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보수주의자들이여, SF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시길. 어차피 SF는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몇 권의 글줄이나 한두 편의 영화 정도로 바뀔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오직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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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1
이경희 지음 / 구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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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SF에 입덕한 독자입니다! SF 입문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SF 주요 소재별로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앞으로 SF를 읽으면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읽던 책들을 모두 중단하고 이 책 먼저 읽었는데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러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장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덕분에 장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가 왜 SF에 빠졌는지도 알 것 같아요! SF의 매력을 글로 풀어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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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작품이 장르에 담기는게 아니라, 장르가 작품에 담긴다. 장르는 바구니가 아니라 해시태그 다.

얼마나 멀리,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는 당신의 몫이다. 물론 나는 SF의 세계로 향하시기를 추천드린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이 장르를, 이 세계를, 당신도 함께 사랑해 줬으면 해서다.

그냥 쉽게 생각하자. 마음 편히 SF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자연스럽게 SF가 무엇인지 알게 될것이다. 당신이 SF를 읽고 보고 플레이하며 ‘아, 대충 이런거구나‘ 하고 떠올리는 그 느낌이 바로 SF다. 데이먼 나이트의 말처럼 "내가 SF라고 부르는 것이 곧 SF"인 것이다.
당신이 SF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생각하건,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고 생각하건, 누군가는 끔찍이 싫어할단어인 ‘공상과학‘이라고 생각하건 상관없다. 그게 바로 당신의 기준이니까. 각자가 생각하는 SF의 기준이 공명하고 하여 형성되는 모호한 경계, 그것이 바로 오늘의 SF 일 것이다.- P29

"너네들 전부 흥이다! SF 좋은 거 나는 예전부터 다 알았거든?"

더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우리 삶을 직접 대입시킨 국내SF들이 넘치는 지금에 와서는 굳이 SF를 시작하겠다며 계보를 따지며 미제 유물을 숙제처럼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것들은 이미 고전이 되어 버렸고,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으니까. 물론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대상의 재미가 있지만, SF의 본원적인 재미와는 조금 다른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그냥 마음에 드는 최근의 한국 SF부터 읽기를추천드린다.

과연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혹은 아포칼립스일까.

물론 SF는 미래를 예언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하지만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SF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혹은 제안한다. 가끔은 우리가 마음속 깊이 욕망하고 있던 미래를 형상화하여 눈앞에 보여 주기도한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말이다.

우리는 SF를 통해 남녀가 완전히 평등해진 사회를 디자인할 수도 있고, 지구상에 운석이 떨어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다. 모두가 영생불멸하는 미래를 상상하거나, 우주의 시작과 끝을 사유해 볼 수도 있다.

SF는 초월에 대한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 준다. 온몸을 기계로 바꾸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거나, 과학의 힘으로영생불멸한다거나, 초능력을 얻어 상대의 마음을 읽고 물체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등 어떤 복잡한 욕망도 실현 가능하다. 초월을 다루는 이야기는 워낙에 인기가 많고 자주 반복된 탓에,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이야기가 이미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당신은 취향껏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유독 한국의 SF 작가들은 남들보다 섬세하고 따스한 사람들인 것같다. 그들은 우리의 사소한 아픔을 놓치지 않고, 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작품에서는 작품 바깥에서든 말이다.

왜 SF에 대해서만 이런 호들갑을 떠는 걸까? 미스터리는악의 발생을 탐구하기 위한 사회학적 도구인가? 호러는 공포의 성질과 죽음을 해석하는 수단인가? 로맨스는 사랑의본질을 이해하려는 철학적 시도인가? 그럴 리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SF에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F는 인류의 비전을 추구하기 위한 장치도,
윤리와 지성을 논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그건 이 장르에대한 지나친 승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즐겁기 위해 SF를 소비한다. 그럼 왜 안 되는가? 그냥 즐거우면 왜 안 되는가? 나는 일부 SF 팬들의 선민의식에 진절머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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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자다. 다른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언제나 혼자였고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다. 전 우주에 지적 존재뿐 아니라 생명 자체가 존재하는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는 결론이더군요. 지구 외에 다른 곳의 생명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없고, 지구는 그저 우주적 기적의 결집체일뿐이라는 겁니다. 지구의 생명이 사라지면 우주는다시 텅 비어 버리게 되겠죠."

"나 같으면 외로우면서도 책임감이랄까,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까 싶어. 홀로 광활한 우주를 지켜보고 있는 처지가 되니. 만약 내가 바라보지 않는다면, 관찰자가 없다면, 저 공간은 존재하는가. 내가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핀이 만약 실존주의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결국 자신의 존재 의미를 파고들지 않았을까. 결코 긍정적인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겠지."


"나 같으면 외로우면서도 책임감이랄까,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까 싶어. 홀로 광활한 우주를 지켜보고 있는 처지가 되니. 만약 내가 바라보지 않는다면, 관찰자가 없다면, 저 공간은 존재하는가. 내가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핀이 만약 실존주의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결국 자신의 존재 의미를 파고들지 않았을까. 결코 긍정적인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마지막에 가선 절대적 고독과 무거운 책임을 견디지 못하고 핀은 스스로를 파괴했다. 무기력한 고성능 뉴런에 불과한 인간들은 그걸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 얘기군."

"과학과 기술은 항상 한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아. 때론 거꾸로 가기도 하고. 적어도 당시의 인류에게는 베르티아를 다시 만들 기술력이 없었던 모양이야. 사실 베르티아도 정신 제대로 박힌 문명이라면 만들지 않았을 물건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울증에 걸린 핀이 인류의 우주 탈출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약간 쓸쓸하네요. 지구와 인류는 우리의 중요한 기원인데. 자녀는 언젠가 부모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는 하지만. 마치 늙은 부모를 두고 가는 느낌이에요."

"우린 어디를 가나 우리의 기원 속에 있을 거야. 우린 우주의 중심에서 태어난 존재이기도 하니까. 여러 부모를 가진 셈이지. 어쨌거나, 우주에 정말 인류 외의 생명이 없다면 우주는 인류만을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몰라. 핀이 그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우린 어디를 가나 우리의 기원 속에 있을 거야. 우린 우주의 중심에서 태어난 존재이기도 하니까. 여러 부모를 가진 셈이지. 어쨌거나, 우주에 정말 인류 외의 생명이 없다면 우주는 인류만을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몰라. 핀이 그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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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 사람들이 꾸며 낸 이야기는 참 파렴치하더라. 사람이배를 만들고 동물들을 태워 살렸다니. 배 따위는 없었어. 방주를 만든 것도, 그곳에 사람을 태운 것도 모두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이었지. 그들은 선조들의 공을 오로지 인류만의 것으로만들어 버렸어. 그때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그들이 다음 멸망을 몰고 올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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