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그마한, 희미한 소리를 평생 잊지 않고, 등뼈에 품고살아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선 분명 당신이 옳고,저야말로 틀렸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만, 저는 어디가어떻게 틀렸는지, 암만해도 모르겠습니다. - P36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마음이긴 하나, 밖으로 나가 본들 내겐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습니다. 장을보고 돌아오는 길에, 역에 들러 멍하니 차가운 역 벤치에앉아 있습니다. 누군가 불쑥 나타난다면! 하는 기대감, 그리고 아아, 나타나면 곤란해, 어떡해! 라는 공포, 그래도나타났을 때는 어쩔 수 없어, 그 사람에게 내 목숨을드려야지, 내 운이 그때 정해져 버리는 거야, 같은 체념비슷한 각오. 그 밖에 온갖 괘씸한 공상 따위가 야릇하게뒤엉키고, 가슴이 벅차올라 질식할 만큼 괴로워집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듯한, 백일몽을 꾸고있는 듯한, 어쩐지 미덥지 않은 기분이 되어, 눈앞사람들이 왕래하는 모습도 망원경을 거꾸로 들여다 본것처럼 자그맣게 아득히 여겨지고, 세계가 잠잠해져버립니다. 아아, 나는 대체, 무얼 기다리는 걸까요? - P59
"여기선 울어도 괜찮지만, 저 세계에선 그런 일로울지 마." - P69
제 싸움.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것과의싸움이었습니다. 진부한 거드름 피우기에 대한싸움입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겉치레에 대한싸움입니다. 쩨쩨한 것, 째째한 사람에 대한 싸움입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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