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울었다. 예전의 씩씩한 울음소리로 힘차게 울어재꼈다. 나는 눈을 떴다. 새소리는 무척 가까이서 들렸다. 이번에는 진짜 새울음소리였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저만치서 핸드폰 액정이 깜짝거리고 있었다. 불빛은 우렁차게 새소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일곱 시였다. 새는 자지러질 듯 두어 번 더 울고 나서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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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난 그의 콧속으로 아주 익숙한 냄새가 흘러들었다. 문틈으로 새들어오는 아궁이 냄새 같기도 했다. 엄마젖처럼 끈끈하고 친숙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는 일으키려던 등을 다시 구들에 눕히고 냄새를 음미한다. 손을 뻗어 그녀가 누웠던 자리더듬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에 손이 닿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 냈다. 갑자기 목 줄기가 뜨거워졌다. 그는 지난밤 그녀를 괴롭혔던 꿈자리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 그녀와 그는 각자 다른 악몽에 시달렸다. 깨어나면 더 큰 허탈감에 사로잡히는 모진 꿈들. 깨고 나면 빈손을 쳐다보며 허공에 잠시 시선을 던질 뿐그들은 서로의 꿈을 모른 체했다. 어젯밤 잠들기 전, 모처럼 밝아진 얼굴로 그녀가 했던 얘기만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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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을 만지듯 가방 속에 챙긴 달러를 손으로 더듬었다. 돌이킬수 없음을 확인시켜주듯 손바닥에 지폐의 감촉이 생생하다. 등에불이 붙은 사람은 물만 보이면 어디에고 뛰어들게 마련이다. 살아남는 일만 생각하자. 정말로 필요한 건 휴식이다. 그녀는 거듭 다짐했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심정을제대로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중에,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음에, 그녀는 혼자 중얼거린다. 갚아야 할 빚을 남겨 놓아야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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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차가 시내로접어들자 제일 큰 건물 옆구리에 붙은 보험회사와 보습학원 간판이 맨 먼저 눈에 띄었다. 이삼 층짜리 건물이 길 양쪽으로 빼곡히상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가운데서 자신이 알 만한 건물을 발견하지 못한다. 거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도로도 사차선으로 넓혀져 있었다. 이정표는 친절하게 적당한 때에 나와 주었지만 같은 교차로를 두 번이나 지나도 좀체 그녀가 살던 동네를 집어낼 수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오늘 아침 왜 이곳에 오고싶어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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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몸인 이 우주는 완전무결한 신의 뜻을 향해 자라고다. 오늘의 우주는 어제보다 낫고, 내일의 우주는 오늘보다 더자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못하다. 무한한 신의 뜻이 유한한 시공의 장에 모습을 현현시킨 것이 신의 몸이므로 완전할수 없다. 유한은 무한을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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