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난 그의 콧속으로 아주 익숙한 냄새가 흘러들었다. 문틈으로 새들어오는 아궁이 냄새 같기도 했다. 엄마젖처럼 끈끈하고 친숙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는 일으키려던 등을 다시 구들에 눕히고 냄새를 음미한다. 손을 뻗어 그녀가 누웠던 자리더듬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에 손이 닿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 냈다. 갑자기 목 줄기가 뜨거워졌다. 그는 지난밤 그녀를 괴롭혔던 꿈자리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 그녀와 그는 각자 다른 악몽에 시달렸다. 깨어나면 더 큰 허탈감에 사로잡히는 모진 꿈들. 깨고 나면 빈손을 쳐다보며 허공에 잠시 시선을 던질 뿐그들은 서로의 꿈을 모른 체했다. 어젯밤 잠들기 전, 모처럼 밝아진 얼굴로 그녀가 했던 얘기만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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