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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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제로 적힌<고한 추리마을에서 펼쳐지는 열 개의 생존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봤을땐 추리마을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소설 속 설정 인줄로만 알았다. 헌데 검색해보니, 실제로 전국 최초로 추리마을을 조성 추친 중이라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 존재해서 깜짝 놀랐다. 즉, 이 소설은 고한이라는 특정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추리마을을 위한 추리소설인 셈이다.

모두 열 명의 작가가 열 개의 단편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평상시 국내 추리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한터라 좋은 기회라 생각 되었다.

<야생화를 기르는 그녀의 비밀 꽃말>은 3년전 미제로 남은 사건을 취재하러 고한에 내려온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유일한 목격자이며 죽은 유현민의 연인이였던 장미현을 의심하며 진실을 알기위해 그녀를 계속 찾아간다. 야생화를 기르며 유현민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속사정을 알게 되는 순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 믿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 근처에서 실종되었던 남성들의 시체가 나란히 미라로 발견되고 한국 경찰청의 초정을 받은 재미교포 윌셔 홈즈와 치과의사 라동식 라왓슨은 사건을 조사한다. 독거미 여인의 정체가 두 사람에 의해 밝혀지며 남자에게 여인이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건지 알 수 있는데 어찌보면 평범한 치과 의사를 범죄 미끼로 삼은 일과 남성을 포박해 김장독에 넣은 뒤 사포로 등과 사타구니를 밀었다고 나오는 부분은 어쩐지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시체로 젓갈을 담그는 과정이나 그녀가 독거미가 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조금 더 설득력있게 만들어줬더라면 장편 소설로 만들어도 재미있었을것같단 생각이 들었다.

<탐정축제에서 생긴 일>은 탐정 환은 고한의 탐정축제 추리게임 설계를 부탁받고 내려간 곳에서 고한추리연구회 박용석 회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이주민을 적대하는 토착민의 미묘한 감정이 등장한다. 헌데 범인은 의외로 쉽게 드러나고 범인이 불행에 빠진 과거의 그 일로 살인이 이어진다는게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이야기는 모두 이렇게 강원도 정선 추리마을을 무대로 펼쳐진다.

여러가지 추리로 비밀번호를 유추하는 추리시범 고한고등학교에 부임한 선생님의 이야기 <고한 추리학교>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형사의 뒤통수를 친 왓슨 학생이 등장하는 <잊을 수 없는 죽음>이였다.

이런 반전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꼭 내 취향저격이였다.

<고한읍에서의 일박이일>에서는 얼마전 살해당한 부모님의 사건을 담담하게 추리작가협회 작가에게 전하는 지역발전회 부위원장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고한읍에 모노레일이 있다는 내용이 나와서 검색해보니 정말 있었다. 아마도 작가님들은 고한 추리마을을 위한 추리소설을 의뢰받아 실제의 그곳을 배경으로 한 각 작품을 쓰신것같다.

고한읍 추리마을을 직접 방문한 뒤 이 소설을 마주하면 그 느낌이 남다를것같은 느낌이다.

추리 마을이란 조금 생소해서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되진 않지만, 전세계 추리소설을 모두 모아둔 도서관이랄지 추리소설만 판매하는 서점이랄지, 추리게임이 펼쳐지는 축제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짧은 분량안에 사건의 진상과 추리를 깊이있게 다루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10인 10색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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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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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진 않았어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그 책, 오만과 편견.

학창시절에 몇번이고 도서관 책장을 기웃거리다 한번 읽어보겠노라 잡았다가 끝끝내 완주하지 못하고 내려두었던 그 책을 이렇게 십수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가끔 책 좋아하는 분들은 청소년기에 읽었던 고전 책들을 다시 찾아 읽어보곤 하던데 오만과 편견은 어찌나 인기가 좋은 책인건지 몇번이고 표지를 바꿔입고 나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듯하다.

위즈덤 하우스에서 나온 이 책은 표지를 가득 채운 일러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띄인다. 왠지 익숙한 그림체다 싶었는데 90년대 소녀들에게 사랑받던 윙크 만화잡지에 연재하던 분의 그림이였다. 이것 역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독자들을 노린 출판사의 전략이 아니였을까 하는 깜찍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베넷 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떻게든 다섯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고 싶어하는 조금은 속물스러운 엄마에게 어느 날 영국 북부 출신의 돈 많은 청년이 네더 필드에 이사온다는 소식은 마음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그의 이름은 빙리. 아버지로부터 거의 10만 파운드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고 1년에 4,5천 파운드를 버는 그는 과년한 처녀를 둔 집안이라면 모두 눈독 들이는 사윗감이 아닐 수 없다.

'허영심과 오만은 자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 두 단어는 의미가 아주 달라. 허영심이 없어도 오만할 수는 있어, 오만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와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내리는 평가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첫 만남이 이루어진 메리턴 무도회가 끝나고 빙리가 맏 딸인 제인과 두번이나 춤을 추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흥분하지만 함께 참석한 빙리의 친구인 다아시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부인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도 않았고 아가씨들과 거의 춤도 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만'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물론 그의 재산과 배경도 그를 오해하게 하는데 한 몫했지만.

조금씩 다아시가 자신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엘리자베스는 역시 그를 '오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모두 그녀의 '편견' 때문이였다. 그는 진짜 친한 사람이 아니면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제인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한번 자리잡은 편견은 쉽사리 모습을 바꾸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그가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잖니."

"그럴 리가! 그렇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거야! 싫어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다니! 내가 그런 불운을 겪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제인은 빙리씨의 말을 빌려 다아시의 좋은 면을 다시 부각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위컴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그러다 그가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크게 충격받는다.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며'자신이 결혼을 하려는 이유'를 들 때는 정말 뒤로 넘어갈뻔했다.

자신이 그녀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아니라 그저 '결혼이 필요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거듭해서 청혼을 거절하자 그가 하는 말은 더 기가 막혔다.

'당신이 여러 면에서 매력이 있긴 합니다만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결코 청혼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깊이 고려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이 물려받는 재산이 너무 적기 때문에, 당신이 사랑스럽고 여러가지 자격을 두루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장점들을 십중팔구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이런 굴욕적인 이유를 듣고도 결혼을 결심한다면 바보나 다름없겠지만, 후에 샬롯은 이같은 청혼을 받아들인다.

제인은 빙리와 서로 마음을 통해했지만 주변의 말들로 헤어졌다가 겨우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

위컴의 겉모습만 보고 넘어간 리디아는 나중에 엘리자베스에게 아니 다아시에게 뻔뻔하게 빌붙는 신세가 된다.

언니의 결혼을 반대도 했고 그가 오만하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했던 엘리자베스는 그가 리다이를 위해 해준 일과 그에 대한 오해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마음을 열게된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여성에게는 재산상속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재벌가와 결혼이야 말로 신분을 상승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음을. 하지만 서로의 신분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결혼이라면 다행이지만 얼마나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지위와 가문을 위해 원치 않은 운명을 택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제인에 이어 엘리자베스의 결혼이 결정되자 돈도 용돈도 보석도 많아질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야단법석을 떠는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소름이 다 돋았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1796년, 만나던 남자의 집안 반대로 결혼이 무산된 후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작가의 길을 걸었던 그녀가 생각한 이상적인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이였을까.

아마 시대적인 상황은 자신이 바꾸지 못하더라도 엘리자베스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꿈꾸며 이 소설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돌아서게 된 결정적인 장면이 분명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설마 다아시의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놀랍게 아름다운 장소와 경치를 자랑하는 대저택을 보고 흔들린건 아니겠...) 아무튼 사랑을 이룬 두 쌍의 커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야기는 남녀심리 뿐 아니라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어떻게 마음이 변하게 되는지도 나와있어서 흥미롭게 읽힌다. 오만과 편견이 모든 멜로 드라마 스토리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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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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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는 두 명의 자매를 선택하셨다."
그날 이후 소녀 칼린다의 운명은 180도 바뀌게 된다.
먼 옛날 대지의 여신 키는 이 수도원을 아기부터 소녀까지 여자 고아들을 위한 피난처로 설립했다. 후원자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그 대가로 이곳에 머무는 소녀들을 후견으로 선택 할 수 있으며 그 말은 소녀들을 자신의 하녀, 첩, 혹은 아내로 삼을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기때부터 이곳에 버려져 키워진 칼린다는 유일한 절친인 자야와 함께 소환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수녀원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예쁜 얼굴인 자야와 달리 깡마른 체격에 소환되기 위한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던 터라 자신이 선택 될 것이라는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소환 의식의 날 자야가 위험에 처하자 칼린다는 자신도 모르게 결투장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돕게 되고 평소 열병을 앓으며 전투 실력도 가장 떨어졌던 그녀는 말도 안되게 자신의 싸움에서도 이기게 된다.
이어 신체검사까지 통과해서 백명의 소녀들중에서 딱 두명 선택되는 이 날에 칼린다는 첩도 아니고 아흔 아홉명의 아내를 거느린 라자 타렉의 백번째 왕비로 선택 되어버린다.
"우리는 거역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종한다."
도대체 왜 소녀들을 지켜준다는 명분하에 멋대로 소환을 하고 그 과정에서 피를 보는 결투까지 시키는걸까. 게다가 옷을 벗은 모습을 지켜보는 신체검사라니 너무 기가 막힌다. 또 중간부분 여왕인 비라지로 뽑힌 칼린다와는 달리 첩으로 뽑힌 나테사는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였다.
표지만 보고 아이들이 보는 책인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수위가 높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다.
아무튼 라자 타렉에게 선택되어졌으니 이제 옛날 왕의 왕비와 후궁 이야기들처럼 암투가 중심이 되겠거니 예상 했는데 세상에! 이 날의 결투가 끝이 아니였다. 칼린다는 궁전에서 자기의 자리, 즉 백번째 여왕의 자리를 걸고 고대부터 내려오는 서열을 결정하는 결투 의식에 참가해야 하는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미투 운동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한참인 현 상황과 이 책은 정말 너무 안어울리는 분위기라 경악스럽겠지만, 이것은 칼린다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주는 배경일 뿐이라 생각된다.
그의 눈에는 우리의 키스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를 내게 잊어 달라고 요청하는 그의 아픔 또한 들어 있었다.
소설에는 초반, 묘한 만남을 가진 데븐 나익 장군과 로맨스도 살짝살짝 나오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칼린다의 몰랐던 태생에 대한 내용이 더 흥미로웠다. 그녀는 놀랍게도 불의 능력을 가진 버너였던 것이다.
이야기는 칼린다에게 닥친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보며 푹 빠져들며 읽을수 있었다. 400여 페이지가 한순간에 빠르게 넘어간다. 소제목이 따로 나와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단권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두번째 이야기 불의여왕 편으로 이어진다. 불의 능력을 갖게된 그녀가 다음에는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그녀를 지켜주는 데븐 나익 장군과는 어떤 로맨스가 펼쳐질지 다음 권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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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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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가면서 덩치가 큰 문제에는 더 무덤덤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쪽은 누군가 지켜보면 사소할만큼 작은 사건들이고 이것은 조미료처럼 아주 작은 한 스푼의 지혜만으로 해결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사는게 힘들다고 생각된다.

​이럴땐 내가 참 바보같다.

남들은 잘만 사는것같은데 나는 왜이렇게 힘들게 사는걸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폴란드 헤움 마을 사람들은 이런 나보다 더 답답하게 살아간다.

사실 이 마을이 생겨난 시초부터 당황스럽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많아진 세상이 걱정된 신은 두 천사를 불러다가 한 천사에게는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들에 고루 떨어뜨리라 했으며 두번째 천사에게는 지상에 있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 했다.

그런데 두번째 천사의 자루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버렸고, 그 순간 자루 안에 있던 어리석은 영혼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면서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된것이 바로 이 마을인 것이다.

어쩌면 그 한 영혼이 내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건 내 수준을 더 넘어선다.

헤르셸이라는 빵장수는 내가 '나' 임을 증명하기 위해 해놓았던 표식이 사라지자 내가 빵장수 혜르셸이 아니라면 누구냐고 절규한다. 신발 수선공 슐로모는 다른 도시 다른 장소를 꿈꾸며 마을을 떠났다가 표식이 망가지는 바람에 자신의 집에 되돌아와놓고 자신이 살던 곳과 똑같은 '다른' 마을에 도착했다고 신기해한다.

정의와 자신들만의 진실을 ​사오기 위해 다른 마을에 가기도 하며,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전염병이 사라질때까지 무의미하게 거듭하거나 불을 끄기위해 짚을 계속 불이 난 곳에 넣기도한다.

헤움이 유명해진 이유는 그들이 특별한 지혜 때문이었다. 헤움 사람들은 모두가 현자였다. 적어도 그들 자신은 그렇게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자부했으며,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보라 부르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런 어리석은 그들의 행동에는 모두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할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 꺼내놓고 우화에 숨긴 이야기를 해설해주진 않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수긍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보인다.

똑같이 공부를 하고 똑같이 학교를 졸업하고 비슷한 시기에 취업하고 매일 아침 눈을 떠 지하철에 콩나물처럼 몸을 세워 실는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과연 자신이 자신임을 증명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헤르셸이 어리석다 말 할 수 있을까?

언젠간 찾아올 메시아를 그냥 보내버리지 않기위해 밤낮으로 새로운 방문자를 기다리다가 모든 낯선 방문객을 메시아처럼 따뜻하게 환영하기로 한 일화나 아들을 위해 마을을 떠나 길을 나섰다 다시 돌아온 부자의 이야기,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한 하야를 위해 은행가를 설득한 랍비등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인생의 진리는 가장 기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무엇이 하고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모르는채 그저 아침이니 눈뜨고 밤이니 잠드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내가 자신들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헤움 사람들을 비웃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한다. 딱 하나 있는 ​작은 방을 불평하다 작은 방에 사람이 (아니 동물도) 북적해지자 소중함을 알게되는 가족의 이야기처럼 행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것.

책을 읽으며, 내가 떠안고 있던 소소하고 지독했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조금은 힌트를 얻은 것 같아 즐거웠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학창시절부터 아직도 갖고 있는 유일한 시집인데, 류시화 시인의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재밌었다.

특히 책표지를 포함한 곳곳의 일러스트는 헤움마을의 분위기를 떠올리기 좋은 그림들이라 잘 어울렸다.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가 가진 것이 없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 ​마침내 침묵을 깨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헤움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도움을 주되, 함부로 참견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도록 허용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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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말하기 - 세련된 매너로 전하는 투박한 진심
김범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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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나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주변이 없는지라 어쩔수없이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말주변이 없는 것은 선천적인 성향인건가 싶었는데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아는 것이 많다거나 아주 논리적이라기 보단 말을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때가 많아서 말하는 방법도 배우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문재인의 말하기' 저자는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열광하는 이유를 '그의 말' 때문이라 말한다. 많은 자료를 들여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대단히 설득력 있는 말하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 소리와 오래 알고 지낸분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상인 문대통령의 말하기에는 확실히 조근조근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진다. 이상하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게되는 마법이 담긴 말이랄까.

평생 마주하는 장면은 보지 못할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걸 보면 그 마법은 정의와 청렴에 목마른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만 녹인게 아닌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아니 문재인의 말하기에는 어떤 마력이 있는걸까.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1분 자기소개에 그는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취업 재수생'이라는 약점을 드러내며 검증이 완료된 준비된 지원자라 소개했다. 자신을 낮추면서도 자신감있는 태도로 장점을 열거하는 방법을 사용한것이다.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갈 수 있게돼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참 별것 아닌것같아도 "인사를 드리고"라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 자신이 상대방보다 오히려 더 높은 사람이라고 느끼게끔 만들어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장병들을 찾아 격려하는 인사를 할때 편히 쉬라는 '명령'을 내린것도 상대방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였다.

 

스스로 자신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내 소개말을 준비 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상대방을 높여주기 위해 내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음을 잊지 말라. -P.26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주 단순한 문장에도 문대통령이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짐을 느낀다. 특히 하려 하는 말을 질문형식으로 바꾸어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은 문대통령 전매특허와 다름없다고 생각하곤 있었는데 분명 물음표가 달린 질문 문장인데 그 질문이 바로 본인이 하려는 말이였음을 알게되는 순간, 이 분은 정말 말하기 선수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문대통령 지지자일지라도 책이 단순히 누군가를 덮어놓고 칭송하는 글 일색이라면 아마 읽는내내 지루하고 따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하기 예시에서 어느것 하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문장이 없었다.

대통령의 말하기에 너무 좋은 문장이 많아 고르기 힘들었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이다.

또 리더로서의 자신감과 자질이 충만한 글도 많이 보여서 이 책은 '대통령의 말하기'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직장내 직급이 있는 분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분, 나처럼 말주변이 없어 고민인 사람 등등에게도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내용처럼 느껴졌다.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보라. 불안감을 잠재워줄만큼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혼자서 해내기는 어려우니 함께하자며 겸솜을 잃지 않는다.

 

말하기에 있어서 무조건 상대방을 높이거나 나를 낮추기만 한다면 상대가 나를 얕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면서도 셀프 칭찬을 잊지않고, 시간과 장소를 고려해 사전조사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며 호탕한 웃음과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면서 확신을 주는 말투 이 모든것은 꼭 따라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라 너무 좋았다.

​특히 경청에 대한 내용은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공감을 얻는데 큰 힘이 되므로 잊지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기위한 말하기가 아닌 진심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것이 문재인의 말하기 핵심이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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