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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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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머리노래에 있는 감정은 춘향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120개가 넘는 판본으로 시대의 얼굴이 부르는 노래정숙을 요구받고 충실히 이행한 기생 춘향은 쑥대머리가 되어 옥에 갇힌다차디찬 감방에서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토하며 무덤근처 선나무가 '상사목'이 될거라며 분노하는 이는 이제 겨우 16살이 된 여자(아이)이 가사에 깔린 '사랑'에 몹시 놀란다열여섯 살은 어떤 나이인가한창 근의 공식을 배울 때는 아닌가. "니들은 근의 공식만 알지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몰라."

 

정정하자근의 공식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이리 가까이 오너라...안거라보자서거라보자쌍긋 웃어라잇속을 보자아장아장 거닐어서 백만교태 다 부려라." 이몽룡과 첫날 밤을 보내는 이도 열여섯 살의 춘향이다춘향전에는 충만한 사랑과 섹스가 잘 드러난다.

 

성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혹은 생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지 못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125

 


<결혼과 도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성을 대할 때 죄의식을 갖게하는 기독교에 대응하는 방식이다성을 즐기는 것은 단지 맛있게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과 같은데하는 생각은 지금도 먼 것만 같다모 가수가 "섹스는 게임이다라고 말해 곤욕을 치뤘던 때는 놀랍게도 2010년의 일이다. 2010년 전의 일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것 같지만인류가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독수리호를 파견할 날이 이제 3년 밖에 남지 않은 지금도 섹스는 터부시 되고 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1872년에 태어난 20세기 인물이 전망하는 결혼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 경제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구속했던 기반이 사라지게 되면성윤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획기적인 주장이다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지만경제적인 부담은 국가가 지니게 된다는 것인데 아이의 양육을 국가가 일부 책임지는 것이 지금의 복지임을 돌아보면 아주 터무니없는 예상은 아닐 것 같다성윤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아버지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서 미래의 남자들에 대한 어둡고 근심어린 전망을 하지만사랑의 형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깊이 나누는 사랑은 육체적으로또 지적으로 깊이 있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 말이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하고인생을 두려워 하는 사람은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253

 

그러나 왜 굳이 '사랑'을 해야 하는가. 묻는다면 대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사랑의 감정을 알아야 하는가나는 온전하게 살 수 있고사람을 만나며 일을 하며 내 하루를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라고 의문을 갖는다면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지만다른 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기쁨은 인간만이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감정의 교류로 인한 나의 확대, 나의 성장은 사랑이 아니고서는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세계다이것은 마치 왜 굳이 '행복'해야 하는가와 닿아 있는 의문은 아닐까그러므로 열여 섯 살에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노래 했던 춘향이 자신의 속을 얼마나 깊이 헤아렸을까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알 수있었을 거라니부러워지는 것이다.

 

 

좋은 말 많지 않나


불금

행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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