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기술>은 제목 그대로 그림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기술서이다. 왜 이 그림이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긴 명작에 얽힌 스토리나 연대나 작가에 대한 분석보다, 그림 위에 격자와 동세선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만 알아챌 수 있다고 믿었던 그림의 구도와 배치에 대한 비밀을 읽는 것 같다.
이 책은 장마다 그림의 초점, 경로, 균형, 물감과 색, 구도와 비례, 통일감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국어(요새도 국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의 지문을 쪼개 읽으면서 화자의 의도, 목적, 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 연습들은 최소한 그 ‘단락’을 읽는 힘을 키워주는 것 같다. 우리는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글의 백미를 찾으려고 책을 샅샅이 보지 않아도 되며, 작가의 의도를 부러 한 줄로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어떤 지문을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푸는 일은 학교를 떠나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글이 주고자 하는 것을 알고,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을 알고, 받아들이고, 감동할 수 있다. 나아가 왜 그런지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그보다 좀 더 실용적인데, 바로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일단 한 장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하고 끝난다. 길지 않고, 여러 장을 넘길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림을 구성한 그 면 자체의 형식으로부터(이를테면 사각형 캔버스)단서가 시작된다.
그런데 다시 말해 그림의 단서를 발견한다는 것은 인간이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답게 여기는지를 이해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왜 파란 안락의자에 앉은 소녀 옆에 강아지가 누워 있는지, 메론과 정물이 이렇게 비일상적인 배치로 놓여 있는지, 어두운 면 중에 비어있는 밝은 면, 그림의 한쪽 모서리를 보고 곧 이 그림을 벗어날 실마리를 찾는지. 사람은 어떻게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지 이해하는 과정 같기도 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을 키우기 위해 명화 위에 씩씩하게 그려진 단순한 선들은 사선 아니면 세로선 아니면 가로선 같은 것들이다. 명화가 엄청나게 정밀한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구성의 선분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림 위를 종횡무진하는 선들을 바라보며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느낀다는 구도 몇 가지를 눈에 익혀 둔다.
백문이불여일견, 사진을 추가해야 하는 책이다.
*까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