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권태, 외로움, 의무감, 책임, 자유, 쓸쓸함, 배려, 관심, 대화, 모성애, 욕망, 열정, 안정감, 소유욕, 행복...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게 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을 던져 배열하면 이 책이 될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어쨌거나 프랑수아즈 사강은 여자가 바라는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P60 - P60
"로제, 이대로는 안 되겠어." 같은 말들을 교묘한 조명이나 연한 양고기로 대체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대대로 내려오는 여성 특유의 반사적 반응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쓰디쓴 체념에서 나온 결과도 아니었다. 그랬다, 그것은 차라리 그들 두 사람‘에 대한,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일종의 가학 행위인 셈이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이제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외쳤어야 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나 로제에게서 그런 반응이 나오기를 거의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 사이의 무엇인가가 죽어 버린 모양이었다. P106 - P106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고통스럽고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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