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을 시험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1기를 약간의 애정과 노력으로 봤다면, 2기는 몸에 잠재한 자성에 놀라며 끌려가는 중이다. 세상에는 참 믿을 수 없는게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왕좌의 게임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한 화 한 화 끝나는 것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엔딩이 흘러나올 때 표정을 찍는다면 세상에 못봐줄 그런 얼굴이겠지.

 

믿고 싶지 않은 일이 하나 더 있다.

73일부터 집 앞의 2층의 단독주택은 공사를 시작했다. 앞집과 내가 있는 집은 도로 하나를 둔다. 그 거리는 약 5M 정도. 오늘은 토요일이고, 인부 아저씨 여섯은 아침 7시부터 집 안에 존재하는 모든 유리를 부수기 시작했다. 열두시까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불행'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9시경에 나와 공사의 기간을 물었다. 주차장이 있는 5층 규모 빌라가 들어설 예정. 공사기간은 3달이라고 했다. 더 뭐라고 물어야 하나. 알겠다며 돌아서는 뒷모습. 영화로 찍는다면 그쯤 되겠지.


집에 들어와도 바깥과 별 차이 없는 소음. 다시 한 번 '불행'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한자를 어떻게 쓰더라. 주변에는 적어도 4동의 빌라가 그 단독주택을 둘러싸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부서지는 뷰가 잘 보이는 집, 우리집이다. 물론 세들어 살고 있으며, 세를 준 집주인의 나이는 13살이다. 조프리 나이가 그쯤 되었던가.

 

왕좌의 게임에서 철왕좌를 찾기 위한 암투에 영주들이 갖고 있는 문장과 가언이 함께 하며, 각자의 지역을 상징하는 '상품'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모피, , 향신료, 드래곤....은 물론 아니지만, 모피나 철, 향신료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는 누가 먼저냐? 라는 물음. 닭과 알의 선후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를 탐색한다.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등이 어떻게 세계의 삶을 바꿨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좀 의외였던 상품은 모피였다. 모피는 그 추운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개척을 끌었다. 다이아몬드에는 사람의 피가 묻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은 갖지 않는것이 자연스럽다. 책을 읽다보니 상품과 세계의 대척점에 빠진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닭과 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이 그 자리에 어떨지. 좀 어울릴 것 같다.

 

상품으로 말미암아 세계가 얼마나 바뀌었나,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를 알아채는 것만이 독서의 일은 아닐터. 상품에 투영된 욕망이 그것을 발견한 이들과 세계에는 부와 행복을 가져다주고, 반대편의 곳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반대의 것을 어떤 것을 남겨놓았다. 살풍경을 대면하는 과정이었다.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에 눈이 먼 만큼 세계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포기했다 싶은 점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찐 감자를 앞에 두고 이렇게 생각한다. 욕망이 얼마나 뜨거웠기에 그 딱딱한 감자가 조금만 힘을 줘도 부스러질만큼 부드러운 것이 되었나. 그런데 한자로 어떻게 쓰더라? 욕망은. 그 모양이 불행과 얼마나 닮았었나. 아니 조금도 닮지 않았던가.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욕망으로 일군 무수한 일에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돌아가는 사람이다. 세 달간 공사를 진행할 공사장 앞, 즐거운 나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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