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온종일 끔찍한 우수와 무료함에 젖어 있었다. 친척이나 가까운 알음알이도 거의 없었다. 아버지는 안나 표도로브나와 사이가 나빴다.(아버지는 그녀에게 얼마간 빚이 있었다.) 사람들이 일 때문에 우리 집에 꽤 자주 드나들었다. 그들은 대개 다투고 떠들고 고함을 질렀다. 그 사람들이 돌아간 뒤 아버지는 무척 언짢아하며 화를 냈다.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린 채 몇 시간이나 방 안을 구석구석 거닐었고,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감히 아버지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가만히 계셨다. 나는 얌전하게 방구석 아무 데나 책을 펴 놓고 조용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