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지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으로 생각되는 힘에 전적으로 헌신했으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느끼는 힘, 그에게 고귀함과 명예를 약속하는 힘, 무의식적이고 말없는 삶 위에 미소를 머금고 군림하는 정신과 언어의 힘에 완전히 몸을 바쳤다. 젊은 정열을 다하여 그는 그 힘에 헌신했는데, 또한 그 힘은 자신이 선사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써 그에게 보상했으며, 자신이 그 대가로서 가져가곤 하는 모든 것을 그에게서 가차없이 빼앗아갔다.
그 힘은 그의 눈초리를 날카롭게 만들었고 그로 하여금 사람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위대한 단어들의 실체를 꿰뚫어보도록 만들었으며, 그에게 사람들의 영혼과 자기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 힘은 그에게 혜안을 주어 그에게 세계의 내부를 보여주었으며 말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모든 궁극적인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결국 우스꽝스러움과 비참함에 다름아니었다. 그랬다 —— 바로 우스꽝스러움과 비참함이었다.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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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지루한데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주사위놀이를 너무 많이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루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족속이다.
-213p, 킬리만자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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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법입니다. 역사가 승자들에 의해 쓰이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패자들은 무얼 쓸까요. 진실을 쓸 때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90퍼센트는 삶을 포기했고, 10퍼센트 내에서 다시 9퍼센트는 화가 났고, 1퍼센트는 단단히 뭉쳤다. 10퍼센트는 서로를 견제했고 1퍼센트는 서로를 두려워했다. 10퍼센트의 꿈은 1퍼센트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5퍼센트로 인원을 줄여 더 많이 갖는 것이었다. N분의 1. 그들은 적어지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90퍼센트는 노예일 뿐이었다. 멍청해서 도망가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는 노예. 사실 도망갈 곳이 없긴 했다. 돈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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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언짢게 생각지 말아요! 앞으로 우리 우정을 망칠지도 모르는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두는 거예요. 주저하지 말고요. 이런 문제들에 겁을 내는 건 좋지 않아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면 그만이지요. 그게 뭐 그리 끔찍한 재앙이라도 되나요? 인생의 참맛은 고독에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결혼은 거짓 위에 쌓아올리는 허상이에요. 사람들은 일정한 정도까지만 가까워질 수 있고, 그 이상은 가식이라고요. 어느 날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을 알아차리면 절망에 빠져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망가지요. 하지만 환상과 착각에서벗어나, 아쉽더라도 적당한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그렇게되지 않을 거예요. 자연스러운 걸 받아들이면 절망에 고통받는 이도, 운명을 저주하는 이도 없을 테지요. 우리가 처한 환경을 가여워할 권리는 있지만 동정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에요. 누군가를 동정한다는 건 그 사람보다 강하다고 여기는 건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나보다 가련하다고 요길 권한도 없어요—-. "
-p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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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행에서 말단직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후—왜 해고됐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회사는 나한테 인건비 절감 차원이라고 했지만 일주일 뒤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한동안 앙카라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수중에 있는 약간의 돈으로 겨우 여름은 날 수 있었지만 다가오는 겨울에도 친구들 방에서 요 하나만 깔고 잘 수는 없을게 뻔했다. 돈이라곤 일주일 뒤면 바닥날 식당 식권을 다시 살 정도도 남지 않았다. 입사 지원서는 넣는 족족 퇴짜를 맞았고, 그때마다 진이 빠졌다. 떨어질 줄 뻔히 알고 응시한 시험에서 떨어져도 낙담하긴 마찬가지였다. 친구들 몰래 지원한 상점 몇 군데의 판매원 자리마저 다 떨어지자 절망에 빠져 한밤중까지 길을 헤매고 다녔다. 알고 지내는 친구 몇몇이 이따금 저녁 자리에 불러줬지만, 음식과 술로도 이런 절망을 떨칠 순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상황이 곤궁해지고 당장 내일 필요한 것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릴수록 나의 소심함과 부끄러움은 더 커져갔다. 예전에 일자리를 부탁한 적이 있거나 나에게 그리 나쁘게 대하자 않던 지인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지나쳤다. 밥 한 끼 사라며 아무렇지 않게 부탁도 하고 스스럼없이 돈을 빌리던 친구들에게도 나의 태도는 변하고 말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그들이 물으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럭저럭...가끔 여기저기서 임시직으로 일해"라고 답하고는 서둘러 도망쳤다. 주위에 사람이 절실했지만 그럴수록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pp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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