풀린다. 적어도 나라가 해방이 되고 나면 왕래가 자유로울 줄 알았던 기대감과는 달리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여러가지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조선인도 아닌 일본인도 아닌 경계의 선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진행형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현대의 이야기에 가까워질수록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후에도 지속되는 그들의 차별과 혐오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세대들에게 굴욕적일 만큼, 죽음을 생각할 만큼의 좌절을 남긴다. 일제 감정기 시대에 일본에 건너온 부모들은 그 수치를 당연스레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에게까지 거주지에 제한을 두고 교육과 직업에 대한 차별을 두고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런 사회적인 장치를 만들어둔 그들은 조직적으로 혐오를 조장한다. 그 속에서 그들의 선택지를 달리하는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손자 솔로몬 그들의 행보가 참 씁쓸하다.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물을 마시듯 들이 마시던 수치를 참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어야 했을까 (p.265)

 

와세다 대학을 다니면서 시대가 변하면 조금이라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를 꿈꾸던 노아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고한수 임을 알게 되고 야쿠자의 돈으로 공부하는 자신에게 치욕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그는 철저하게 가족과, 그의 과거와의 모든 고리를 끊고 조선인임을 속이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택하는 노아

 

자신이 조선인이고 일본인들의 차별에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 안고 살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 조선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택할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찾아 사는 모자수. 자신의 세대에서는 꿈꿀수 없는 미래를 아들인 솔로몬에게는 주고자 열심히 살았으나 시대가 지나도 변하는 않는 사회가 솔로몬을 밀어내는 걸 가슴 아프게 지켜보게 되는 모자수.

 

부족함 없이 자랐다. 넘치는 사랑과 부를 가지고 태어난 솔로몬은 국제학교를 다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금융계에서는 인재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온 솔로몬에게 일본에서 할 일은 없다. 교묘하게 이용하고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자신을 몰아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능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할수 있는게 없음을 깨닫는 솔로몬.

 

그 누구의 선택에도 마음이 참 아프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재일조선인 들의 선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랜 세월 모국인 북한과 남한에서도 이들의 삶을 방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것과 아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라는 말이 여러번 나온다. 이삭과 고한수.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끈의 줄기와는 다르게 이 소설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삶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남편의 죽음으로 가장이 되어 모질게 살아온 양진과 선자, 일본도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유미. 사랑하는 이를 따라 일본에 왔지만 외국인의 차별에 맞서 살아갈 수 없이 솔로몬과 이별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피비. 그들의 삶을 통해서도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시 일본과 한국의 미묘한 신경전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세계인들이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고 하는데 많이 읽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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