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하루 일이 끝나면 한 잔의 흑맥주
괭이를 기대 세우고 대바구니 내려놓고
남자도 여자도 큰 머그잔 기울이는

어디엔가 아름다운 읍내가 없을까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린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제비꽃빛 초저녁이
청춘의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차고 넘치는

어디엔거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을까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친함과 우스꽝스러움과 노여움이
날카로운 힘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이바라키 노리코, <보이지 않는 배달부>,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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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고등보통같은것 문과(文科)와같은 것 도스터이엡스키이와같은것 왼갖 번역물과같은것 안읽고 마럿스면 나도 그냥 정조식(正條植)아나심으며 눈치나살피면서 석유호롱 키워놓고 한대(代)를 지켰을꺼나. 선량한나는 기어 무슨 범죄라도 저즈럿슬것이다.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고리키 작(作)의 어머니보단 더하리라.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그 아들이 잘 사는 걸 기대리리라. 허나, 아들의지식이라는것은 고등관도 면소사(面小使)도 돈버리도 그런것은 되지안흔것이다.
고향은 항시 상가(喪家)와 같드라. 부모와 형제들은 한결같이얼골빛이 호박꽃처럼 누러트라. 그들의 이러한 체중(體重)을 가슴에언고서 어찌 내가 금강주(金剛酒)도아니먹고 외상술도 아니 먹고 주정뱅이도 아니 될 수 있겠느냐!!
안해야 너 또한 그들과 비슷하다. 너의 소원은 언제나 너의 껌정고무신과 껌정치마와 껌정손톱과 비슷하다. 거북표류(類)의 고무신을 신은 여자들은 대개 마음도 같은가 부드라.
(네, 네, 하로바삐 취직을 하세요) 달래와 간장내음새가 피부에젖은안해, 한달에도 및번식 너는 찌저진 백로지(白露紙)쪽에 이러케 적어보내는것이나, 미안하다, 취직할 곳도 성공할 곳도 내게는 처음부터 업섯든걸 아라라..
미안하다 안해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 <풀밭 위에서>,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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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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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p. 나는 가성비를 항상 염두에 두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므로, 시끄러운 학생의 입을 다물게 하는 단기적인 메리트와 교실 전체를 울적하게 만드는 장기적인 디메리트를 바꾸는 불리한 장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업을 방해할 성싶은 학생에게는 내 쪽에서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내 경험상 이런 종류의 반항적인 학생 대부분은 초중등 교육 기간 가운데 선생님에게 ‘우호적인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교실에서 어떤 발언을 해서 선생님이 받아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교실에 있기만 해도 그만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다.
반항적인 학생은 오히려 순진한 인간이다.
따라서 ‘자네는 훌륭하군. 자네같이 비평성을 지닌 학생이야말로 대학에 어울린다네’라는 표정을 얼굴 가득 띠고 웃어주면, 이제까지의 교육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인 환상은 꽤 간단히 무너지고 ‘뭐야, 대학은 제법 즐거운 곳이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어 하룻밤 만에 성실한 공부벌레로 변모하기도 한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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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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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p 그러나 ‘점점 알게 된’ 것은 내가 지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 어법이나 말투의 리듬, 사고의 발걸음에 익숙해져서다.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이해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읽은 덕분이다. 나를 ‘레비나스의 책을 읽을 수있는 주체‘로 형성한 것은 ‘레비나스의 책‘ 이지 나의 노력이나 지능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 독서를 통해 발견했다.
그러므로 "내가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자기중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나를 고르고, 책이 나를 불러들이고, 책이 나를 읽을 수 있는 주체로 구축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에게 불리는 것, 책에게 선택되는 것, 책의 ‘부름’을 감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아마 책과 독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가장 행복하면서도 풍요로운 관계가 아닐까 한다.

302p
"나는 나의 역사적 사명을 끝냈다"라는 선언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면 그 선언을 할 수 있는 ‘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일본국헌법 제정을 위해 대일본제국헌법의 국회법에 기초하여 제국의회가 소집되거나, 제3공화제의 종언을 선언하고 페탱 Philippe Pétain 원수에게 전권을 위양하기 위해 공화제 최후의 국민의회가 소집된 것과 비슷하다.
어떤 제도를 끝내려면 누군가가 그 제도의 ‘최종 주체‘라는 성가신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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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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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p
‘교양‘의 깊이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려 할 때 얼마나 큰 지도책‘을 상상할 수 있는지에 따라 계측된다.
‘교양 없는 사람‘이란 ‘자신이 누구이고 어느 위치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생각할 때 살고 있는 맨션의 배치도 따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교양 있는 사람‘이란 세계사 지도 같은 두꺼운 책을 떠올리며 그 어디쯤의 시대, 어디쯤의 지역에 ‘자신‘을 놓아두면 좋을지(킵차크한국 같은 데는 아니겠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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