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忘 혹은 備忘 1
최승자
아무도 모르리라.
그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으리라.
그 세월의 내막을.
세월은 내게 뭉텅뭉텅
똥덩이나 던져주면서
똥이나 먹고 살라면서
세월은 마구잡이로 그냥,
내 앞에서 내 뒤에서
내 정신과 육체의 한가운데서,
저 불변의 세월은
흘러가지도 못하는 저 세월은
내게 똥이나 먹이면서
나를 무자비하게 그냥 살려두면서.
최승자,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지성사, 1993.
_
이런 지경일이라도 세계는 존재한다. 그 까닭을 묻기엔 지나치게 많은 희망이 필요하고 내겐 희망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