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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평점 :
처음 부제로 적힌<고한 추리마을에서 펼쳐지는 열 개의 생존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봤을땐 추리마을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소설 속 설정 인줄로만 알았다. 헌데 검색해보니, 실제로 전국 최초로 추리마을을 조성 추친 중이라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 존재해서 깜짝 놀랐다. 즉, 이 소설은 고한이라는 특정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추리마을을 위한 추리소설인 셈이다.
모두 열 명의 작가가 열 개의 단편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평상시 국내 추리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한터라 좋은 기회라 생각 되었다.
<야생화를 기르는 그녀의 비밀 꽃말>은 3년전 미제로 남은 사건을 취재하러 고한에 내려온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유일한 목격자이며 죽은 유현민의 연인이였던 장미현을 의심하며 진실을 알기위해 그녀를 계속 찾아간다. 야생화를 기르며 유현민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속사정을 알게 되는 순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 믿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 근처에서 실종되었던 남성들의 시체가 나란히 미라로 발견되고 한국 경찰청의 초정을 받은 재미교포 윌셔 홈즈와 치과의사 라동식 라왓슨은 사건을 조사한다. 독거미 여인의 정체가 두 사람에 의해 밝혀지며 남자에게 여인이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건지 알 수 있는데 어찌보면 평범한 치과 의사를 범죄 미끼로 삼은 일과 남성을 포박해 김장독에 넣은 뒤 사포로 등과 사타구니를 밀었다고 나오는 부분은 어쩐지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시체로 젓갈을 담그는 과정이나 그녀가 독거미가 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조금 더 설득력있게 만들어줬더라면 장편 소설로 만들어도 재미있었을것같단 생각이 들었다.
<탐정축제에서 생긴 일>은 탐정 환은 고한의 탐정축제 추리게임 설계를 부탁받고 내려간 곳에서 고한추리연구회 박용석 회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이주민을 적대하는 토착민의 미묘한 감정이 등장한다. 헌데 범인은 의외로 쉽게 드러나고 범인이 불행에 빠진 과거의 그 일로 살인이 이어진다는게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이야기는 모두 이렇게 강원도 정선 추리마을을 무대로 펼쳐진다.
여러가지 추리로 비밀번호를 유추하는 추리시범 고한고등학교에 부임한 선생님의 이야기 <고한 추리학교>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형사의 뒤통수를 친 왓슨 학생이 등장하는 <잊을 수 없는 죽음>이였다.
이런 반전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꼭 내 취향저격이였다.
<고한읍에서의 일박이일>에서는 얼마전 살해당한 부모님의 사건을 담담하게 추리작가협회 작가에게 전하는 지역발전회 부위원장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고한읍에 모노레일이 있다는 내용이 나와서 검색해보니 정말 있었다. 아마도 작가님들은 고한 추리마을을 위한 추리소설을 의뢰받아 실제의 그곳을 배경으로 한 각 작품을 쓰신것같다.
고한읍 추리마을을 직접 방문한 뒤 이 소설을 마주하면 그 느낌이 남다를것같은 느낌이다.
추리 마을이란 조금 생소해서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되진 않지만, 전세계 추리소설을 모두 모아둔 도서관이랄지 추리소설만 판매하는 서점이랄지, 추리게임이 펼쳐지는 축제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짧은 분량안에 사건의 진상과 추리를 깊이있게 다루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10인 10색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책이였다.