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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 속에 우주가 있다"
가장 깊숙한 어둠 속에 있을 때에도 나는 나나에게서 위로를 받았고 이 작은 동물에게 의미가 되기 위해 하루를 견뎌냈다. 화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조차 몰랐을 때였다. 하지만, 내 무릎 위에서 내 눈을 궁금한 듯 바라보며 나의 우울함을 날려버리는, 나를 이해해주는 듯한 신비하게 깊고 맑은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의 그림도 이러한 위안이 되기를 바랐다. 가장 소박한 희망사항이었지만 이제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준 존재도 이 작고 사소한 동물 친구 나나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스치듯 지나간 기억이 있어요. 한때, 아니 '때'라고 말하기도 아직은 조금 어색한 불과 얼마 전의 나와 너무도 같은 마음으로 보였던 제목. 아직 추웠던 겨울, 저도 낯선 곳에서 길고양이처럼 혼자였어요. 스스로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게 싫거나 슬프지는 않았지만 부지런하게도 틈틈이 외로워지던 날들에는 어쩔 수 없이 심장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일과를 끝내고 조그만 자취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다 보면 사람들보다 길고양이가 더 눈에 띄곤 했습니다. 마음 붙일 친구도 가족도 없던 저에겐 그 길고양이가 마치 친구 같고 내 편 같고, 또 부끄럽지만 너무 나 같아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괜히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누군가 보면 무서워했을지도 모르지만), 언덕을 열심히 올라왔다가 길고양이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 언덕을 다시 내려가 소시지를 사서 다시 올라오는 힘듦도 감수했었던 그날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그래도 우리 힘내자'라는 말을 그 고양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몸은 편해졌지만 그때의 그 마음이 1초에 한 번씩 그리워지는 걸 보면 그때의 그 외로움은 어쩌면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 그랬으니까요. 당하면 외로움이고 즐기면 고독이라고.
아마 이 책의 작가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고양이를 그리는 화가의 성장에세이. 이것만으로도 무척 끌리는 책입니다.
참을 수 없는 이 청춘의 상태
문득 또 달아나고 싶은 걸 ...... 왜인지도 모르게
패션일러스트레이터의 런던 농장 체험기. "나, 이곳으로 이사와 함께 살아도 돼요?" 이렇게 묻는 그녀에게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혹여나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 농부 투스의 대답에도 주저함이라곤 없었다. 언제까지라고 기약하기 힘든 농장에서의 무기한 체류가 시작된 것이다.
촉촉한 브라우니 같은 밭이랑,
포도 덩굴이 감고 올라가는 담장,
살랑거리는 커튼 사이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세상의 끝으로 도망친 그때 그 시절, 밭고랑 사이에 두고 온 내 청춘
"참을 수 없는 이 청춘의 상태" 이 말이 참 좋아요.
아니 좋다기 보단 지금 내 상태와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라 어쩐지 위안을 얻는 느낌이에요.
갑자기 삶이 답답하고 갑갑하게 느껴질 때, 막막하고 숨이 턱 막히고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누구나 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내가 겁이 나고, 좀 더 특별한 인생이 여기 아닌 다른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마치 누군가의 계시를 받은 듯이 찌릿- 하고 느껴질 때.
하지만 그럴 때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겠죠.
떠나야겠다고 느낀 순간 떠날 수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하루하루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거움과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날씨가 맑으면 맑아서 좋고, 느린 건 느려서 좋고, 불편한 건 불편해서 좋았다. 모든 것이 별스럽지 않고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도 그렇게 신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게으른 내가 하루도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없었다. 집에 있으면 교통카드 사 놓은 것이 아깝고, 밖을 실컷 돌아다니다 보면 집세 내는 것이 아깝고... 그랬다.' p.18
"나는 이제 외롭기 때문에,
더 잘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는 것을 안다.
...조금 더 세상의 슬픔을,
삶의 한순간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쓴맛을 즐기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의 달콤함을 알게 되었다."
영화 <접속>, <텔미썸딩>, <황진이>...그리고 <가비>의 감독
"가끔은 삶이 엇나간다는 생각에, 상처받아 숨고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를 위로한 건 한잔의 커피였다.
아주 어릴 때는 커피는 어른들만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의 나는 어른일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카페인 중독으로 커피를 달고 산지 꽤 오래된 지금,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조금 어른인 척 했엇던 날들을 떠올려 보면 그 당시엔 어른인 척 술을 마셨던 것 같아요. 슬퍼도, 기뻐도, 화가나도 술을 찾았던 스무살이 갓 넘었던 어린 시절. 오히려 지금은 쓴 소주 한 잔 보다 에스프레소가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말이에요.
책 소개에 나오듯이 '쓴맛을 왈칵, 듬뿍 안겨준 뒤에 아주 인색하게, 아주 잠깐 달콤한 맛으로 위로해주는 에스프레소는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 지난하고 불확실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우연을, 운명을 마주할 때 삶은 달콤해진다. 그러니 당신, 그 스쳐가는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면, 설탕 없는 에스프레소의 쓴 맛을 견뎌보길.'
마치 영화를 보듯이 커피와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외로워서 완벽한'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 책이 커피 한 잔 같은 휴식이 되어 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