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3인류-거대한 이파리와 빈약한 줄기

 

 소설을 읽기 전 그의 궤적을 살펴보았다중고등학생을 벗어나면서부터 그의 책을 보지 못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뇌』이후로 발간되는 소식만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궤적. 그의 소설에 대한 기억도 '중고등학생 때'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것을 점검했다. 그를 만나기전 나의 준비는 읽지 못했던 그의 전작을 나열하는 것과, 『개미』를 읽고 느꼈던 흥미진진함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다. 『제3인류』는 중고등학생 때의 향수를 불러왔다그의 세계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매력적이고 젊고 똑똑한 남녀 주인공이 나오며, 이야기의 전개가 그럴듯 하지만 급작스럽고, 그렇지만 잘 읽히고, 추리·모험의 형태를 띄지만 연애이야기도 물론이며, 몇 백 페이지를 끌고 나가는 패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3인류는 베르나르 자신이 썼었던 전작에 많이 기대 있었다. 2권에 나오는 감사의 말을 살피면 '개미가 출간된 지 20년이 되었고많은 시간 동행해준 독자들을 위해서 전작의 원리를 다시 채용한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다자신의 이야기가 모자라서 전작의 소스를 가져올 수는 있다. 읽어본 결과 그의 전작의 채용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것을 독자를 위해서라고 명시하는 것은 독자를 핑계 삼아 자신의 좁은 세계를 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전 소설과 연관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것이 그의 특징이라고 해도 말이다.

 

 제3인류는 그의 전작 중 내용 측면에서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제3인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다음의 인류에 대한 천작은 과연 '우리 이후의 인류'는 무엇일까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신선한 지점을 갖고있다. 소설은 거인족을 남극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거인족이 있었다는 착안이 무척 놀라웠다. 모든 대륙에서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건축물-피라미드이스타 석상 등이 확인 되는 것과 거의 모든 신화에서 거인족과 보통 신장의 인류의 싸움 등이 나오는 것을 꼼꼼이 살피고 물었을 결과일 것이다그들의 크기는 지금 보통사람의 10즉 17m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된다보통 인류를 기준으로 10배 큰 인류가 있었고다시 제3인류라는 후속의 인류로 보통 인류의 10배 작은 인류(여성)를 탄생시키는 설정이다이들은 무려 난생하며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목적(!)은 어떤 위험에도 저항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소설은 크게 네 가지 줄기가 나선형으로 하나의 몸통을 만든다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서로를 보완하면서 나아가는 형식이다우선 주인공들이 진화를 연구하는 이야기그리고 지구가 화자가 되어 하는 이야기중간 중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발췌해 소설의 이해를 돕는 챕터가 있으며 전 세계 동향을 나라별로 뉴스 전하듯 보도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기둥을 튼튼히 하려고 네 가지의 줄기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끌어왔지만 이들의 화합이 제3인류라는 제목을 받치고 있기에도 빈약해 보이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지구가 화자가 되는 상황에서 잘 나타나는데, 지구는 보통 혼잣말을 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나는 베르나르의 분신을 지구에서 보았다지구는 신의 입장으로 등장해 스스로 생각하고 말을 한다소통은 하지 못하지만 주인공들의 상황을 들을 수 있고도와주기도 하고대화를 설명해주기도 하는 존재이다그러면서 자신의 탄생과 그 동안의 비화를 설명해간다. 이것은 그동안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 개미나 다른 동물들혹은 신 등의 입장에서 인간을 회의적으로반성적으로 바라보았던 그의 시선이 이제는 지구의 시선으로 옮겨 갔다는 새로움을 이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만 소설을 이룰 수 있다는 취약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다시말해 '지구가 하는 말'은 그 자체로 신선할 수 있지만 그 목소리가 지구를 이해하기보다 소설의 진행을 돕는 비중이 역력하다는 것이 아쉬웠다하나의 예로여자 주인공인 오로르가 여성들의 마을에 가서 신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의식을 치루는 장면이 끝나고 이어지는 지구의 목소리를 살펴보자.

 

물속에 가스를 보내어 작은 거품들을 일으켰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하는 수 없다나에게는 그 <오로르 카메러>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내가 기억하기로 그 여자는 내가 지켜보고 싶어 하는 진화 프로젝트들 가운데 하나를 제안한 사람이다.(중략)

나 자신의 역사를 회상하고 있었는데 어디까지 했더라?」 p268

 

지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알려주면서, 인물의 동향을 알려주면서 페이지를 장식한다. 소설을 창조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얼마나 정교하게 구체적으로 있을 법하게 그리느냐가 소설의 승패가 되겠다그의 이야기는 점점 커지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세밀함은 점점 부족해 보였다성의 없는 인물간의 대화과감함을 뛰어넘는 이야기 전개, 주인공들은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물론 그의 소설에서 정치적인 풍자나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지구의 파괴 등은 주의 깊게 들을만 하다. 그러나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제3인류의 탄생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야기이다. 다른 인류를 탄생 시키는 지금의 인류에 대한 위험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인류로써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만들어지는 인류'는 과연 어떤 존재일 것인가. 거대하고 무성하지만 매력적인 주제에 비해 그것을 뒷받침 하는 소설의 기둥이 빈약하다. 

 

베르나르는 『개미』를 기억하는 자신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책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책이 허술해서 쉽게 읽히는 것과 재미있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것은 다르다. 초판을 20쇄나 찍었다. 그는 이야기꾼으로써의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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