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백업이괴로워하는 걸 보고 내가 함께 괴로워했다고거짓말할 수는 없다. 나는 안도하고 기뻐했다.
미덥지 못한 기계라 할지라도 통제권이 내 손에 있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겼다.
내가 백업보다 케이블에서 먼저 나온 것이다.

너무 많은 소리가 나를 괴롭혔던 것처럼 너무 많은 빛의 영역이 내 집중을 망쳤다. 색깔들이 구별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밝고 어두운 영역들이 수시로 섞여서 분간이 안 됐다.
낮은 채도와 낮은 온도를 분별할 수 없었고, 눈앞에 어룽거리는 것들이 밝은색을 지닌 무언가인지 뜨거운 열을 지닌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다.

오싹했다. 하나의 소리를 다른 소리와 구분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눈 앞의 물체를 규정해줄 인공지능을 부착하지 않고 눈을 뜨느니차라리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게 나았다. 나는눈을 감으려 했지만, 그 또한 방법을 알 수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오! 멍텅구리! 이은하! 오, 이은하, 멍텅구리!"
그래...... 야...... 알았어, 이제 그만해."
"이런 멍텅구리! 내가 바다를 건너서 멍텅구리에게 오다! 오! 세상에 제일 멍텅구리!"
"알았어! 그만하라고, 한국어 입출력기? 그거 구해다주면 되는 거지? 젠장.... 내가 해마한테 돈을 투자해야 하는 거야?"
"너의 행동의 속도가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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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국 은영이 보는 것은 일종의 액토플라즘,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아직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체다.˝
친구들에게 ‘아는 형‘이라 놀림받는 안은영비비탄 총과 장난감 칼로 귀신과 맞서는 안은영어쩐지 좀 귀엽고 왜인지 되게 멋있는 안은영세상에 둘도 없는 보건교사, 우리들의 안은영본격 학원 명랑 미스터리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세상에 나왔다. 안은영은어릴 때부터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아 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이다. 깊은어두움을 장착했을 것만 같은 운명이지만, 안은영은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을 모두 지녔다.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안은영은 괴물과 육체적으로 직접 맞부딪혀 싸우는 ‘리얼 여전사이면서도 타인의 아픈 상처를 무심한 듯 다정하게 치유하는 ‘진짜 보건교사‘이기도 하다. 당신은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퇴마사를 본 적이 있는가. 안은영을 만났다면 한 번 있을 것이고, 아직 만나기 전이라면 전혀 없었을 경험일 테니…… 『보건교사 안은영의 공동체에서 우리는 마음껏 에로에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안은영의 매력에 름팩,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저 충전이 잘된 날, 완전히 차오른 은영의 얼굴을 바라보다 잠드는 게 좋았다. 그 빛나는얼굴이 인표의 수면등이었다.

"좋아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꽃무늬만 입는다 해도하하하, 이번엔 은영도 웃었다. 인표는 정말 그러고 나타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같이 웃었다.

"그만두지 말아요. 다른 데 가지 말아요."
"안 그래도 몇 년 더 있으려고요. 이 학교는 잠잠하다 싶으면 더 위험한 게 꼬여서."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랑 있어요."

인표는 은영의 차가운 손을 잡았고, 곧 두 손으로 그 손을감쌌다. 30년쯤 깎아 왔을 텐데도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못 깎은 손톱에 입을 맞추고 은영을 끌어당겨 안았다. 엉킨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었고 이마에도 입을 맞췄다.
"엄청 차근차근 추근거리네."

"주술용으로 비싸게 거래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정말로 쓰는 사람들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내려서서는 안 되는바닥이 있다는 걸 지금까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영원히 모르겠조."

"그러니까 여자를 만나도 좀!"
평소에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리면 굉장히 경쾌한 소리가나는 무지개 칼이지만, 역시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인표는은영이 전하고자 한 바를 용케 알아듣고 항변했다.
"니가 안 만나 줬잖아!"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너무나 익숙한 대기업의 로고가 거기 붙어 있다는 게 현실감이 없었다.
은영은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웃고 말았다. 그 기업에 전속 무당들이 있다는 루머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줄이야. 

역사교육과는 어느 학교든 가장 사회운동에 앞장서는 편이긴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면 사회가 역사적으로 순방향을 향하는지 역방향을 향하는지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치적 성향이 분

패션은 원래 어느 선을 지나면 더 이상 일반적인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니까요."

조용한 곳에서 일하는 조용한 여자. 싸우지도 소리 지르지도 위기에 처하지도 너덜너덜하게 지치지도 않는 여자. 보지말아야 할 것은 전혀 보지 않는 여자. 가방 안에 이상한 용도의 장난감이 들어 있지 않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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