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기철의 시작 태도에서 일종의 문학적 금욕주의랄까요, 염결성과 청빈 등의 고전적 덕목을 떠올리게 하는 시적 태도를 봅니다. 이것은 그것이 사물이든 상념이든 시적 대상을 대함에 있어 정중함이나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고자 하는 태도로 나타나지요. 또 시어나 표현에 있어서도, 쓰는 사람의 욕구 위주로 일방적으로 언어를 '사

용'하려 하지 않지요. 이런 조심스러움은 얼마간 소극적이거나 소승적인 감각이기 쉬워서 현실의 격동을 시의 문면(文面)에서 실답게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삶과 언어를 대하는 이러한 마음가짐과 품위는 매우 귀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김사인,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대담 중에서. 창작과 비평 2014 여름호.





 그냥 지문 같은 거라고. 인주 붉게 눌러졌으므로 그 결이 나타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노릇이라고. 그래서 느린 산같은 결에는 같이 눕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게 글이 좋다는 게 아닐까. 숙명처럼 말의 부름을 받는 이들의 대관절,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읽는 태도는 무엇인가. 여름끝에 받아온 이 차가 영영 식지 않기를. 손을 공손히 앞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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