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되기 위해서는 이론적 계급투쟁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것은 유적존재로서의 인간과 교환 가치로서의 노동이 분리하고 배제하고 말소하려 한 사물의 물신성과 음성의 주술성을 탈환하는 일이다. 새로운비판 기획이 제시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가 유의미한 것은 인간이란 이데올로기를 걷어내고 육체를 가지고 발화 아닌 발화를 반복하는 사람의 흔적을 추적할 때뿐이다. 이때 사람은 자연을 대상화하는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와 사물과 자연이 언제나 공속하는 세계에 사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내전과 위생을 키워드로 투명한 텅 빈 자리를 차지한 인간이 어떤 정치적 폭력을 행사해왔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인간이 저 특권적 자리를 차지한 사태는 지식 지층에 흔적을 남긴이론 혹은 담론 차원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태가 인간의 출현과 실존 자체라고 할 때 그것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삼라만상에 대한정치적 폭력의 행사였다. 이 폭력은 내전과 위생을 통해 행사된다. 내전은 사람들에게 "너는 누구냐"고 다그치는 심문의 영원한 반복을 통해 ‘적‘을 색출하는 정치적 폭력이다. 그렇게 색출된 온갖 특정 형상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위생 장치의 제거 대상이 된다. 내전과 위생의 이 결합은 인간이 저 특권적 자리를 차지함과 동시에 유지해온폭력의 수행이다. 아니 이 폭력의 수행성을 제쳐두고 인간의 출현과 실존을 설명할 수는 없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