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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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소설로 쓰여지고 영화로도 개봉한 이야기라는 이 책의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넘기고 나서 첫페이지를 읽고 난후 그 다음 페이지를 넘길수 없었다. 번역하는 분께서도 첫 페이지 이후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을 검색해보셨다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그 지점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그 실화가 그리 충격적인 사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실제사건으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시대 지구상에,어디에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아 한참을 검색하게 찾아보게 했다.

 

 

2005년에서 2009년 사이에 볼리비아의 외딴 메노파 신자들의 공동체에 모여사는 여러명의 소녀들과 성인 여성들은 아침이면 머리가 멍해진 채 고통을 느끼고 잠에서 깨고 몸 곳곳에 피가 흐르고 멍이 든 자국들, 폭행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 사건은 유령과 악마의 소행으로 치부되고 여자들이 죄가 많아서 신이 내린 벌이라고 하거나 간통 사실을 숨기기 위한 술수라고 생각하고 외면 당했다, 그러는 사이 범죄는 계속 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이 마을에 사는 여덟명의 남자들이 동물용 마취제를 써서 여자들의 의식을 잃게 하고 강간했다는 사실이다.

 

 

남자들이 잡혔다. 그 범인 남자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들의 형제고 친척이고 친구인 사람들이다. 마을의 다른 남자들은 그들을 풀려나게 하기 위해 보석금을 들고 도시에 나가 있다. 그들이 돌아오면 공동체 여자들에게 이들을 용서할 기회를 줄거라고 한다. 용서를 하지 않는다면 이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떠나야 한다고, 용서하지 않으면 그들은 천국에 갈수 없다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한다. 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인원을 뺀 이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떠날 것인지, 남아서 싸울것인지, 이 공동체에서 남자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일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나 여자들은 글을 모른다. 자신들의 언어조차도 모른다. 옆 공동체에도 가본적이 없을 만큼 폐쇄적으로 살았다. 이 거짓말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피해자중 여덟명의 회의와 회의록을 작성하는 아우구스트 에프 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남자들이 보석으로 풀려나오기 위한 재판을 하는 48시간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피해자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는 절박함. 용서하지 않으면 신에게 용서 받지 못한다는 종교적인 불안감, 가족과 흩어지지 않기 위해 용서를 하는 경우 그들의 범죄는 멈추지 않을것이고 나의 자녀들에게 대물림 될수 있다는 절박함, 나의 자녀들에게는 이런 시대를 대물림 하고 싶지 않다는 울분,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자신들의 삶이 어디서부턴가 아주 제대로 잘못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그들의 대화속에 담겨있다.

21세기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들이 펼처진다. 종교적인 맹신, 가려진 시야. 제 자신의 운명을 한 번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보지 못한 여자들, 그들은 자신들이 동물보다 못한 존재라는 사실에 웃음을 짓지만 그 웃음 속에 차별과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받아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실제 사건속의 여자들은 그후 어떤 삶을 살고 있나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그리 명쾌한 뒷이야기는 못 찾았다. 소설보다 더한게 현실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런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게 과연 그들만의 문제였을까. 세상의 절반인 여자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어떻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세계와 태양을 공유하고 있는지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하루에 무려 열다섯 번씩 일출과 일몰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태양을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가 타인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을 배울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p.16)

 

 

넌 평생 네가 어떤 생각을 하건 그게 한번도 중요한적이 없었다면 어떨 것 같아?” (p.178)

 

 

 

출판사 서포터즈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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