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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 - 눈물로 써내려간 10년간의 치매 엄마들 간병기
정경미 지음 / 다반 / 2024년 5월
평점 :
눈물로 써 내려간 10년간의 치매 엄마들 간병기
제목에서 느껴지는 위트나 익살스러움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 이다. 고령화되어가는 시대에 아이들 어릴 적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적이 있었다. 자격증만 딴 채로 다행스럽게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그때 요양병원에서 보고 왔던 풍경들이 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를 읽으면서 떠올랐다.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멀쩡하시고 고우신 할머님께서 뒤처리가 잘되지 않아 잦은 실수를 보이시기도 하고, 과자를 하나 쥐어주시면서 먹으라고 하셨다가 괜찮다며 돌려드리면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주냐고 좋아하시기도 하셨다. 그나마 거동이 가능하신 분이시라면 다행이었고, 거동이 되지 않아 침대 생활을 하셔야 하며 욕창이 생기지 않게 자세를 바꿔주어야 했다. 그리고 식사도 다른 분들과 다르게 죽처럼 된 것을 떠먹여드려야만 했다. 실습을 하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기도 하고,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치매가 한순간에 좋아지는 일은 없어도 한순간에 나빠지는 질병이라 눈을 뗄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10년간 간병하셨다고 하는 정경미 작가님의 이야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느낀 감정은 작가님의 지인분들처럼 고생을 왜 사서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이나 직접 간병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도 없이 살아가야 했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작가님마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신 일들을 보면서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기억도 점점 잊히는 모습.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을 표출하고, 때로는 관객이 되어 배우인 엄마의 모습에 호응해야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마음이 더 아파졌다. 지금은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이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더욱 그랬다. 형제자매가 많다고 해서 돌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각자의 생활이 있기에 그것을 포기하고 오롯이 부모님께 집중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 반복되기도 하고, 간병하면서 힘든 일이 반복되어 안 좋은 생각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을 여과 없이 《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에 담아 두셨다. 어쩌면 수없이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걸러서 쓰셨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작가님의 마음이 다 이해가 갈 것이다.
병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가족이 아픈 상황에서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두 어머님을 간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분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10년간의 간병 기록을 읽으며, 그리고 그 간병기를 읽으신 작가님의 둘째 오빠 편지까지 읽고 나니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다. 이제 작가님 앞에 작가님의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하고 응원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