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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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p 그러나 ‘점점 알게 된’ 것은 내가 지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 어법이나 말투의 리듬, 사고의 발걸음에 익숙해져서다.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이해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레비나스 선생의 책을 읽은 덕분이다. 나를 ‘레비나스의 책을 읽을 수있는 주체‘로 형성한 것은 ‘레비나스의 책‘ 이지 나의 노력이나 지능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 독서를 통해 발견했다.
그러므로 "내가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자기중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나를 고르고, 책이 나를 불러들이고, 책이 나를 읽을 수 있는 주체로 구축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에게 불리는 것, 책에게 선택되는 것, 책의 ‘부름’을 감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아마 책과 독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가장 행복하면서도 풍요로운 관계가 아닐까 한다.

302p
"나는 나의 역사적 사명을 끝냈다"라는 선언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면 그 선언을 할 수 있는 ‘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일본국헌법 제정을 위해 대일본제국헌법의 국회법에 기초하여 제국의회가 소집되거나, 제3공화제의 종언을 선언하고 페탱 Philippe Pétain 원수에게 전권을 위양하기 위해 공화제 최후의 국민의회가 소집된 것과 비슷하다.
어떤 제도를 끝내려면 누군가가 그 제도의 ‘최종 주체‘라는 성가신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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