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에 산책을 나갔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길래 가 보니, 길 한가운데 네모나게 판 큰 구덩이가 있었다. 하수관 따위를 묻으려고 판 것 같은데, 구덩이 한가운데에 자동차 한대가 빠져 있었다. 놀랍게도 구덩이 크기는 자동차에 꼭 맞아서, 지붕 높이가 길과 똑같았다. 구덩이를 판 사람들은 그날의 작업을마치고 도로에 표시를 해두지 않았고, 그 운 없는 사람은 차를 몰고 들어간 것이다. 나는 다른 점을 알았다. 우리가 구덩이를 팔 때는 우회 표시와 깜빡이 등 온갖 것을 달아서 사람들을 보호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구덩이를 파도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그냥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