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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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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프레임의 책상은 산 지 오년 쯤 되었다. 오른쪽에 책장이 역시 철제로 가늘다. 시원하게 트이면서도 책을 넉넉히 수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는 당시 막혀 있는 것에 대단한 강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산 책장과 책상은 모두 뒤가 오픈되어 있다. 철제 프레임으로 폭을 만들고 책을 올릴 수 있는 상판만을 갖춘 구조다. 흔히 떠올리는 책장처럼 뒤가 막혀 있는 구조는 내겐 불안하다. 뒤편의 보이지 않는 무엇을 상상하게 한다. 그것은 하찮치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계라서 괴롭다. 보지 못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주 피곤한 일이었다. 아주 좁은 틈에 빛이라고는 들지 않는 뒤편을 거느리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불안은 이정도다. 불안이 없는게 아니다. 그것을 다 쓸 수 없을 뿐이다. 불안이 없는 내가 나일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내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불안은 중요하지만 불안을 말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창피하며 부끄럽다. (한숨) 그만하기로 하자.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의 정직한 제목의 책이 있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저자는 불안에 패대기쳐지거나 울고 싶었던 날을 유머러스하게 적어 '나 이러고 산다'며 보여준다. 2살때부터 불안과 함께한 이력이 여간하지 않다. 적당히 불안에 대해서 쓴 서술이 아니라서 허리를 꼿꼿히 펴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일대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붙들게 된다. 불안이 엄습했던 상황과 불안으로 나타난 심경과 신체의 변화를 상세히 적어서 자신을 관찰한 성실한 일지로 생각해도 좋다. 저자는 자신에게서 시작된 뜻모를 불안에 대한 물음에 꼬리를 이어 '불안'의 역사와 문화를 탐사하고 '불안'을 쓴 문학이나 '불안'을 생각하는 과학 저변을 돈다. 오백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되었다. 그 여정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이라는 부제가 얼마나 겸손한 말이었는지. 1부를 키르케고르와 프로이트의 '불안'에 대한 문장으로 '배치'하고 곧바로 자신의 결혼식에 불안으로 거의 죽을 뻔한 일을 상세히 적는다. 결혼식만 망쳤나, 자신의 생에서 셀 수도 없이 수치스럽고 겁났던 일과 많은 것들을 버리거나 망쳐왔는지 이야기한다. 이쯤되면 아, 위로할 말도 마땅찮다. 그가 이렇게 긴 책을 쓰는 '불안'에 대해 생각하면 '승리'라는 단어가 슬몃 생각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불안의 역사와 문화를 거슬러 살핀다. 경험이 아니라면 이런 쓰기는 가능치 않았을 텐데 어떤 연구를 소개하면서 그에 따른 자신의 증상을 함께 엮어 더 깊은 이해를 구한다.


종내에는 불안은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다(!)며 이야기 하는 저자의 글을 마지막으로 둔다. 인생을 못살게군 불안에 대해 이성적으로 내리는 최대의 찬사일 것. 눈물겨운 불안에 대한 이해여.


적어도 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동전의 뒷면일 것이다. 어쩌면, 부족하나마 나에게 어떤 도덕감이 있다면 그것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걱정으로 나를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가는 상상력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

불안은 낫지 않는 상처처럼 가끔은 나의 삶을 막아서고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떤 힘의 원천이자 은총이기도 하다.

421~422


불안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남의 불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만)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저자의 따뜻한 인성이 자신의 삶을, 그리고 이 책을 집어든 불안에 고통받고 있을 사람을 시종 유머로 토닥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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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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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6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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